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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인상과 노동시장개혁의 초점

3월 초 부총리가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불가피론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빠르게 공감대를 얻고 있다. 모처럼 여당과 야당이 모두 공감과 환영을 표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가 그간 최저임금인상에 소극적이던 태도를 바꾼 것과 정부 및 청와대와 함께 3월 15일 열린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적정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나 ‘부채주도성장(debt led growth)’으로 대변되던 기존의 경제정책 방향을 틀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먼저 차고 넘치면 아래로 혜택이 흘러가 가계소득이 회복된다는 것이고, 부채주도성장은 생활에 모자라는 소득을 가계부채로 메워 수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들이 현실과 맞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면 이는 대단한 전환의 계기가 될 만하다.

최저임금 인상론,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인가
최저임금 인상안은 작년 8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 직후,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으로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가 사실상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실패한 데 이어 나온 두 번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세법개정안은 가계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효한 내용을 거의 담고 있지 않았고, 극소수 주식 대량소유자와 외국인 투자자에게 편향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조세 정의마저 훼손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기업소득(이윤)주도성장정책’은 법인세 인하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증가시켜 투자를 촉진한다는 측면과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화시켜 임금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인다는 두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소득주도성장정책’(국제적으로는 ‘임금주도성장(wage led growth)’이라고 불린다)은 가계소득을 회복시켜 소비지출(내수)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측면과 임금인상이 한계기업의 퇴출을 통한 산업 및 기업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촉진시키는 촉매가 되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한다는 두 측면을 갖고 있다. 두 정책은 이렇듯 상반된 논리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최저임금인상론이 제기된 배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언급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성장정책으로는 백약이 무효라는 인식을 정부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현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국제적으로 정책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39.3%가 넘는 최저임금인상안을 주장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도 기업들에게 노골적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영국, 독일 등도 임금인상정책을 내놓았다. 국제노동기구(ILO)뿐만 아니라 세계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임금 인상과 가계소득 증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이번에야말로 정책전환이 있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또 한번 ‘립서비스’정책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부채주도성장정책과 모순되는 것 아닌가
우선 정책조합의 모순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가계 부채의 증가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부채주도성장정책을 여전히 붙잡고 있는 것은 정책일관성을 해치고 정책의지를 의심받게 한다.

또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노동개혁(유연화)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조원은 7% 내외에 그치며, 노동자의 90%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는 2014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14.5%에 해당한다. 90%는 내버려두고 7%를 대상으로 되지도 않을 정규직보호 철폐에 매달리는 것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정책으로서는 빵점짜리이다. 그나마 이제 14.5%에 관심을 돌렸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다고 하겠다.

둘째로 기업의 냉소가 문제이다. 당장 한국기업의 대표자 삼성전자는 임금을 동결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책임의식이 지극히 낮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대기업이 적정 납품 단가를 보장해 중견·중소기업에게 임금 인상여력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할 텐데, 경제민주화를 사실상 폐기해 버린 정부의 실행의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이 우려들이 사실이 된다면 또 한 번 정책의 신뢰성은 엄청난 손상을 받게 될 것 같다. 

유철규/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경제학)

*이 글은 다산연구소 홈페이지(www.edasan.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유철규  e_da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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