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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정의 자녀양육, 국가가 분담해야

얼마 전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어린이 학대 CCTV 동영상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어린 자녀를 보육원에 보내는 부모들로서는 커다란 우려와 근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후 연일 이와 유사한 보육원 내 아동학대 동영상들이 유포되며 그간 무심했던 우리 아동들의 인권문제와 보육원의 운영실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히 보육교사 한 개인의 자질문제로만 볼 수 없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기까지의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또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보육교사의 자질문제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 맞벌이 부모들의 어려운 가계살림, 아동학대와 인권침해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 국가적 관리감독체계의 부재가 가져다준 복합적 결과였다.

어린이 시기는 인격과 재능이 성장하고 뇌의 발달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추억들은 먼 훗날 한 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인격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인하여 우리네 아이들은 친부모들의 사랑을 받으며 양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저출산과 핵가족화로 인한 급격한 가정의 붕괴로 어린아이들을 돌보아 줄 형이나 누나, 옆집 아주머니조차 사라진 까닭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네 어린이들은 보육원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육원의 실태와 시스템은 매우 열악하다. 최근 조사한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육대상 아동들은 2000년 69만 명에서 2013년 149만 명으로 늘어났고 보육원수 또한 2000년 1만 개에서 2013년에는 4만 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중 국공립 시설은 고작 10%에 불과했다. 사립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임차건물 또는 기본재산이 없어도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시설이 미흡하거나 보건환경이 좋지 못한 자격미달의 보육시설들이 즐비하다.

아동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 내 무관심과 아동학대에 대한 미온적인 처벌도 문제이다. 최근 몇 년간 아동학대 신고접수 사건의 60% 가량만이 제재조치가 이뤄졌고 30% 가량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보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보육진흥원 또한 보육에 관한 단순 행정처리만 담당할 뿐 보육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당해 인천 어린이집도 지난 해 평가점수 100점 만점에 95점을 받은 바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와 근무환경에도 문제가 있다. 보육교사는 가장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게다가 하루 평균 10시간의 노동시간과 인당 20여명에 이르는 아이들의 교육, 안전, 보건, 급양 등 보육에 관한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은 고작 국공립의 경우 150만 원, 민간은 120만 원 가량에 불과하다. 보육원 내 점심시간 풍경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식사를 시키려는 보육교사와 이를 기피하려는 어린이들간의 실랑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를 타고 전이된 감기 바이러스로 인해 감기를 달고 사는 보육교사들도 넘쳐난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육교사의 자질 또한 문제이다. 보육교사는 현재 인성과 실무에 대한 검증절차 없이 인터넷을 통한 학점은행제로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현업 보육교사의 61%는 학점은행제 또는 사이버대학에서 1년 만에 자격증을 딴 온라인 자격자였으며 이들의 합격률은 95%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87%에 이르는 현역 보육교사들 또한 자격요건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향후 교원대 또는 교직 이수자 출신의 비임용자를 보육교사로 활용하는 방안, 보육교사 시험에 실기 및 실습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면밀한 진단과 처방 없이 단순히 ‘CCTV 설치의무화’만을 추진하려한다. 그러나 이는 보육교사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만을 가중시키고, 보육원 내 인권침해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더 교묘한 방법의 범죄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 CCTV의 설치는 위험원의 사전파악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공개된 장소에 한하여 극히 제한적으로 운용하여야 마땅하며 그 설치여부는 보육원장의 재량에 맡김이 바람직하다.

헌법 제36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혼인과 가족생활은 국가가 보장하여야 하고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고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된 현대사회에 있어 아직도 자녀양육의 문제를 가정의 문제로만 귀속시키려는 발상은 이젠 시대착오적이다. 더욱이 자녀에 대한 양육과 모성의 보호는 보편적 복지가 이뤄내야 할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어느덧 우리나라는 국가가 앞장서서 자녀 양육의 책임을 분담하는 선진국형 복지정책을 펴야 할 때가 되었다. 보육원도 이제는 또 다른 가정이자 학교로서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공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거버넌스’인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어린이집에 대한 교육, 급양, 보건, 환경 등 전 영역에 걸친 대대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등 선진국형 보육 복지시스템 도입에 앞장섰으면 한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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