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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관계, 어떻게 돌파구를 열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을 갓 넘긴 현재 남북관계는 여전히 엉킨 실타래 모양으로 꼬여 있는 가운데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이 이제 향후 몇 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방과 분단 70년 되는 올 한 해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의미 있게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2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국회한반도평화포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한반도평화포럼 등 6개 단체가 공동으로 광복 70주년·6.15공동선언 15주년 대토론회를 열었다. “남북관계의 과제와 새로운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과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리고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군사적, 경제적, 그리고 민간부문 교류협력 차원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를 진단하고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였다.

   
▲ 27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6.15공동선언 15주년 대토론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윤은주

김종대 편집장은 남북 군사적 대치의 실상을 다섯 가지 게임의 법칙을 들어 분석하는 한편 미사일방어와 사드, 한미 군사훈련 등의 실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현재의 남북한 교착상황은 높은 안보비용을 지불하면서 남북미중의 정치게임과 맞물리게 되는데 “실효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군사적 담론만으로 국가에 공포를 조장하고 높은 안보비용을 초래하면서 안보의 주주이자 고객인 국민은 정작 더 나빠진 안보를 경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사드(THAAD)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의사논쟁(疑似論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사령관인 커티스 스카파로티 대장이 2014년 초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본국에 요청했다고 밝혔고 한국 내 부지 조사까지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 등 중국 고위급 관료들의 거듭된 우려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비용만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을 방어한다는 취지의 사드가 실제 배치 가능성이나 실효성, 군사적 성격과 무관하게 미-중간의 전략적 주도권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주장이다.

김 편집장은 “북한의 과시적 행태에 공포를 느끼지 말고 차분함과 냉정함으로 응대하는 것이 오히려 안보의 관건이 된다”며 “남북간 군사적 대화를 통해 불안정한 교착국면을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10월 아시안게임 특사단 파견 이후 진행된 군사 실무접촉 사례에서 보듯 남과 북은 군사적 대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안보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남북간 위기를 조성하는 대북전단 살포문제나 한미연합 군사훈련 역시 대화를 통해 상당부분 안보의 불안을 제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서 이석기 연구위원은 북한의 시장화 현황을 설명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를 분석했다. 북한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은 먼저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가 약화된 반면 대외무역이 확대되면서 제도적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즉, 소비재나 서비스 부문에서 사적인 영리활동이 일정하게 허용되고 있는데 이는 국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서도 주민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가가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대규모 유통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이나 식당, 운수업 등이 사실상 개인의 투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고용이나 대규모 사적 금융행위는 체제 위협적으로 여겨질 때 철저히 통제되기 때문에 지속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국가가 적극적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하여 새롭게 시장을 창출하는 경우도 나타나는데 무선통신 시장이나 패스트 푸드 등이 대표적 사업이라는 것. 이 경우 국가가 독과점적 지위를 활용해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고 상당한 수입을 확보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한편, 새롭게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표방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핵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이미 개발된 핵 무기를 기반으로 체제 안정을 도모하면서 향후 경제개발을 위한 자원투입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았다. 기존의 국방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은 어쩔 수 없이 국방에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새로운 병진노선 하에서는 경제 효율성 관련 보다 큰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민수부문과 군수부문간 경제적 관계 전환이 이루어지고 지방개발구 개발 계획과의 연관성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문에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기하려는 김정은식 실용주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2015년 신년사에 과학기술, 농축축산, 건설 분문에 집중함으로 가시적 성과를 추구하는 정책노선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경제를 통한 남북관계 변화를 꾀한다면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에서와 같이 민간이 중심이 되는 남북경협을 추진하고 정부나 공공부문 주도의 대규모 경협사업은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 지원이 전면에 대두하면 민간 남북경협도 정부간 사업의 성격을 띠게 되고 정치적 갈등에 경협사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여건만 갖추어지면 민간 남북경협은 신속하게 재개하되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협의 규모나 내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2014년이 대북지원 20여년 역사에서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 동포들이 겪고 있는 생존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며 인간 존엄성 보장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간 교류협력 확대, 그리고 미래의 통일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인도주의의 기본원칙이 무너진 위기 상황이며 이는 곧 남북관계 전체의 위기라고는 강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즉, 남북 당국간 기싸움으로 양측 공히 인도주의를 대북, 대남정책의 종속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더불어 3, 4월에 예정되어 있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공방에 이어 6.15 공동선언 15주년 기념행사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간, 남북간 갈등을 풀지 못하면 70주년 되는 8.15에 이르러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전문가 발제와 토론에 이은 제2세션에서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유호열 고려대 교수가 함께하는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원 의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남북국회회담을 제안한 것처럼 국회 차원에서 국민합의에 기반한 통일준비를 위해 남북관계발전특위 공청회를 열거나 6자 회담국 대사초청 간담회를 여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가 우호적이거나 긍정적이지 않다. 실행전략이 부재한 대북정책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과 같다. 여당이 청와대의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유 교수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김정은 정권 행태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남북관계 침체의 원인은 무엇보다 김정은 정권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북한의 경제가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정책 결과가 아닌 광물자원과 노동인력 수출로 인한 자금운영 결과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핵경제병진노선도 문제라며 남북교류를 통해 북한이 취하는 실제 이해득실의 계산표를 따져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70년대 민주화운동 참여 소회를 길게 밝히면서 “당시 분단을 통치수단으로 이용했던 정권은 통일을 통치담론으로만 내세울 뿐이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정권의 핵심부에 있을 때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맞짱구를 쳤다.

정 전장관은 지난해 초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대박론은 사실상 북한붕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고 보고 이는 김영삼 정부에서도 있었던 통일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붕괴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김대중 정부가 기초를 놓았던 선민후관, 선경후정, 선이후난의 대북정책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의 대북지원으로 북한이 변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성급했다며 20년 이상 일관된 정책을 펼쳤던 동서독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도 했다. 동독이 서독을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 동독시민들의 민심이 서독주도의 통일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도 정권 말기 5.24조치를 해제하려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으며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진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윤은주 기자  ejwarrio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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