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북한·미국·세계인권과 우리의 다짐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12월 10일 국제연합(UN) 총회에서 당시 UN 가입국 58개국 중 50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된 선언이다. 오늘(12월 10일) 제66회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등 기념식을 거행하거나 성명을 발표한 몇몇 기관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침묵했다. 오늘날 인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식에 충실하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인권에 대한 관심이 퇴조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세계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인류는 가장 야만적인 범죄와 인권 유린을 경험했다. 제 1차 대전 후에 결성된 국제연맹은, 신생국가들과 소수집단 보호에 관심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보편적 인권문제는 국제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아 국제연맹규약에 규정으로 넣지 못했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범죄라 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세계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모든 사람, 모든 장소에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세계인권선언을 작성하게 되었다. 세계인권선언에 앞서 영국의 권리장전(1689), 프랑스 인권선언(1789), 미국의 권리장전(1791)이 제정되었고, 대한민국도 헌법 제 2장에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권리장전을 갖고 있다.

전문(前文)과 30개항으로 된 세계인권선언은 “인류가족 모두의 존엄성과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다”라고 시작하는 전문에서 “인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만행”이 “인류의 양심을 분노케 했던 야만적인 일들”을 일으켰다는 점을 먼저 주장한다. 이 선언은 1조에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2조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하여, 모든 인류가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삶의 보편적 존엄성을 가졌다고 확인한다. 제3조 이하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으면서 최근 점차 역진(逆進)하고 있는 인권문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한국의 인권상황은 그 동안 추락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국민의정부 때에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관련 국제기구의 차기 의장국 물망에 오를 정도로까지 약진하였으나, 이명박 정권의 인권정책은 그런 호기마저 걷어차 버리고 말았다. 최근의 인권상황을 두고 어느 성명서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수많은 이들의 목숨 건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해 낸 우리 사회의 인권의 가치는 비정한 정권, 무능한 정치, 탐욕적 자본이 결탁한 거대한 카르텔을 통해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는 중”이라고 혹평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이 무시되고, 군대 내 인권마저 문제되는 상황이고 보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심각하다. 이를 인지한 유엔은 2006년 이래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하며 북한 주민과 장애인, 아동, 노동자, 여성 등의 취약계층의 인권유린을 해결하도록 요구하고, 강제 실종문제 즉 납치문제에 언급하면서 이는 다른 국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로 납치자의 즉각적인 송환 보장 등 투명한 방법으로 이의 해결을 촉구하며, 북한의 심각한 영양실조 문제를 우려하면서 국제구호기구들과 협력, 영양실조 예방과 구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이 모든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면서 독립적인 재판부를 통해 재판받도록 하는 제도개선도 촉구했다. 최근 결의안의 특징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UN 안보리에 구체적 행동(북한 지도부 형사법정 회부 등)을 주문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엔 결의안에 대해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인권 개선문제는 국내외적인 꾸준한 노력을 통해 그 효과를 드러낼 수도 있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북한인권문제가 남북분단 현실에 기인한 바도 있는 만큼 분단해소를 통한 북한인권개선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한편, 현재 인구에 가장 회자되고 있는 인권문제는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인권실태다. 그 동안 세계의 인권보호에 가장 앞장 서 왔고 또 국제관계에서도 인권외교를 비장의 무기로 내세울 정도로 인권문제를 가장 선도적으로 제기해 왔던 미국이 최근에 보여주고 있는 인권실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흑백갈등만 하더라도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갈등양상은, 인권을 금지옥엽처럼 받들어 왔던 나라에서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고 인종차별적인 인권학대가 이뤄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거기에다 최근에 발표된 CIA 고문보고서는 인권 미국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이 보고서는 막대한 금액을 들여 개발한 ‘선진심문프로그램’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잔혹했는가도 보여준다. 그래도 미국에 희망이 있다면, 이 보고서를 공개토록 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같이, 끈질긴 노력으로 자기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용기가 아직도 그 사회에 온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인권적 작태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몇 차례에 걸쳐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를 의심케 한다. 그 시작도 불법적·기만적이었고, 그 동안 수백만을 희생시킨 반인도적인 행태도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 심지어는 유엔까지도 자기반성을 전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도 그 책임자를 국제법정에 세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가 이 문제에 계속 침묵한다면 역사는 이 시대를 무엇이라 규정할까.

우리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장 27절)는 말씀에 인권의 근거가 있음을 믿는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나, 인간 받들기를 하나님 받드는 것처럼 하라(事人如天)는 정신도 이 말씀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기에 인권의 문제는 천부적(天賦的)이면서 인류 보편의 문제다. 때문에 인권문제를 진영논리에 맞추려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해서도 안된다. 한국의 심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최후에는 투쟁할 각오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인권문제를 이렇게 방치해 둔다면, 이웃 나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보편가치에 입각한 관여를 할 수 없다.

   
 

미국이나 우방국, 북한에 대해서도 천부적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접근해가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그 실상이 우리에게 명백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알려진 것만 하더라도 심각한 인권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끈질기게 관심을 갖는 한편 인권개선의 길을 분단해소 차원에서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국가나 공동체의 존재 목적이 인권과 인간다운 가치의 실현에 있다고 한다면, 무엇보다 그 목적 실현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 세계인권선언일 제 66회를 맞는 우리들의 다짐이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 글은 이만열 교수님의 페이스북(facebook.com/mahnyol)에도 게재됐습니다.

이만열  mahnyol@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