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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진정한 자유는 언제쯤 오려나?

우린 때때로 집 안에 함께 살고 있는 바퀴벌레를 보고 경악을 하곤 한다. 왠지 혐오스럽기도 하고 한밤중에 만나면 더 큰 공포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우리가 이처럼 다른 생명체보다 유독 바퀴벌레에 큰 혐오감을 갖는 이유는 바퀴벌레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했던 시기 이전부터 지구에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바퀴벌레는 인류문명이 발생한 이후 멸종했던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우리 인간들에게 잠재적 공포감과 위협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류가 태어난 지 300만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뇌리 속에는 아직도 무의식 속 이러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우리 인간은 동물과 달리 후천적 환경에 의해 지배를 받는 존재라고 한다. 1920년 인도의 한 숲 속에서 늑대 새끼들과 함께 늦대 젖을 먹고 길러진 2세와 7세의 여자아이들이 발견된 바 있다. 이들은 어미 늑대에 의해 길러져 네 발로 기어다니고 날고기를 먹기도 하였으며 정말 늑대처럼 울부짖기도 하였다. 이 두 여자아이는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었으나 구조된 지 십년도 안 되어 결국 인간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한 스트레스로 죽어버렸다고 한다.

바퀴벌레, 그리고 늑대소년의 사례에서와 같이 우리 인간은 역사적 경험과 환경 그리고 시대적 조건에 따라 좌우되는 존재임을 알 수가 있다. 인간의 자아와 이성을 끔찍이도 흠모했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가 듣는다면 매우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인간은 주변 환경과 경험, 특히 한 국가를 이루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역사성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의 방식들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구성원의 총체인 어느 한 국가가 체험했던 집단적 경험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21세기 현 시대 우리 대한민국 시민의 모습과 형상을 체현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집단적 경험과 역사적 체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바로 해방 이후 발생한 민족분단의 시원인 한국전쟁으로 본다. 남북한 군인과 민간인 그리고 외국인을 포함해 450만 명의 희생자를 낸 한국전쟁은 적대적 폭력과 증오의 감정을 집단적 무의식 속에 내면화시켜버렸다. 이러한 환경을 토대로 등장한 남한의 군사정부는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뿐만 아니라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에게까지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집단적 반공의식에 길들여지도록 세뇌시켜놓았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규범화한 대표적인 법 규범이 바로 국가보안법일 것이다. UN에서조차 폐지를 권고하는 국가보안법이 아직까지 존치하는 이유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군사대치 중이라는 남북간의 특수상황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그리고 아직도 한국전쟁은 현재진행형이며 전후 체결한 정전협정 또한 유효하다는 점을 든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이 존치해야만 하는 결정적 이유로 남한 내 적화통일의 야욕을 갖고 있는 종북세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 지난 10일,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에서 한 고등학생이 인화물질을 폭발시키는 테러를 저질렀다. ⓒSBS 화면캡처

그런데 문제는 어느덧 우리는 이러한 반공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무의식적인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버렸고, 상대의 존재를 부정해야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는 ‘자폐적 정의관’에 길들여지게 되었다. 국가보안법 또한 남한 내 종북세력을 규율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고, 종북세력 또한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남한 내 국가보안법에서 찾게 되었다. 결국 국가보안법이 추구하는 반공 이데올로기는 종북세력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종북 토크쇼 논란도 그렇다. 냉전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남북의 특수상황 밖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에게 던져진 종북의 올가미는 그간의 오랜 반공의 이데올로기 속에 길들여진 우리의 야만성을 확인하는 것 같아 끔찍하고 처참한 마음이 든다. 집 안에 방충을 마무리하고 어느덧 바퀴벌레가 사라졌음에도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잠재의식처럼, 그리고 오랜 국가보안법의 야만성에 길들여진 늑대소년의 모습처럼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는 강박증과 조급증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의 가치를 모른 채 이내 폭력과 억압을 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한반도 내 진정한 자유의 시대는 언제쯤 찾아올지 다시금 질문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최근 신은미씨의 강연 논란과 관련해 유코리아뉴스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독자들의 글을 기다립니다. 보내실 곳: ukoreanews@gmail.com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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