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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덩어리로 임재하신 하나님심주일 목사의 탈북일기(11)

상강역 대합실에서 새벽 3시, 달 지는 시간까지 기다렸다. 때는 3월이라 낮에는 따뜻했지만 밤에는 쌀쌀하고 추웠다. 역전 대합실은 난방이 안 되어 있었고 전기도 없었다.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먹을 것을 구하겠다고 평안남도를 비롯한 남쪽의 사람들이 자강도 산골 사람들에게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을 구입하려고 열차가 다니지 않으니까 걸어서 가기까지 했다. 그들은 상강역전 대합실에서 조금 쉬다가 또 걸었다. 걷는 과정에서 국경 경비를 서는 군인들에게 얼마나 단속을 받으며 애를 먹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고 세상에 이런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싶었다.

밤이 점점 깊어가자 국경경비를 하는 군인들이 순찰을 시작했다. 역전 대합실에 들어선 장교(군관)대위 외 하전사 군인 2명이 그 군관 대위의 지시 하에 이사람 저사람 할 것없이 모조리 증명서를 보자고 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증명서를 요구했다. 그때 이미 나는 계급장이고 뭐고 다 떼고 강을 도하할 수 있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군인이 아니고 사민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나는 대위에게 증명서를 내보였다. 그제야 대위는 내가 군인, 그것도 자기보다 한참 높은 계급을 가진 군인임을 알았다. 또 증명서도 인민무력부에서 발급하는 출장명령서와 당에서 발급하는 당 신임장까지 가지고 있었으므로 증명서로는 의심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대위는 내가 군복을 입지 않아서인지 약간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때에는 먼저 받아치는 것이 제일 좋다. "뭐 증명서가 잘못되기라도 했는가?"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대위는 물러났다.

드디어 새벽3시

달은 서산으로 넘어갔으나 그 여운은 아직도 남아 았었다. 칠흑같은 밤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더 기다릴 시간이 없다. 역전 대합실 마당에 나와 섰다. 참으로 난감했다. 이제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무서웠다. 나는 어찌할 줄을 몰라 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아, 하나님!" 하고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찾았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기도를 시작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 목숨을 걸고 이 강을 건너려고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저는 이 나라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 인민도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 영도자와 정치는 영원히 결별합니다. 죽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하나님께 입으로 소리내어 드린 기도였다. 물론 이미 전에 마음속으로 하나님 앞에 소원한 것은 많았다. "북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아야 한다. 반드시 그 일을 내가 해야 한다"라는 소명도 받은 것이다.

분명히 하나님은 그날 나의 기도를 들으셨다. 그리고 응답하셨다. "너는 앞으로 가라, 가기만 하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너를 도울 것이다."라는 음성을 들었다.  나는 "그래 앞으로 가면 된다"라는 확신을 갖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두려움은 사라지고 마음은 담대해졌다. 밤이라 내 얼굴 표정을 누가 볼 수는 없었지만 만일 볼 수 있었다면 몹시 근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체 모를 불 덩어리

나는 계속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직경이 한 70cm 정도 되는 불덩이가 나의 눈앞에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불덩이는 붉다 못해 거의 흰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덩이는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순간 나의 마음속이 뜨거워졌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는 모르지만 얼마간 지체하던 그 불덩이는 압록강을 건너 중국 쪽으로 멀리멀리 사라졌다. 아무도 나를 간섭할 수 없는 그 순간, 도대체 그 불덩이는 무엇이며 나에게 "넌 앞으로 가라, 가기만 하면 누군가가 너를 도울 것이다"라고 들려준 그 음성은 누구의 음성이며 "그래, 앞으로 가면 된다"는 확신을 갖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떠밀어 주신 분은 누구인가.

나는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라고 담대히 고백할 수 있다. 이 일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성경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깨닫고 음성을 듣고 떠나 압록강을 건너야 할 나에게 하나님 이외에 누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내가 분명히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그러니 그분은 하나님인 것이다.

북한의 모든 영혼들, 정치장교들, 당 일꾼들, 그리고 사회과학자들과 무신론자들에게 나는 지금도 담대하게 전하고 싶다. "하나님은 분명 살아 계시다"고 말이다. 하나님은 여호수아 1장 9절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계신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여호수아도 사람인데 모세의 위업을 계승받아 이스라엘 민족을 총 지휘하여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얼마나 무서워했을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러한 심정은 강을 건너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담대해져서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강을 건너간다. 여호수아가 두려워하던 마음, 그러나 하나님의 영을 덧입어 담대했던 그 마음이 나에게도 있었다. 나 또한 죽음을 무릎쓰고 강을 건너보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삼촌 집으로 피난을 가다가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그리고 거기에 기름을 붓고 예배의 단을 쌓는다. 나에게 있어서 벧엘은 압록강 옆 상강마을 상강역 앞마당이다. 나는 지금도 하나님께 기도할 때마다 내 고향보다 먼저 그 상강마을에 교회를 세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성경은 누구도 하나님을 본 자가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측량할 길 없는 섭리로 나타나시고 임재하신다.

드디어 발걸음을 압록강 쪽으로 내디뎠다. 상강역과 결핵요양소 사이의 거리는 150m 쯤 되는 것 같았다. 결핵요양소 정문에 도착하여 경비실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경비들은 다 잠을 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경비실을 통과하여 결핵요양소 안으로 들어가 점점 압록강 쪽으로 내려갔다. 얼마쯤 내려가니 결핵요양소에 필요한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펌프장이 있었다. 그 펌프장은 바로 강 옆에 있었고 이제는 곧 강이다. 

낮에 정찰은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생소하였다. 강의 건너편 기슭에 앉아서 수면을 바라보니 큰 돌들이 물 위로 우뚝우뚝 솟아 있었다. 그 돌을 밟으며 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밟은 돌 위에 않아 수면을 감시하고 다음 돌을 밟아 나가는 방법으로 중국 땅에 거의 도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돌을 잘못디뎌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날은 3월 19일 이라 물이 몹시 찼다. 계획한 대로 사흘 이내에 나는 북한 땅을 빠져 나왔다.

중국 땅에 도착하다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에 도착하니, 압록강이 중국 쪽으로 굽어 흘러서 물살에 땅이 파이지 않도록 시멘트로 만든 높이 3-4m 정도의 절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 절벽 위에 도로가 있고 도로 옆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난간이 있었다. 강 기슭에 도착을 했지만 그 절벽을 올라야만 도로에 올라 설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절벽을 오를 밧줄이 있을리가 없었다. 절벽에 잡을 만한 무언가가 없을까 하여 이리저리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절벽을 타고 내려온 풀줄기가 잡혔는데 그것은 강물 있는 데까지 절벽을 덮고 있었다. 손으로 그 풀을 한 줌 쥐고 힘을 주어 당겨보니 내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겠다는 감이 왔다.  나는 더 지체할 수 없어 그 풀줄기를 밧줄처럼 당기면서 올라갔다. 절벽을 넘어 도로에 놓인 난간을 뛰어 넘는 순간 나는 드디어 중국에 온 것을 실감했다. 중국 땅, 다른 민족이 사는 땅, 내 조국 땅이 아닌 남의 나라 땅을 이렇게 도적질 하듯 처음으로 밟았다.

압록강을 건널 때의 심정을 지금도 말과 글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그저 단 한마디, 붕 떠서 날아 넘은 것 같다. 하나님이 나를 들어 북한 땅에서 중국 땅으로 옮겨 놓으신 것이다. <계속>

심주일 목사의 ‘탈북 일기’는 책 ‘멈출 수 없는 소명’(토기장이) 내용을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요약, 연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부천 창조교회 담임)

심주일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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