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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평화통일 세상’평통기연 ‘평화칼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인간은 다른 존재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지난 1월 7일 파리에서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 일본인 참수형과 요르단 조종사 화형사건들을 접하면서 드는 의문이다. 작년에는 미국인 기자의 참수한 머리를 그의 배위에 올려놓은 끔찍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보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 국가’(IS)의 우두머리는 이슬람학 박사인 알바그다디 라고 하는 사람이다. 종교적인 인간이 종교적인 신념으로 남을 증오할 때 인간은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성을 보이는 것같다. 도대체 이러한 잔인함과 폭력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인간은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이러한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폭력성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인가?

올해로 분단 70주년을 맞이했다. 1985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6·15 공동선언이 나오고 그 해 8월에 이산가족상봉의 길이 열리면서 한반도에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통일의 꿈이 선뜻 현실로 다가온 것 같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보수정권이 등장하면서 남북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고가며 지금까지 조금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5·24조치로 남북의 인적·물적 교류가 잠정적으로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도대체 이 길고 무거운 분단의 질곡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는 것인가?

결국 남북 분단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증오와 폭력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증오와 폭력은 “때려잡자, 김일성” 같은 무시무시한 표어에서뿐 아니라 요즈음 언론에 회자되는 것처럼 현직 부장판사의 댓글에서도 나타난다. 그가 올린 수천 건의 댓글 중에는 “박통, 전통 때 물고문이 좋았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도끼로 쪼개버려야 한다”와 같은 끔찍한 글들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이 법관 윤리강령에 어긋나는지 혹은 국가공무원의 중립성에 위반되는 것인지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과 언어의 폭력성이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안고 있는 어떤 근원적인 문제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70년을 우리는 너무나 어려운 시기를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살아왔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의식구조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깊이 병들고 말았다. 그 결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종북이나 보수꼴통으로 매도하고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분단과 갈등의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도저히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분열의 벽에 갇혀서 상대방을 증오하고 온갖 종류의 폭력을 서슴지 않는 갈등과 분노의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갈 수 없는 것인가?

평화통일은 서로 다른 종교, 사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흡수 통합하거나 지배하려 들지 않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에 다름 아니다. 논어에서 말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세계다. 너와 내가 서로 다르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하나님 나라에 가까운 세상일 것이다.

   
 

우리가 평화통일이라는 세상을 염원하고 바라는 것은 통일을 통해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되고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우리 민족 공동체 전체가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모순을 극복하고 함께 행복한 구원의 세계를 열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한 차원 높은 신앙적 희망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우리들 안에 도사리고 있는 배타적인 증오심과 폭력성,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자기방어적인 두려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평화통일의 길에 보탬이 되는 기독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평화통일의 길은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박경조/ 성공회 주교, 녹색연합 상임대표

박경조  44k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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