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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외교정책의 성공은 국익을 앞세우는 데 있다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115호)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5.03.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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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분단 70주년을 맞이한 남북관계의 암울한 현황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순방효과 때문인지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39.5%로 올랐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 경제나 사회 분야의 낮은 평가와 달리 대북 및 외교 정책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박근혜 정부의 대북 및 외교 정책은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서, 작년 말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제의를 시작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의 신년사,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등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에 대한 기대가 한층 부풀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민경제 활성화와 함께 분단 70년을 극복하는 남북통일에 국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작년 초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발언으로 반짝 뜨거웠다가 식어버린 통일의 열기를 되살리려는 듯, 올 초부터 정부 각 부처와 산하기관 및 민간단체들은 광복/분단 70년을 주제로 한 각종 학술행사와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대내적으로 축제분위기를 띄우려는 것과 반대로 현실의 남북관계는 점점 냉각되어 가고 있다.

3~4월이 되면 연례적으로 터지는 남북관계의 파국국면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이 실시되고 있고, 북한도 예의 비난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악화된 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 그냥 허비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긴장국면이 계속된다면, 남북대화는 아무리 빨라도 오는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금년 말까지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 놓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 5년도 남북관계의 공백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정부는 자신이 내걸었던 통일기반의 조성이라는 핵심 국정목표는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정점으로 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남북한이 자체 동력에 의해 정상회담을 가질 수 없다면, 국제 분위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올해 해외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오는 5월 9일 러시아의 ‘70주년 전승기념일’ 행사와 9월 3일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열병식’ 행사의 두 차례가 있다. 두 국제행사에 남북한 정상이 모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전승기념행사 참석을 망설이는 정부
러시아 외교부는 오는 5월 9일의 전승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직 두 달 남짓 기간이 남았으니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 단계로서는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철도를 이용했던 것과 달리,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비행기 편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분위기 때문에 3차 남북정상회담을 또 다시 평양에서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환영분위기도 아닌데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올 것 같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딱 좋은 것이 러시아 국제행사를 계기로 한 남북정상회담 개최인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9월 5일(현지시간) G20 회의 참석차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콘스탄틴 궁에 도착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청와대

박 대통령이 러시아의 ‘70주년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할 이유는 그것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해 왔고,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한·러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임기 3년차에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에 동력을 불어넣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에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해 정상외교를 가졌다. 올해 러시아를 방문해 한·러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방러는 우리가 원하는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국익을 위해 박 대통령의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 방문이 필요한데도, 우리 정부는 지금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이 이번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에 대거 불참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가 선뜻 박 대통령의 러시아 행을 결정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사드(THAAD) 문제에서 눈치 보는 정부
넓은 의미의 국익이란 강대국들과의 관계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며 우리의 국가적 목표와 이익을 뒷전으로 놓아서는 곤란하다. 우리 정부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며 결정하지 못하는 일들로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미국이 주도하는 사드(THAAD) 배치 문제가 있다.

작년 5월 중국은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를 앞두고 한국의 AIIB 참가를 타진해 왔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는 시진핑 주석이 제창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핵심으로, 2020년까지 8,000억 달러의 인프라 건설투자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1966년 발족한 이래 지금까지 9명의 총재 전원이 일본인이었다는 점에서, AIIB는 ADB의 대항마 성격을 갖고 있다.

   
 

AIIB는 작년 10월에 21개 회원국에 자본금 500억 달러로 공식 출범하였으며, 금년 1월 1일 친서방국가인 뉴질랜드가 24번째 설립국으로 가입했고 유럽의 일부 국가도 참가 의향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IIB는 국내총생산(GDP) 비중에 따라 출자하기로 하되 중국 지분이 5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AIIB는 향후 자본금을 1,00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어서, ADB 자본금 1,650억 달러의 2/3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의 참여 문제를 놓고 미국 측이 공식·비공식적으로 자제를 요구해 왔다. 작년 7월 시드니 사일러 미국 NSC 한반도담당관이 ‘신중한 자세’를 요구한 데 이어, 9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윤병세 장관에게 ‘연내 가입 유보’를 요청한 바 있다. AIIB는 올해 연말 공식 창립을 목표로 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입장 정리를 마냥 미루어 둘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정반대 입장에 놓인 것이 바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도입 문제이다. 작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다층방어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본국에 THAAD 배치를 요청하면서 이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올랐다.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항공기 격추용 PAC-2 미사일과 미사일 요격용 PAC-3 미사일로는 저고도에서의 요격만 가능하기 때문에, 고고도에서의 요격이 가능한 THAAD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작년 말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성사시킨 이후, THAAD의 한국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THAAD용 AN/TPY-2 레이더가 자국의 핵·미사일 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한국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작년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THAAD의 한국 배치에 신중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금년 2월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며 한·중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군의 THAAD 도입은 검토된 바 없고, 주한미군의 THAAD 반입도 아직 한·미간 협의가 이루어진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THAAD의 한국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THAAD 배치의 공론화 주장이 대두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국익에 기초한 자기주도외교를 펼쳐야
최근 웬디 셔먼 미국 국무차관이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한 한국책임론을 거론하는 일본 편향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북한이 핵보유 의지를 견지하고 있고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한반도 정세가 민감한 시기”라면서 느닷없이 북·중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에 기초해 한반도문제를 바라보고 정책을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강대국의 눈치를 보느라 주요 정책들을 제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동아시아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AIIB 가입이나 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관련 강대국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 국가목표와 국익에 따른 정책마저 이에 종속시킨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AIIB 가입 문제는 중국의 일방적 지배구조 개선과 ADB와의 관계설정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THAAD 한국 내 배치 문제도 그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면,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의 THAAD 레이더를 탐지거리 600㎞인 종말단계용으로 제한하고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로 배치시한을 정함으로써 중국을 적극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장 우리 정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문제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박 대통령의 방러는 핵심 국정과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을 위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동맹·우방국들의 참여 자제를 요청했다고 해서 국가목표와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쳐가면서까지 미국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만약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남북정상회담을 갖기에는 남북관계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면, 오는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열병식 행사를 적극 활용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대북 전단살포 자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허용, 남북대화의 재개 등 냉각상태를 풀기 위한 여건을 만든 뒤, 늦어도 한·미 군사연습이 끝난 5월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남북관계의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결정을 미룬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의 입지는 더욱 약화되고 강대국들의 개입 여지를 더욱 확대하게 되어 우리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정부가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철저한 국익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국가 전략도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북관계 개선도 그것이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외부 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통해서라도 그 길로 밀고나가는 것이 옳다. 대북・외교정책에서 가장 첫머리에 두어야 할 잣대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국익이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및 외교정책은 북한과 일본에 대한 원칙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유지해오면서 지금까지 낙제점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극적 자세로는 결코 성공을 보장받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 3년차가 되면서 대북 및 대일 관계에서 피로도가 누적되고, 미·중 사이의 균형외교도 어느덧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자기주도외교(self-directed diplomacy, 「현안 진단」 100호 참조)를 전개함으로써 임기동안 대북 및 외교정책에서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yoomik@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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