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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종 씨 ‘테러’엔 ‘종북 배후’가 있다?김성원 기자의 ‘같은 이슈 다른 시각’

지난 5일 아침 발생한 미국 대사 피습사건. 여기엔 한 진보단체 대표인 김기종씨 외에 배후세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개인의 우발적 행동일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공안기관 쪽에서는 이 문제를 배후세력 발본색원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 같고, 반대 쪽에서는 개인의 우발적 행동으로 일축하는 것 같다.

우선 사건 당일 나온 <문화일보> 사설을 보자. 제목은 ‘좌파 시위꾼의 美대사 테러, 背後까지 밝혀내야 한다’다. 다분히 선동적이다. 평화협정 체결, 한미군사 훈련 반대를 외치면 ‘좌파 시위꾼’이고, 편협한 이념에 빠진 한 개인의 공격은 무서운 실체가 있는 테러가 되고, 이내 ‘배후세력’까지 밝혀내야 할 무서운 테러 범죄로 본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3월 6일자 ‘충격의 미국대사 피습, 한미 관계 훼손 안돼야’ 제목의 사설에서 김씨를 ‘독선적인 판단을 무모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이번 사건 역시 김씨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주최쪽인 민화협과 정부의 책임을 비중있게 묻고 있다. 참석자 관리나 경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또 “누구든 한미 관계의 안정과 발전을 바란다면 폭력에 기대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김씨가 시도한 것과 같은 방법은 오히려 현안을 논의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했다. 상식적인 지적이다.

   
▲ '좌파 시위꾼의 美대사 테러, 背後까지 밝혀내야 한다'는 제목의 3월 5일자 <문화일보> 사설
   
▲ '충격의 미국대사 피습, 한미 관계 훼손 안돼야' 제목의 <한겨레> 사설

하지만 <문화일보>는 이번 사건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일각의 반미·친북 행태가 극단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극단화된 반미·친북 행태를 벌인 당사자가 ‘개인’이 아닌 ‘일각’이라는 것이다. 일각(一角)은 ‘한 부분’이라는 뜻으로 이것이 사회 이슈와 관련되면 비록 다수는 아니지만 ‘상당한 무리’가 된다. 따라서 한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한 개인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과격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상당한 무리가 이번 사건의 배후세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일보>가 배후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인 셈이다. “사법 당국은 범행 장본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은 물론, 배후까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이른바 ‘386운동권’ 출신인 범인의 테러는 치밀한 계획에 따른 정황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범행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한 세력이 있을 개연성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사건 발생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한미 동맹에 대한 공격”이라는 발언, 여권 일부에서 제기한 ‘친북’ ‘종북’ 등의 언급, 이에 동조하는 공안기관의 조사방침 등에 대해 “어디까지나 김씨의 공격 행위 자체에 초첨을 맞춰야지 무리하게 논점을 확대해서는 정부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한미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하나 <문화일보>는 ‘미 제국주의 물러가라’ ‘휴전협정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한미연합 군사훈련 반대’ 등과 관련, “김 씨는 북한 주장을 조직적으로 복창하다시피 해왔다”면서 “그는 지난 2일 시작된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해 ‘무자비한 불세례’ 운운하는 협박을 해온 북한에 조직적으로 맞장구쳐 온 단체나 세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미 제국주의 물러가라’는 주장은 이미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일 후 주한미군의 남한 존속에 남북이 합의한 바 있다. 80년대 일부 대학 운동권에나 먹혔을 논리가 더 이상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의 “과거사는 한중일 3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발언 등으로 미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미국 물러가라”고 주장하거나 그런 주장이 먹혀들 만큼 시민사회계가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휴전협정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김씨뿐만 아니라 상당수 시민사회종교 단체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구상 어느 나라가 종전 60년이 훨씬 지나도록 평화가 아닌 휴전상태인 경우가 있었는가?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키 리졸브’ 등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전쟁연습 반대’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이기 이전에 한반도의 긴장 해소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바람과도 맞다. 국방 당국은 ‘통상적인 방어 훈련’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어떤 군사훈련도 방어적인 성격만은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양쪽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쪽이 (방어적이건 공격적이건)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면 다른 한 쪽은 그에 대한 맞대응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북한의 경제가 남한에 비해 수십 배 앞선 상황에서 북한과 소련이 동해상에서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전략 폭격기, 거기다 20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동원된 ‘방어훈련’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경제력, 대외 관계가 열세인 남한으로서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고, 이것은 남한 사회의 모든 민주적인 논의나 여론수렴, 정당을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다 무시해도 괜찮은 무법 혹은 독재를 가능하게 하는 외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역지사지도, 현실과 논리도 배제한 <문화일보>의 사설은 따라서 다분히 선동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은 예방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재발방지책을 찾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거나 하게 되면 엉뚱한 데서 제2, 제3의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을 몽땅 태워버리고 마는 것이다.

김기종 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행동으로 유죄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의 지인들의 전언도 그가 평소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통일 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김씨의 행동을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편협한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한 개인의 돌출행동이 이번 사건의 본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나 언론 일각에서 ‘배후’ ‘종북세력’ 운운하는 것은 이 사건을 불필요하게 혹은 의도적으로 확대시킨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다음달에 예정된 보궐선거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안그래도 침체에 빠진 한국 사회의 회복이나 한미관계, 남북관계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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