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남북관계
사드(THAAD) 배치문제, 서두를 일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담당 차관보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방한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미국은 중국의 이런 입장을 비판했다. 우리 국방부가 미국 손을 들어주면서 한·미와 중국간 외교전 양상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의 미·중간 신경전이 본격적인 갈등 국면으로 전환될 조짐까지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차관보가 서울에서 ‘사드’ 문제로 설전을 벌인 것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중이 남의 나라에 와서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광복·분단 70년인데,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반도가 강대국간의 전장(戰場)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그만큼 ‘사드’ 배치 문제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고, 꼼꼼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는 다양한 안보쟁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하기 이전에 군사·안보적 효용성 측면에서 두 가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사드’가 꼭 필요하고 적합한 대응 수단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또 ‘사드’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을 실제로 막을 수 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사드’ 제작사는 명중률이 90%나 된다고 주장하지만, 한반도와 유사한 환경에서 ‘사드’를 실험한 적이 없다. 외국에서 화장품이나 약품을 수입할 때도 그냥 수입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조 원짜리 무기를 들여놓는 문제를 철저히 검증해보지도 않고 판매자의 말만 듣고 들여올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사드’가 왜 필요한지, 또 실제로 그만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없는 한, 우리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사드(THAAD) 미사일 ⓒ록히드마틴

우리가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및 운용과 관련된 비용을 국방예산 감축에 허덕이는 미국이 전부 부담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의 배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비용 역시 기존의 방위비 분담금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드’가 한반도 전장(戰場) 환경에서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무기라고 한다면 미국도 우리에게 구매나 배치를 무리하게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사드’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위협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무기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중국의 의심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사드’를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에 대한 한·미의 대응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확하게 공개적으로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고,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으며, 주변국들이 매우 예민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3월 17일 국방부 대변인이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간 모습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기보다는 ‘사드’ 배치 문제가 제기되던 처음부터 제대로 된 방향설정 없이 기다리기나 눈치보기만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자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변수가 너무 많은 지금 우리 스스로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성급하게 공론화할 경우, 미·중의 여론몰이에 우리가 끌려갈 가능성이 크고, 우리 사회 내 갈등도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사드’ 문제와 성격은 다르지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 역시 초기 대응이 너무 미숙했다. 오래 전부터 우리도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자고 제안해 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AIIB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어야 했다. 이미 미국의 동맹국들이 줄줄이 가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드’ 문제는 안보와 미국, AIIB 문제는 경제와 중국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해결책 모색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두 문제 모두 우리의 국익을 우선에 놓고 생각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드’ 배치 문제는 단기적으로 미·중간 힘겨루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중 모두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사드’ 배치 여부가 통일한국 군(軍)의 성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이 통일할 때 가장 마지막까지 논의됐던 문제가 통일된 독일군의 성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우리가 미국을 선택하느냐 중국을 선택하느냐 하는 식의 첨예한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사드’ 배치 문제는 주변국을 의식하지 말고, 철저하면서도 투명하게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 정책결정자들이 통일한국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드’ 배치는 더더욱 서두를 일이 아니다. 신중히 따져보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차분히 결정해야 한다.

3월 21일 서울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고, 4월에는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내한할 예정이다. 이 기회를 통해 주변국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중심에 서서 관련국간 긴밀한 협의를 주도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설명함으로써 동의와 지지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미·중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는 가운데 ‘사드’ 배치 및 AIIB 가입 문제 등과 같이 한반도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현안이 계속 대두될 것이다. 한반도가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중심을 갖고 본연의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홈페이지(ifes.kyungnam.ac.kr)에도 게재됐습니다.

김동엽  donykim@kyungnam.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