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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주는 다큐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다큐멘터리가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영화 세상으로 만나는 다큐멘터리는 표현의 자유를 먹고 사는 예술의 힘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란 말의 뿌리인 라틴어 도큐멘툼(documentum)은 교훈, 증명, 서류증서 등을 뜻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문건처럼 사실 재현 영화로 제한하는 견해도 한때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 다큐 세상은 기발한 영감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작품들로 피어나고 있다.

최근 본 다큐멘터리들은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문제를 탐구하게 만든다. 단출하게 하나로 묶은 백발에 침팬지를 안고 미소 짓는 제인 구달은 본받고 싶은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전기 다큐멘터리 〈제인 구달〉(로렌츠 크나우어)을 보고 그 감흥을 글로 푸는 이 순간, 제인 구달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 ‘제인 구달 길’을 걷고 있으리라. 숲길을 걷다가 설치된 국방색 텐트를 보며, 탄자니아 야생생활을 회고하는 그녀의 모습은 동식물과 공존하는 생명사랑의 경험적 증명이기도 하다.

어떻게 지구를 파괴할 수 있나요
〈제인 구달〉에서 만난 그녀의 삶의 역정은 산업화 도시생활에 물든 내게 또 다른 삶의 길을 보여준다. 23세에 아프리카 밀림으로 들어가 침팬지 무리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소설가 어머니만이 지지해주던 그녀의 꿈, 침팬지와 함께하는 인생길이 하나의 창조처럼 보인다. 가난한 소녀의 남다른 꿈과 막막함이 이제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생명 평화운동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억압적인 북한과 황폐한 미국의 인디언 지역도 찾아가 자연과 함께하는 환경친화적 인생길을 전해준다. 특히 팔순의 나이에도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며 밀림 속을 걷는 그녀의 모습 자체가 희망을 준다.

연간 300여 일 이상 지구촌을 떠다니다 귀가해 위스키를 즐기며 여독을 푸는 모습은 노마드적 삶의 매혹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두 번째 남편의 죽음 후, 깊은 슬픔을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홀로 치유하는 모습은 인간 역시 자연의 하나임을 일깨워준다. “세계가 안전해졌을 때 은퇴할 수 있다”는 소신으로 지구를 떠도는 인생길을 가는 그녀는 환경운동의 록스타라는 별명을 실감케 해준다.

뭇 생명체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라는 문제는 〈철의 꿈〉(박경근)에서도 비장하게 전해온다. 오래 전 고래를 신적 존재로 기리며 지내던 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남자의 내면 고백이 편지체로 들려온다. 무녀의 길을 찾아 떠난 옛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내래이션은 우리의 산업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억의 여정으로 접속한다.

‘고래의 꿈’과 ‘철의 꿈’, 두 갈래 길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천막 사이로 내비치는 파란 하늘, 은은하게 울리는 종소리와 독경소리, 그리고 고래 소리도 잡아내는 사운드트랙은 깊은 청각적 감흥을 준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된 고래를 그린 암각화는 댐 건설로 수몰되고, 거대한 조선소가 건설된다.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던 중공업단지 조성에 등장하는 과거의 낯익은 얼굴들, 산업역군과 정치권력의 만남, 그리고 온갖 무장을 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일상도 접하게 된다.

   
 

반세기 산업사에서 ‘고래의 꿈’을 ‘철의 꿈’으로 바꾸며 자본 중심 인생길을 닦는 변화 과정은 비애감을 동반한다. 고래와 겹쳐지는 거대한 배는 자연 생명체와 기계적 철의 물체를 대비시키고 오버랩시키며 자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어떤 인생길을 가는가 라고. 그것은 또 다른 생명 중심 인생길을 창조해야 할 강렬한 시대적 경고처럼 온몸에 저릿저릿하게 다가온다.

유지나/ 영화평론가,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유지나  regard1@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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