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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동아시아재던 정책논쟁 제18호

2015년 벽두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각에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최근의 소니해킹 사태는 미국 본토에 본사를 둔, 상징적인 일본 기업의 자회사에 대한 강력한 공격으로 사이버전에 엄청난 분수령이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한국의 박근혜 행정부는 ‘신뢰외교’를 표방하였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없었다. 최고위급 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한국 정부는 조금 더 회유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와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2년만을 남겨둔 점을 감안한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결단을 내리는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적어도 앞으로 2년간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그 변화의 시작으로 천안함 사건으로 가해진 5·24제재를 해제하는 대담한 접근이 유용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는 북핵 문제 등 한층 더 넓은 안보문제들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염두에 두고 설정해야 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러한 노력들의 성과는 김정은 정권의 반응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만이 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미국의 정책: 전략적 인내 2.0
북한과 접촉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는 세 번의 큰 사건들로 인하여 무산되었다. 첫 번째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일어났다. 취임하며 북한에게 접근하려는 의지를 표방한 직후인 2009년 초, 북한은 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을 실시하였다. 2008년에 중단된 6자회담을 재개할 기회는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다.

2010년에 미-북 관계가 호전될 기미를 보였으나 천안함 사건으로 이 역시 중단되었다. 미국에게는 5·24조치 등을 비롯한 이명박 대통령이 취한 정책을 지지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세 번째 사건은 앞의 두 사건에 비해서는 덜 알려졌으나 미국 정책에는 더 큰 영향을 끼쳤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직전에 미국과 북한은 북핵을 사실상 동결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영변에서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핵 활동을 멈추는 데에 동의했다. 나아가 북한은 영변에서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확인하고 감시하며 5MW 원자로와 부속시설의 불능화를 확인할 IAEA 감시단이 돌아오는 것에도 동의했다. 이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면 6자회담이 재개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연계되어 있진 않았지만, 미국은 이 협상과 동시에 넉넉한 양의 식량 원조도 제안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향한 적대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상호 주권 존중과 평등의 정신에 입각하여 양자 관계를 개선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공공연히 확인한 바 있다.

2012년 3월에 북한이 위성 발사 의도를 발표함으로 인하여 이 “윤달 합의”는 물거품이 되었고 나아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행동이 우선되지 않은 협상은 의미가 없다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갖게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그가 재임 중 추진됐던 2007년 또는 2008년의 6자회담이나 윤달 합의보다 퇴보한 조건하에서 6자회담을 재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니해킹 사태 이전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과의 합동 억지활동 강화나 핵확산 위험을 줄이는 데에 주목한 경제제재를 유지하는 것 등의 방어적인 행위에 집중한 바 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등이 제기하는 의문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이 소니 해킹에 관여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새해 시작과 함께 발표된 경제 제재들은 물질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순 있으나, 이 사건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 정부나 노동당 관계자 누군가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이 경제 제재들은 다른 나라들에게 만약 미국에 대한 사이버상의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 경제 제재들이 철회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한반도에서의 새 사건: 신년사
김정은의 지난 두 신년사들은 모두 한국에게는 평화의 손짓을 하는 한편 미국은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분단시키는 원흉이라 비난했다. 그러나 올해 신년사에는 몇 가지 희망적인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특히 국가 소유 기업 부문 등에 대한 개혁을 향한 행간의 언급이 있었다.

이번 신년사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 이후에 통일에 대한 새로운 논의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연설은 공개적으로 관계 개선을 언급하였다. 어쩌면 ‘언급’보다는 ‘요청’이 더 어울리는 정도였다. 지금까지 제안 중 가장 구체적으로 세부사항까지 얘기하였다. 고위급 접촉 및 분야별 회담을 재개하고 특히나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파격적인 제안을 하였다.

‘신뢰외교’의 추진
신년사에 대한 미국 측의 논평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정치적인 입장과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늘 그렇듯 문제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전략을 주장하였다. 차후에 추진할 더 큰 규모의 계획을 약속해 가면서, 서로의 신뢰를 쌓는 초기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에 어떤 것을 타협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개성공단 확장은 작년의 폐쇄 사태를 생각하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현장에서의 안전확보 문제와 한국의 자산이 몰수당하여 있는 점이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한편, 원조는 필요한 곳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지, 정치적 거래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원조를 약속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따라서 앞으로 취할 대담한 접근은 5·24조치의 해제로 시작해야 한다. 5·24조치로 통상 교류를 제재한 것은 북한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남북간의 유일한 통상 관계를 폐쇄해 버린 다소 왜곡된 효과를 가져왔다. 제재의 시행 이후 모든 무역과 투자는 인위적인 통로인 개성공단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제재의 해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하였던 ‘정경 분리(政經分離)’라는 중요한 개념으로 회귀하는 격이 된다. 이는 곧 민간주체들이 무역과 투자의 기회를 얻으면, 이들은 정부의 간섭 혹은 지원 없이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경 분리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북한의 대표적인 전략인 협박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13년과 같이 정치적인 이유로 개성의 무역과 투자를 차단하려 한다면, 그 비용은 한국 정부와 납세자들이 아닌 북한과 관여된 회사들이 전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두 번째는 개성공단 외 북한과의 일반무역이나 위탁 가공 활동 확장이 북한 경제에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비록, 대부분이 국영일지라도, 한국 기업들이 북한의 기업과 직접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5·24조치의 해제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특히 나진 선봉지역)을 통해 물류 수송의 기회를 열고자 구상하고 있는 유라시아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

6자회담으로 향하는 좁은 통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경우 그에 상응한 적당한 원조 제공을 제안한 한국 정부의 현재 정책은 5·24 해제 등 대담한 접근에 비하여 너무 범위가 좁다. 이산가족 상봉에 초점을 두는 것은 일리가 있고, 지속적으로 이러한 가족관계를 인질로 잡는 북한의 태도는 비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더 크고 명백한 접근은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5·24 조치를 정치적 진보의 장벽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확연하다.

하지만 남북교류뿐만 아니라 더 넓은 안보 환경을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과제도 존재한다. 고위급 접촉이 재개될 수 있다면, 북방한계선 문제 등 구체적인 신뢰구축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군 당국간의, 그리고 남북 국방부 장관급의 대화도 포함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한국의 일방적인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만을 요구하며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한미 안보 정책이 북한의 거부권에 휘둘리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 요청은 마땅히 거절되었다. 김정은이 본인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지키고 싶지 않아 한미연합 군사훈련 문제를 빌미로 삼았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앞서 제시된 정치적인 이유와 미 의회의 주도권 변화를 고려했을 때, 미국 측은 6자회담의 재개의 조건으로 북한의 진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외에 새로운 제안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 없이 회담을 약속하였다. 그 대가로 오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관심만을 요청하였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이 더 대담한 접근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테판 해거드/ 스테판 해거드는 University of California-San Diego 한국-태평양학 교수이자 국제관계 및 태평양학 교수이고, 한국-태평양 프로그램의 책임자이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의 정치경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특히 아시아와 한반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와 공동저서로는 Pathways from the Periphery: The Politics of Growth in the Newly Industrializing Countries (1990), The Political Economy of Democratic Transitions (1995),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Asian Financial Crisis (2000), Development, Democracy and Welfare States: Latin America, East Asia, Eastern Europe (2000) 등이 있다. 저자는 현재 개발도상국의 불평등과 민주화, 권위주의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마커스 놀란드와 함께 Famine in North Korea: Markets, Aid, and Reform (2007) 과 Witness to Transformation: Refugee Insights into North Korea (2011)를 포함하여 북한의 정치경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연구하였다. 스테판 해거드와 마커스 놀란드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블로그 "North Korea: Witness to Transformation”를 공동집필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의 편집장이자,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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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해거드  shaggard@ucs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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