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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딜레마에 빠진 남북관계 그 해법은?계간 <통일코리아> 최신호, ‘분단 70년, 통일코리아의 길을 열다’ 특집 통해 해법 제시

국토분단 70년인 올해, 과연 남북은 대결상태를 접고 화해와 통일의 ‘대통로’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올해 남북한의 내적 상황, 그리고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라는 외적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엄중한 현실의 한가운데서 남북간 화해와 통일을 위한 탈출구는 무엇일까? 최근 발간된 계간 <통일코리아> 2015 제1권 특집 ‘분단 70년, 통일코리아의 길을 열다’가 이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엔 문정인(연세대)·김근식(경남대)·고유환(동국대) 교수,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등 국내 최고의 북한·통일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 '분단 70년, 통일코리아의 길을 열다' 특집을 비롯해 다양한 통일 이슈를 다룬 계간 <통일코리아> 2015 제1권 표지


우선 남북 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2015년,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제관계, 남북 국내 변수들을 각각 짚어봤다.

2015년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
문정인 교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위협’ 카드를 계속 사용하고, 이에 따라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대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에서 드러나듯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의 대 동북아정책에 주로 ‘워싱턴 기류’(중국의 부상을 현실로 인정하고 중국과 함께 G-2라는 양두 지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상하이 학파와 달리 중국의 부상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미국의 패권적 위상을 훼손할 수밖에 없으므로 견제·봉쇄해야 한다는 크로우 학파의 시각을 오마바 행정부가 견지하고 있다는 필자의 견해를 뜻함)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이에 따라 “핵문제는 물론이고 인권 문제나 소니사에 대한 사이버 테러를 빌미로 미국의 ‘북한 악마화’ 캠페인은 물론 대북 제재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게다가 이란 핵 협상, IS 퇴치,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오바마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현안들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북한 문제는 계속 미국 지도부의 정책적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변화가 있을까. 문 교수는 “중국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실있게 추진해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나가기를 바랄 것”이라면서 “중국으로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면 그 자체가 중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한미동맹 강화를 차단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과의 긴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최대의 ‘꽃놀이 패’를 가진 셈인데, 과연 그럴까? 문 교수는 그것은 한마디로 ‘망상’이라고 했다.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며 대중 견제전선에 올인할 경우 한중관계 악화와 북중관계 개선, 남북관계가 요동칠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동맹 없는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대접받기도 요원한 상황에서 중국에 편승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문 교수는 “한마디로 말해 어정쩡한 외교를 펴다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버림받아 고립에 처할 수도 있는 형국”이라며 “그렇다고 핵무장을 통한 자주국방이나 영세중립국 선언과 같은 소극적 외교가 우리의 안보딜레마를 해소해 줄 수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중 관계에서는 한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게 문 교수의 시각이다.

배기찬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상당수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역할에 대해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배 이사장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핵심이 중국견제를 위한 미일한 삼각체제의 형성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기적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은 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의 변수가 아니라 현재의 분단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상수”라며 “중국 또한 현재의 조건에서는 분단체제 유지의 상수”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중국을 통한 북한 변화 시도나 남북관계 개선 시도는 미국과의 관계만 악화시키고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을 약화시킬 뿐 현실성이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문 교수의 시각과 배치되는 셈이다.

배 이사장은 “분단이 70년간 지속된 상황을 보면 외적 요인 못지않게 민족 내부의 원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의 ‘백두혈통 독재체제’가 근본적으로 분단체제에 기초를 두고 있다면 남한의 보수체제도 근본적으로 분단체제에 기초를 두고 있다”며 “특히 남한의 보수체제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기둥은 미국과 북한의 존재, 즉 미국에 대한 의존과 북한과의 적대적 경쟁”이라고 밝혔다. 특히 배 이사장은 북한에 대해 “김정은이 2015년 신년사를 통해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자’고 외쳤지만 통일은 그들의 핵심 관심사가 아니다”며 “북한의 핵심 관심사는 체제생존을 위한 사상강국·군사강국·경제강국이고, 이것은 현 단계에서 핵무장과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1월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14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반면 김근식 교수는 “2014년 북한은 북러 협력 확대와 북일 교섭 재개 등 김정은 시대의 외교다변화 노력을 보여줬다”며 “2015년에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로 북러 협력의 정점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북한 특유의 ‘시계추 외교’를 강화함으로써 결국에는 북중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올해 내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핵무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통해 안보확보에 자신감을 갖게 됨으로써 과거처럼 대미 협상에 목을 매달지 않게 되었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또한 북한의 대내외 정세는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대화 진전을 마다할 리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김 교수는 “북한이 2015년 북중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처지에서 대결과 교착의 남북관계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남북관계가 북한에게는 훨씬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게도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역시 집권 3년차에도 남북관계의 정상화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통일대박론이나 통준위 활동의 현실적 의미는 급감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중 관계와 중일 관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라는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의 적극적 개입력과 발언권을 상실한 채 여전히 미중일 사이에서 끼어 있는 어려운 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딜레마의 남북관계, 그 해법은?
그렇다면 딜레마에 처한, 탈출구가 없는 한반도 상황의 타개책은 없는 것일까? 있다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유환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을 제시했다. 분단국가 정치권력의 속성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수년째 경색된 상황에서 당장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따라붙는다. 가장 큰 것은 북핵문제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관계를 핵개발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마당에 당장 북핵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남북 정상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려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관련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남북정상회담 성사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핵 해법과 관련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국가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과 회담 이후의 가시적 성과까지 마련되어야 정상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정상회담 이후 핵문제 해결 등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교류협력의 증대 등 성과가 나타난다면 남북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강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십이 약화되고 국정수행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결국 성과가 기대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그러면서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남북한 지도자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분단이 지속되도록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민초들로부터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이념과 체제가 천륜(이산가족 상봉,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구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정인 교수 역시 남북관계를 핵심변수로 꼽았다. 문 교수는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한미, 한중간에 균형외교를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남북, 한미, 한중, 더 나아가서는 미중간 협력관계의 선순환 구도가 공고화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동북아지역 공동체 구축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근식 교수는 “2015년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군사적 의제와 경제적 사회문화적 의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포괄적 협상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며 “내 대화 제의는 되고 상대방의 대화 제의는 묵살해버린다면 2015년도 다시 엇박자만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남북 당국이 끊임없이 마찰하고 있는 5·24조치는 형식적으로 남겨두되 남북간 교역과 교류 및 투자를 승인해줌으로써 사실상 5·24조치를 무력화하는 우회전략을 검토할 것, 북한이 먼저 행동을 바꾸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조건없는 인도적 지원을 시행하는 것 등을 남북관계 개선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배기찬 이사장은 “분단체제 해체와 남북관계 개선의 주체는 남한이다. 남한 중에서도 색깔론 등 분단체제에 의존하지 않고 통일에 대해 간절한 비전과 구체적 전략을 가진 정치세력이 핵심주체라고 할 수 있다”며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핵심가치를 견지하면서 남한의 여러 정치사회세력을 통합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에 대해 유연하고 지혜로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세력만이 코리아의 통일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단세력이 아닌 통일세력을 규합할 때 통일이 가시권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배 이사장은 지난 1월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광주·전남 등 전국에서 통일대장정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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