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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전에 통일을 볼 것이란 희망은 접었습니다”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숭실대 학술심포지엄서 소회

숭실대학교에서 통일리더십연수원을 개원하고 이를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을 오늘(15일) 개최했는데, 그 자리에서 연수원 개원을 축하하는 격려사를 했다. 기독교 대학인 숭실대학은 한국에서 서구식 대학으로는 가장 먼저(1897) 북한 평양에서 출발했고, 6.25 후에 서울에서 재건되었다. 때문에 남북을 아우르는 이 대학에서 통일리더들을 양성한다는 취지가 대단히 뜻깊다고 생각되어 기독교 통일운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필자 주

분단 이래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입니다. 앞으로 통일 평화를 이룩할 때까지 우리 민족사의 과제도 역시 그럴 것입니다. 통일·평화의 과제는 종교와 사상·정치와 외교·경제와 사회·교육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 걸쳐 있고 그런 과제들이 통일·평화의 문제로 수렴되어야 할 것입니다. 철들고 난 뒤부터 통일을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 생전에 통일을 볼 것이라는 희망을 접었습니다.

그러면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이 무거운 짐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괴롭기 짝이 없고 후손들을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 어리석은 선조들이 민족사의 질곡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우리 세대는 역사에서 제 사명을 수행하지 못한, 부끄러운 세대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 앞 세대가 일제잔재 청산을 제대로 못하여 수치스런 세대로 기억되듯이, 우리 세대도 통일·평화를 달성하지 못하여 역시 부끄러운 세대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해방 직후 이승만 정권 하에서 교회는 시대적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군사정권 이후에는 자기 시대의 민족사적 사명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고 갖은 악조건 위에서도 그것을 수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군사정권 하에서 인권·민주화 운동과 통일·평화 운동에 나선 것입니다. 한국의 통일·평화 운동은 인권·민주화 운동의 산물입니다. 군사정권이 내세운 안보지상 논리가 인권·민주화 운동을 가로막아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 돌파구의 하나로 내세운 것이 바로 통일·평화 운동입니다. 안보지상 논리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분단 상황은 인권·민주화 운동을 누르고 군사정권이 내세운 안보지상 논리를 정당화시켰습니다. 안보지상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논리를 정당화하는 분단프레임을 깨야 했습니다. 분단 구조를 깨는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그게 바로 통일·평화 운동이었습니다. 때문에 한국의 통일·평화 운동은 인권·민주화 운동과 연동되어 있고, 서로는 뗄 래야 뗄 수 없는 역사적 관련성을 갖고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그리스도교회의 통일·평화 운동은 그 뒤 한국 민간 통일운동을 견인해 갔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통일문제와 남북문제는 남북의 독재정권만이 배타적으로 갖고 있던 독점적 권리였습니다. 그러나 인권·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추동된 교회의 통일·평화 운동은, 남북 정권만이 갖고 있던 배타적 권리를 씨알·민중의 것으로 환원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것은 통일 이후 통일을 누려야 할 민중들이 그들의 뜻에 따라 통일·평화 운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민중 차원의 운동으로서의 통일·평화 운동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이러한 자각에 기초해 있었습니다. 그 배후에는 세계교회의 지원을 포함한 형제 교회들의 공헌이 컸습니다. 통일위원회 조직과 토잔소 선언, 88통일평화선언과 3차에 걸친 글리온 회의, 90년대 이후의 북한돕기 운동은 한국 교회가 민족사에 남긴 중요한 업적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 잔존했던 수구세력은 MB정권을 계기로 반통일세력으로 부상했고, 오늘날에는 한국의 반통일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광범위한 수구세력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부끄럽지만 이게 한국 교회의 현실입니다.

이런 때에 한국의 최초 대학의 하나로 자부하는 숭실대학교가 이 민족사적 사명을 의식하고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을 창설하고 활동에 들어가게 되어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1980년대 한 때 한국의 대학에서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통일연구소라는 것을 우후죽순처럼 세웠습니다만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와 운동을 계속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설립된 이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은 그만큼 역사의식에 부응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 15일 숭실대에서 열린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윤환철

저는 이 통일리더십연수원이 다음과 같은 과제를 꼭 수행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첫째, 리더들에게 한반도 통일·평화의 절박성과 당위성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통일·평화 운동이 광범위하게 지속될 수 있는 요체는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한국 교회가 통일·평화 운동의 선봉에 서 왔다는 역사성을 함양시키고,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 교회의 중요한 사명의 하나임을 강조해 가야 할 것입니다. 셋째, 한국 교회의 통일·평화 운동이 인권·민주화 운동과 연동되어 왔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이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MB정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통일·평화 운동이 좌초되고 있는 것도 한국의 인권·민주화 운동이 쇠락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통일·평화 운동이 인권·민주화 운동과 연동될 때 남한의 통일·평화 운동이 활력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앞으로 이룩할 통일한국도 인권과 민주화가 보장되는 공동체가 되도록, 그 방향성을 뚜렷이 설정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의 개원과 오늘 이 학술심포지엄을 거듭 축하하면서 몇 가지 소회를 격려사란 이름으로 대신했습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 글은 이만열 교수님의 페이스북(facebook.com/mahnyol)에도 게재됐습니다.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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