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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후 토지개혁은…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죠”통일 이후를 그리는 사람들(1)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조성찬 박사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통일 이후의 모습을 그리지는 못한다. 통일의 당위성이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지만 통일후 한반도의 모습을 그려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에 <유코리아뉴스>는 연중기획을 통해 ‘통일 이후를 그리는 사람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이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생각을 촘촘하게 담아내는 데 목적이 있다.  

 

고위공직자들 대부분이 ‘땅부자’라는 통계가 공개됐다(관련기사 참고). 가장 가난한 계층보다는 22배, 가장 부유한 계층보다도 4배나 많은 부동산을 보유했다고 하니, 소위 말하는 ‘상위 1%’인 셈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현실이 이렇다보니 자신이 가진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다. 고통받는 서민들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 이유다.

그런데 이 문제는 통일을 대비했을 때, 더 시급히 해결할 문제라는 게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박사와 조성찬 박사의 생각이다. “남한의 시장경제가 이렇게 엉망인데 남한의 체제를 북한에 도입하는 통일은 재앙”이라는 것이다. 토지정의를 위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던 이들을 만나 남한과 북한의 토지문제 현실과, 통일을 위한 토지개혁 방향에 대해 들었다.

◇ 인터뷰는 서울시 용산구 헨리조지센터 <토지+자유연구소>에서 진행됐다.

   
▲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과 조성찬 토지주택센터장 ⓒ유코리아뉴스


남한 사회의 핵심 모순인 토지문제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


-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남기업(이하 ‘남’) : 흔히 토지 투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불로소득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금융과도 엮여있다. 사람이 땅을 살 때 집이나 토지를 담보로 해서 돈을 빌리고 땅을 산다. 그러면 땅값이 올라간다. 올라가는 걸 보고 사람들이 또 올라간 ‘가치’를 이용해 대출을 받는다. 그래서 다시 땅을 산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거품이 생긴다. 그러다가 거품이 일순간에 꺼지게 되면, 대출을 갚을 능력이 없어지고 금융기관이 부실화 되는 과정이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한마디로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이다. 거품이 생길 때는 괜찮지만, 그게 붕괴하니깐 금융기관도 부실화되고 <리먼브라더스>같은 회사가 무너진다.

- 토지를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불평등도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남 : 그렇다.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특별한 일을 안했는데, 계속해서 더 부자가 된다. 없는 사람은 잘못도 안했는데, 계속 가난해진다. 그런 빈부격차 문제가 토지문제에서 기인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토지 투기가 일어나면) 기업을 새로 시작하기도 어려워진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쉽게 기업을 시작하기 힘들어 진다. 기업이 힘들어지면 일자리도 창출되기가 힘들다.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토지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심각성에 비하면 토지문제를 다루는 학자들이나 전문가가 너무 없는 것 같다.
남 : 한국에 대안을 얘기하는 많은 학자그룹에서는 토지문제를 가볍게 다룬다. 주택문제 하나를 보면 대출이 위험하니깐, 대출을 규제하는 식으로 단순한 접근을 할 뿐이다. 토지문제가 노동, 노동자의 삶, 기업, 금융에 영향을 끼쳐 그들을 위험하게 만들고, 빈부격차도 심하게 만드는지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다.


   
▲ 남기업 박사는 성균관대와 아세아신학대 강사 및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공정국가: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모델>과 <지공주의:새로운 대안경제체제> 등이 있다. ⓒ유코리아뉴스


- 결국 지금과 같은 토지제도로는 북한을 설득할 수 없어 보인다. “남조선은 소수의 가진자의 호화판에 사는 부익부의 세상이지만 못 가진 다수의 근로자들은 눈물 속에 죽지 못해 살아가는 빈익빈의 세상이다”라는 북한의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남 : 그래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모델이 필요하고, 새로운 토지제도가 필요하다. 대안모델을 제시한 내용을 <공정국가>(개마고원 펴냄)란 책에 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토지개혁은 통일을 위한 대안모델 구상의 핵심이 될 것이다.



통일후 북한의 토지개혁은
매년 지대를 납부하는 공공토지임대제로

- 최근 출판한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에 보면, 통일을 대비해서 북한 토지개혁 방안으로 공공토지임대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공공토지임대제라는 게 무엇인가?
조성찬(이하 ‘조’) : 토지 소유제도의 유형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눴을 때 그중 사용권을 제외한 처분권과 가치수익권을 국가에서 갖는 것이다. 쉽게 말해 땅을 국가가 소유하면서, 임대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투기가 일어나지 않고, 다른 세금을 감면해줄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토지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 환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미 사유화 된 남한에서는 토지세를 높게 측정함으로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이 토지제도에 있어 접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제도가 공공토지임대제일 수 있는 것이다.

   
▲ 토지 소유제도의 유형

표를 보면 알겠지만, 지금의 북한은 토지 공유제에 가깝다. 정치권력에 따라 땅이 분배되고, 시장가격이 없기 때문에 아무 비용 없이 사용해 낭비되는 측면도 높다. 그렇다고 흡수통일이 아닌 이상, 북한 정부가 나서서 토지 사유제로 개혁할 이유는 없다. 정권의 핵심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결국 개혁과 개방이 불가피해진 북한은 공공토지임대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구체적인 단서들이 있다면?
조 : 북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국도 개혁, 개방 이후에 공공토지임대제로 바꾸었다. 중국의 사례는 북한 당국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실제로도 북한은 공공토지임대제를 추진중에 있다. 1984년 9월 8일 공포한 <합영법>을 중심으로 경제특구에 토지 유상 사용을 확대하는 법을 꾸준히 추진중이다. 현재 개성공단, 나진-선봉경제특구 및 신의주 행정특구에서 50년 기한의 토지사용권 임대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 중국을 언급하셨다. 중국의 공공토지임대제는 잘 실행되고 있는지?
조 : 중국의 토지개혁은 1982~7년에 심천, 무슨 등에서 토지 사용료를 징수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도시에 적용된 것은 1990년부터다. 중국 사례에도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하나는 개혁 이전에 토지 사용권을 획득한 기업이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토지를 향유하는 구조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대를 매년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하지만 쉽지 않는 상황이다. 매각 방식도 문제다. 지대를 일시불로 납부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일시에 막대한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게 된다. 예를 들어 1년 임대료가 만원일 때, 50년이면 50만원을 한꺼번에 치르는 방식이라 투기가 일어난다. 중국도 최근 매년 지대를 납부하도록 방식을 바꾸는 중이다.

- 그럼 북한에는 매년 지대를 납부하는 공공토지임대제 모델이 맞는다는 결론이다.
조 : 그렇다. 이미 경제특구를 대상으로 해왔고, 일반 도시에도 수정 후 적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모델의 이론적 체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원칙과 정신일 것이다. 이 모델의 핵심 원칙은 평등한 토지사용권이다. 이 원칙은 남한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원칙의 지점에 남과 북이 가까워질 때 통일도 현실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 조성찬 박사는 중국 런민 대학교 토지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토지관리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천발전연구원, 국토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중국 도시 토지연조제 및 북한 경제특구에의 적용 모형 연구> <선전경제특구 공공토지임대제 개혁과정에서 지대납부 방식의 중요성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유코리아뉴스


- 북한 농촌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관광특구, 경제특구가 아닌 농촌지역은 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조 : 현재 북한 농촌의 토지개혁 과정은 중국 농촌의 토지개혁 과정과 크게 유사하다. 일정규모 이상의 개인소유 토지를 무상몰수하고 무상분배한 점, 아주 짧은 기간동안 토지 사유권을 인정했던 점, 농업집단화 사업을 통해 국가토지 소유제 확립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북한에서 실시하고 있는 협동농장은 1954년도부터 시작해 1958년에 완성되었다. 이는 중국의 농지소유제 개혁 3단계인 인민공사 집체소유제와 유사하다. 협동농장과 인민공사 실험 모두 농촌이 피폐해지게 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중국처럼 농지개혁을 통해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과제이다.

- 중국이 농지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과정이 궁금하다.
조 : 과거 모택동이 토지개혁을 하면서 농민들에게 토지소유권을 줬었다. 그래서 지지을 얻었고, 내전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사회주의완성단계로 접어들면서 소유권을 다시 환수해갔다. 1960년대에 인민공사가 들어섰고, 농민들은 그곳의 노동자로 전락했다. 농지의 소유권이나 사유권 모두 나라가 환수했다. 당연히 농업생산량을 떨어졌고, 근로의욕도 곤두박질쳤다. 기근이 왔고, 농민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12명 정도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르게 자기들끼리 농지를 나눠서 경작하기에 이르렀다. 과거에 소유권을 가졌을 때의 기억을 살린 것이다. 생산협약서를 맺고 도장도 찍었다. 새로운 개혁이라 이름붙이기도 그런, 그야말로 경자유전의 원칙일 뿐이었다. 1978년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농지개혁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자급자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밑으로부터의 개혁이었다.

- 북한에서도 가능하리라고 보는지?
조 :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농지 사용 제도를 개혁한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 정부가 얼마나 개혁의지를 보여 주는지가 관건이다.
북한 농촌도 지금 나름대로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농촌에서는 토지 사용료를 납부하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북한의 <헌법>과 <토지법>은 토지 사용료를 규정하지 않았으나 시장경제요소를 도입하기 위해 2002년 7월에 공포한 <7.1경제관리개선조치>와 <토지사용료 납부규정>을 통해 농촌 토지 사용료를 규정했다. 농민은 농업 생산물의 일정 부분을 현금의 형식으로 국가에 납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식량사정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농촌에 토지 사용권을 나누어 주고, 대규모 영농이 가능하도록 자발적인 토지 출자에 기초한 협동농장 또는 농업합작사라는 농촌 실정에 부합하는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남북 모두 평등한 토지사용권의 가치를 공유해야
통일도 가까이 올 것

- 결국 남한과 북한 모두 토지 문제에 묶여 있다. 공공토지임대제가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바꾸는 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조 : 남한과 북한이 평등한 토지사용권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하고,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토지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놀랍게 변할 것이다. 남한에서는 지대조세제를 강화해 왜곡된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 경제력이 더 튼튼해질 것이다. 북한에서는 매년 지대 납부 방식으로 공공토지임대제를 도시와 농촌에 실시해 중국이 경험하는 부동산 투기를 사전에 예방하면서도 건강하고 안정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남한과 북한 모두 변화의 결심만 남은 것이다.

-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토지로 불로소득을 누리는 사람들의 힘이 너무 세다.
남 : 요즘 우리 안에 깊게 패배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패배주의에 깊게 젖게 되면, 사람들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어차피 안 될테니깐, 난 잘못된 룰에 희생자가 되기보다는 난 거기서 좀 이익을 누리겠다”라는 생각을 한. 게임의 룰이 안 바뀔 거라 생각을 하니까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신앙의 힘으로 넘어가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패배주의 기회주의를 초극해야 할 것이다.

- 구체적인 방법은 없을까?
남 : 공공토지임대제, 부동산백지신탁제 등은 매우 구체적인 제도이다. 이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이 출연해야 한다. 그리고 집권해야 한다. 통일되기 전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하는 정당이 나와야 한다. 소수자로 남아서 이런 좋은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한들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땅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권력, 언론권력, 학계권력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 그들은 통일된 북한의 땅도 사유화되기를 바랄 것 같다.
남 :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남한에서 하듯이 북한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하려 할 것이다. 통일 후 그런 모습을 막을 사람이 없다면 통일 한반도는 매우 암울한 모습이 될 것이다.


   
▲ 남기업 소장과 조성찬 박사, 그리고 김윤상 경북대 교수 등이 공동집필한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에서는 한국 사회의 여러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정의에 입각한 토지원리 부재에 원인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통일 대안모델 역시 토지정의가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 가장 이상적인 통일 형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조 : 북한 토지개혁 방식은 남북한이 갈등과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동등한 통일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다. 현재 남한에서는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토지개혁과 관련해서도 어떤 토지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 접근하는데 남한 위주의 사고인 것 같다. <6.15남북공동선언>이나 <10.4남북정상선언>에서 남북한의 두 정상이 합의한 연합제(남)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북) 통일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주체적으로 어떤 토지제도로 개혁해야 하는지가 바른 표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 가장 실제적이라고 생각한다.

- 통일 후 한반도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조 : 성서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새술을 헌 부대에 담을 경우 부대가 터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도 마찬가지고 통일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사회구조와 잘못된 개인의 인식틀에 새로운 제도와 통일을 담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가 자기분열적인 고통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패배주의에 빠진 우리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새 부대가 필요하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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