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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북아 지각변동, 남한은 소외되고 있다박문규(캘리포니아 인터내셔날 대학)학장의 국제관계 분석

지난 2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북한과 미국 간의 회담 결과가 2월 29일 평양과 워싱톤에서 동시에 발표되었다. 한국 내에서는 총선관계 기사로 인해 베이징 합의의 중요성이 비중있게 보도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외신은 이 합의가 획기적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마침내 북한이 화해의 길을 선택했다”라고 까지 보도하였다.

여전히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는 선명
그러나 반가운 일…

이들의 발표문을 보면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가 선명하다. 북한은 6자 회담 재개 시에 미국의 각종 대북제제의 해제, 경수로 지원과 식량 원조 재개를 논의할 것을 발표문의 처음에 담았다. 그러나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선결 조치들 특히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 및 우라늄 농축 활동의 일시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시설 감시를 허용한다는 것을 머리에 담았다. 양측이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얻기를 원하는가가 선명히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선언하고 대북 초강경 정책을 폈던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이 물러가고 적대국의 국가 원수들도 만나겠다는 것을 선거 공약으로 삼았던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북한은 오바마 정권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오바마는 미국의 경제위기, 이락과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군 그리고 대중동 정책에 몰두하느라 대북한 정책에는 소홀하였고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해야만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간만 끌어 북한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등장을 대 북한 교섭이 진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를 원했고 특히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오바마의 외교적 성과를 과시해야 할 필요도 있어서 대북한 교섭에 적극적이 되었다. 여기에 김정은 정권이 유화적 입장을 취한 것이 이번 합의의 배경이라고 하겠다. 북미, 남북 관계의 개선을 바라던 우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혹시라도 김정은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북한 군부의 목소리가 커져서 대남, 대미 대결정책이 강화될 것을 염려하였던 우리는 김정은-장성택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최고위 정책 결정자가 최소한 대미 정책에 있어서 유연함을 보일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물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국교를 맺는 수준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손쉽게 핵무기를 포기하리라는 기대는 성급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문구를 발표문에 넣었지만 이 합의를 이룬 오바마 대통령이 11월에 재선된다 하더라도 4년 후에 조지 부시와 같은 보수 정치가가 다시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고 있기에 핵무기 포기라는 정책을 쉽게 채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기들이 협상해야할 주 상대가 미국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중요한 변화는 한국이 아닌 미국과의 협상으로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유화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우선 반가운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속내,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힘을 받을 수도…

3월 8일 뉴욕주의 시라큐즈 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움에서 북한의 리용호 외무부 부상은 “베이징 합의는 분명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핵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서 북한의 핵 중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북미관계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지도부가 워싱톤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의 개최를 원하고 있음까지 언급함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수교를 빨리 수립한 후에 다른 문제를 의논하고 싶어 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것은 핵문제의 타결 없이는 북미 수교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미국과의 차이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이명박 정부와는 어떠한 대화도 거부하고 살벌할 정도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북한은 12월에 있을 한국의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 선거 결과를 보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리라는 속셈이다.

북한은 미국에게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바꾸고 북미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자고 오랫동안 제안해 왔다. 설사 미국이 북한의 그러한 요구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외교가 군사력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북한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평화조약이나 불가침 조약에 대한 주장은 미군이 더 이상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는 명분을 빼앗아 버린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동북아에 있어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미국은 쉽사리 평화조약이나 그것이 가져올 미군철수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알고 있는 북한이 바라는 것은 우선 국제 사회가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파키스탄이나 인도도 핵무기를 가졌는데 북한이 가져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다. 다만 더 이상 핵 군비 증강에 제한을 둔다든지 핵의 대외 수출은 자제하겠다든지 하는 선에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막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핵무기의 문제는 경제원조 등의 미끼를 가지고 북한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과 북한 사이에 요구하는 것이 차이는 크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연유에서 북미 관계만 보더라도 한반도의 통일은 아직도 요원한 문제라고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서 외국에서의 군사비용을 과감하게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군비 삭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미 핵을 갖고 있는 북한을 제한적이나마 핵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북한이 기다리는 것이고 북한은 우선 국교부터 수립해 놓고 그런 주장이 힘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탈북자 문제 해결이 전부는 아니다.
남한이 동북아의 지각변동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정세를 두고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중국의 입장이다. 세계 제 2의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의 적극적인 견제를 받고 있고 그것을 아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동북아에서 미국-일본-한국이 한 편이 되어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은 아시아에서 중화적인 영향력을 최대화하려는 중국으로서는 못마땅한 일이다. 그럴수록 중국은 북한을 확실한 자기의 편으로 묶어 두기를 원하고 있다. 탈북자 문제, 북한의 핵문제, 연평도나 천안함 문제 그리고 3대 세습의 문제에 있어서까지 중국이 북한 편을 들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고 남한은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한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남북통일이 요원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미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작용하는 한 중국은 통일을 원치도 않고 강력한 북한 지지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중국의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삼으려는 많은 분들의 순수한 동기에 경의를 표하고 이들의 노력을 지지한다. 우리가 남한에서의 독재정권의 비인권적 비도덕적 행태를 국제사회에 고발했던 것과 똑같은 논리와 당위성으로 우리는 탈북자들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인권을 국제적인 정치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 설사 그런 작업으로 인해 탈북자나 북한 주민들이 일시적으로 더 힘들어 지더라도 틀린 것은 틀렸다고 발언해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고통받는 형제들을 돕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나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대북관계의 전부인 것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똑같이 중요한 문제들, 예컨대 군사적 긴장완화나 북한의 경제 개방, 북한인들의 생활 향상, 북한 군비의 감축 등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탈북자 문제를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의 자세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또한 국제적 여론이 형성되면 중국이나 북한의 정책이 바뀌리라고 안일하게 기대해서도 안 된다. 북한도 중국도 국제 여론에 예민하고 그 영향은 받겠지만 쉽게 탈북자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한편에서는 인권을 이야기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 협력을 넓혀가는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과 관계를 맺고 일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협력이 이루어져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서 어떤 분들은 탈북자와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다른 분들은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식으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합하여서 선을 이룬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고 방법이 다르다고 서로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남남갈등이 있는 한 남북대화는 더 힘들어 지고 남북통일은 점점 더 멀어짐을 명심하여야 한다.

북한 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우리가 북미 베이징 합의를 반가워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이 교육, 문화 스포츠 등에 있어서 북한과의 교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성명서에 포함했다는 것이고 이점에 대해서 북한도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이제 북한과의 교류는 구호품 제공의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아직 남한과는 아무런 교류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북한을 향해 이런 교류를 넓혀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과거 5년간 한국 정부의 선택 중 가장 어리석은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경직한 태도를 가졌던 것이다.

이제 남한도 문화, 체육, 교육계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여 남북 교류의 문을 넓혀 갈 때이다. 북한이 아직도 경제 개발과 원조 물자를 원하고 있기에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는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남한이 동북아의 긴장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 현재로서는 이것이 급변하는 동북아의 지각 변동에서 대한민국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박문규(캘리포니아 인터내셔날 대학 학장, 정치학 박사)

박문규  webmaster@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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