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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승절 70주년, 박근혜 대통령 참석할 것인가 말 것인가?김성원 기자의 ‘같은 이슈 다른 시각’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올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해도 드물 것 같다. 이미 공론화되다시피 한 고고도(高高度)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공론화하자는 여당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오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 여부도 그렇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일찌감치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청와대 쪽에서는 아직 가타부타 의견이 없다. 참석을 하자니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 눈치가 보이고, 참석을 안하자니 자원 개발 등 잃을 게 너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러시아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에 참석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1월 1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참석할지 말지가 아니라 참석해서 뭘 할지에 고민의 초점 맞춰야"
우선 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가야 하는 이유는 단연코 국익 때문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대 북방정책을 표방한 바 있다. 그 핵심이 될 유라시아 철도 개발, 두만강 개발 사업이 이번 방러를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이미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심각한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활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방에서 문이 열린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박 대통령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2013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 그리고 그해 11월 서울에서다. <Nautilus Institute>에 따르면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모두 17개의 합의를 도출했다. 주요 내용은 철도와 항만 연결,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한 최소 13개의 러시아 액화천연가스 탱크 활용,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북한의 철도·항만 개발에 남한 참여 등이다. 푸틴은 또 나진·하산 개발을 위해 러시아(36%), 남한(34%), 북한(30%)이 참여하는 정부간 컨소시엄을 제안하기도 했다.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을 고려했을 때, 방러를 한다면 북한을 비롯한 러시아 개발, 철도와 항만 연결로 인한 물류 기지화, 유럽 연결은 우리 것이 되고, 방러를 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게 일장춘몽이 되고 만다.

박 대통령이 오는 5월 모스크바를 가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거기서부터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만남과 연이을 관계 복원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5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시평’에서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박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김정은의 눈을 바로 쳐다보면서 대립을 불식하고 평화의 장을 열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 평화의 가치를 위해 러시아에 가는 것이라고 미국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한 김병연 서울대 교수의 <중앙일보> 3월 5일자 칼럼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이 행사(러시아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에 쏠린 세계 언론의 관심을 이용해 가장 평화가 필요하고 통일이 절실한 곳이 한반도임을 전세계 시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어찌 보면 이처럼 홍보효과가 높은 이벤트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방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따라서 고민의 초점도 모스크바를 갈지 말지가 아니라,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전인 2005년에 열린 전승기념일 60주년 행사에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 대통령,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일본 고이즈미 총리까지 참석했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불참했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서울대 러시아연구소장)도 최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경제의 난관을 풀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난맥을 풀기 위해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창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미일 공조체제 외에도 남북러 3각 협력, 남북중, 한일러, 한미러, 남북러일 등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를 활성화해 한반도를 둘러싼 중층 고리들을 꿰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북중러 관계 회복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핵 정당화, 김정은 입지 강화시켜 주려는가?"

반면 박 대통령이 러시아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는 다소 빈약하다. 최근 <세계일보>에 기고한 구본학 한림국제대 부총장의 글이다. 구 부총장은 “김정은이 참석한다고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현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북핵을 정당화시켜 주고 김정은의 국내정치적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등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는 3월 12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김정은의 모스크바 카드 노림수’ 제목의 ‘時評’에서 박 대통령의 방러보다는 김정은의 ‘방러 효과’에 집중했다. 외교 안정화, 국제적 입지 다지기, 대미 강경전략의 토대 구축 등이 방러를 통해 북한 김정은이 얻고자 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 오는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등 적극적인 북한의 외교전략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묻고 있는 남성욱 고려대 교수의 3월 12일자 <문화일보> 칼럼

남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방러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을 조선통신사의 일본 파견을 둘러싼 동인과 서인의 갈등에 빗대기도 했다. 남 교수는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의 핵심축”이라면서 “워싱턴의 부정적인 입장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중국까지 나서 9월 전승절 행사에 각국을 초청하고 있어 외교의 방정식은 점점 다차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러시아·중국 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묻고 있다. “평양은 동북아 북방외교의 틈새를 합종연횡 전략으로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의 대응 전략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것 아닌가.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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