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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논란, 박근혜 정부의 ‘원칙’이 없다

오늘(18일) 하루 종일 사드 논란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래 전부터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시대에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좌표를 설정하고 앞서서 적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지정학적 재난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두 가지 재난에 처하게 됩니다.

첫째, 중국으로부터의 재난입니다. 중국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한중관계를 복원하고 북한 핵 문제에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드 논쟁을 보니까 한국은 그런 중국의 성의를 조롱하면서 미국의 아바타가 되어 중국을 견제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앞으로 한국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한중관계에 있어 최후통첩성 경고를 할 조짐입니다. 이것이 올해 외교에 있어 최대 파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미국으로부터의 재난입니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대해 불신하며 심지어 “사드가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는 무기체계냐”는 시비를 걸며 MD 참여에 미적거리는 한국 내 여론에 동맹으로서 상처를 입는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한국 입장을 고려하여 노골적인 MD 참여를 자제해 왔지만 최근 한국의 행태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미국 편 들래, 안 들래?”라며 본격적으로 압박을 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수록 미국도 정확히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합니다.

이 두 재난이 닥친 박근혜 정부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 재난의 절반은 박근혜 정부가 자초했습니다.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는 우리의 원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안보에 있어서는 우리는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원칙을 먼저 세우고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주변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영역, 우리의 주권으로 자주적으로 결정할 영역을 구분하는 분별력을 보여 주었어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의 생존에 관한 문제라면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이 판단하기 이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이런 결정이 일방적인 결정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주변국에 “이것은 우리에게 있어 생존의 문제다”라는 걸 이해시켰어야 합니다. 그것으로 우리 스스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시켜 놓았어야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2015년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눈치외교로는 재난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그보다는 명료한 지속적 정책(consistent policy)을 모색했어야 합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비록 퇴행적인 외교안보정책을 하고는 있지만 명료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번영 정책도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막상 엄중한 시험대에 오르니까 뭐가 뭔지 알 수 없습니다. 이걸 전략적 모호성으로 포장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눈치외교입니다. 아무런 비전도 철학도 없습니다.

사드 문제는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면 됩니다. 당장 배치할 수도 없는 사드가 지금 논쟁으로 비화될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함부로 떠드는 연합사령관에게 정식으로 항의하고 경고를 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만 제대로 관리했더라도 사드 문제가 이처럼 꼬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것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이때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드는 논의한 적 없고 배치할 계획도 없다”고 수습하는 동안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미 2년 전에 한국 내 5군데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조사를 했다”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즉각 나서서 “그 부지조사는 공식적인 권위가 없다”며 차단했어야 합니다. 그걸 하지 않고 미국 눈치나 보다가 중국으로부터 또 강한 불신을 초래했고, 이제는 그것을 막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이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전략적 모호성입니다. 이 모호성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입니다.

사드 배치 문제는 “검토한 바 없으므로 지금 논의할 문제도 아니고 우리가 주변국 우려를 불식하며 자주적으로 결정할 것이다"가 첫 번째 원칙이고, 두 번째는 "동북아 군비경쟁으로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선택은 절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사드 문제를 해결할 정책기조는 마련된 것입니다. 그것 말고 뭔 쓸데없는 논란이 필요합니까? 두고 보십시오. 대륙으로부터, 해양으로부터 쌍끌이 압박이 가해지면 우물쭈물하는 이 정부가 버텨낼 것 같습니까?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군 출신들의 경직된 사고로는 이 문제 절대 해결 못합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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