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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배려의 시대정신

요즘 시대의 문화와 시대사조를 일컫는 대표적인 단어가 바로 신자유주의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나타난 담론은 국가보다는 시장을 강조하고 공동체보다는 자아실현을 우선시하는 시대이다. 이 가운데 시장은 우상시되고 절대시 되게 된다. 그 결과 개인에게는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소비하는 경쟁과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비단 정치, 경제와 같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사상과 문화, 생활양식과 같은 우리의 삶 속 깊숙한 곳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어느덧 웅크렸던 우리네 수줍은 마음은 밖으로 조금씩 나타나게 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일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심미적, 주관적 표현방식도 자연스레 나타나게 된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길거리 남녀간의 뜨거운 애정행각은 어느덧 우리네 거리의 한 풍경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에서 해방된 여성들은 담배를 물고 하나둘씩 거리를 나서게 되었다. 그간 움츠리고 있던 동성연애에 대한 논쟁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대중들은 자기만의 아름다운 몸매 관리를 위하여 남녀노소 헬스장, 바디샵 등을 드나들고 너도나도 다이어트 경쟁에 여념이 없다. 직장 내 조직문화의 상징이었던 양복과 구두는 어느새 캐주얼과 백팩, 워킹화를 싣는 웰빙족들로 변모되었다.

그러나 한편 경쟁이라는 시장의 법칙에서 도태된 이들은 커다란 상처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흔히 일컫는 ‘88만원 세대’는 꿈과 희망으로 미래를 일궈나가야 할 오늘날 우리네 청년들의 구조적 모순과 꽉 막힌 곤고한 삶을 잘 말해주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알바와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연애와 결혼은 사치에 가깝다. 경쟁에서 도태된 청년들은 어느덧 심미적이고 주관적인 기본적 욕구조차 박탈당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어느덧 ‘삼포세대’를 넘어 ‘오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가까스로 취업의 문이 열리고 개인의 낭만을 찾을 즈음이면 이들에겐 또 다시 조직 내 치열한 경쟁과 불안한 미래의 공포와 싸워나가야 한다. 결국 이들은 다시 고독해지고 점점 고립되게 된다. 소셜네트워크 상에는 매일 표정 없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를 한탄하며 무너져가는 자기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자 오늘밤도 자신의 흔적과 생각, 사진들을 게시하며 스스로의 얼굴을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이 소셜네트워크상의 소통공간에서조차 그들은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평가되며 더 비싼 음식, 더 좋은 인간관계를 과시하는 또 다른 경쟁의 공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모든 두드러짐에는 과잉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스스로의 표현의 한계를 넘나드는 초정상적 자극은 결국 비이성과 비본질, 상대론과 허무주의의 결과만을 남기게 된다. 이러한 표현 과잉의 시대에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스스로의 내면을 가꾸고 하나둘씩 스스로를 정의내리는 작업일 것이다. 우리는 그간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지배되어 우리의 기본적인 삶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시장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문명의 이기는 가치를 축소시키고 점점 우리의 내면을 피폐하게 만들어버렸다.

여러 대형사건, 사고가 잦아지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사라진 이 시대, 인류의 시계바늘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이때 경쟁에서 패배한 자들이 점점 넘쳐나게 되면 개인의 표현과 경쟁은 환원주의로 귀결되고 이내 신자유주의는 종말을 맞게 될 수도 있겠다. 이후엔 너도나도 참선을 하거나 종교에 귀의하면서 내면을 가꾸자는 진풍경이 연출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제도와 사람이 바뀌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바로 우리 내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큰 법이다. 마치 수도꼭지가 바뀌면 악취도 사라지고 물맛도 바뀔 거란 기대를 가질 수 없게 되듯이 이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이젠 조용히 눈을 감고 스스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경쟁과 표현이 강조되는 이 시대,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여유와 관용, 배려의 시간이 주어져야만 한다. 이것 또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시대정신일 것이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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