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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논란에 인문학을 생각한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일부 공직자들의 처신과 행태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까지 맡았던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청문과정에서 개인의 도덕적 결함과 공인으로서의 자질 부족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현 총리가 청와대가 내세웠던 총리후보자들의 거듭된 낙마로 자리를 보전해오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인사난맥에 분노하기에도 지쳐서 도대체 나라꼴이 왜 이 모양인지 한탄부터 나온다. 총리후보자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왜곡된 언론관은 민주주의의 가치와도 어긋나거니와 공적인 지위를 사적인 권력행사에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습성으로 보아 총리는커녕 여느 공직자로서의 자격조차 의심스럽다.

공직자 자격은 물론 시민적 교양도 못 갖춘 사람들이
이어서 터진 현직 부장판사의 막말댓글 파문도 한 일탈적인 법조인이 저지른 우연한 사건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댓글의 내용을 보면 왜곡된 이념편향에서 비롯된 타자에 대한 증오심이 공정함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법조계에도 스며 있다는 사실이 두려울 정도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지난 대선국면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선거개입 댓글 작업을 그대로 복사하고 있어서, 그 개인적 일탈이 현재의 권력구조가 조장하는 저급한 이념공격과 결합되어 있음이 분명해진다.

이 두 사태는 비단 문제성 있는 두 공직자의 결격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공적인 가치의 영역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주목되어야 한다. 이들은 공히 자신들의 공적인 위치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소양을 갖추지 못했으며, 민주사회에서 마땅히 가져야 할 시민의식조차 없었다. 이처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시민으로서의 교양을 갖추지 못하고 왜곡된 의식에 빠져 있다면 일반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일전에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며 소양을 기르는 인문학은 취업 후에 천천히 하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여 논란을 초래하였다. 취업이야 물론 중요하지만, 인문학이나 소양훈련이 직업과 상반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장관의 편협한 생각도 그렇고, 교양과목을 이수한 후 전공수업으로 들어가는 세계 공통의 대학교육 편제와도 어긋나는 발언이어서 대학인들을 경악하게 하였다.

교육부장관의 대학관은 앞의 두 공직자 사태와 무관한 것 같지만, 실은 그런 공직자를 낳은 사회풍토에서 비롯되고 또 그런 풍토를 더욱 조장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인문학이 무엇인가? 인문학은 인간을 공부하는 학문이며 함께 살기의 윤리를 습득하는 방법이다. 인문학은 대학 교양교육의 중추를 이루고 앞으로 졸업생이 어떤 직장이나 자리에 있게 되더라도 공공적인 시민의식과 품성을 가지도록 훈련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사회의 대학들은 하나같이 인문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생존을 위해 인문학적 과제가 긴요
세월호 참사와 그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다시피 우리 사회는 가진 자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조건이 악화되고 일상적인 안전조차 위협받는 지경으로 치달아 있다. 규제 완화라는 미명 아래 권력의 뒷받침을 받은 해운회사는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선박을 개조하고, 자식들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희생자 가족들의 여망조차 이념의 덫이 씌워진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완구 후보자처럼 언론을 겁박하며 힘을 과시하는 정치인과 막말댓글 판사처럼 세상을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증오의 욕설세례를 퍼붓는 법조인이 나오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는 뜻이라고 자처할지 모르나, 인문학의 가치가 부차적인 것으로 폄훼되고 그런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면, 대학은 더불어 사는 의식을 가진 성숙하고 교양있는 민주시민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앞세우고 힘을 숭배하는 무교양한 기능인들을 길러내는 곳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적 욕심으로 가득한 자격 없는 공직자들이 마치 세월호 선장처럼 공적 책임을 방기하고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어찌 빈발하지 않겠는가. 시민적 교양을 높이는 인문학의 과제가 사회의 생존을 위해서도 긴요하게 된 오늘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윤지관  jkyoon@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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