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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은 나의 동포다

지난 11월 5일 청와대 앞 청운동에서 76일간 농성을 하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농성을 풀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동네 개가 사납게 짖어도 생선대가리라도 던져주는데, 하물며 당신의 국민들이 아프다고, 서럽다고, 눈물 한 번만 닦아달라고 코앞에서 울고 있는데 (대통령이) 철저히 외면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다시는 대통령께 아프다고, 서럽다고, 눈물 닦아달라고 애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이제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만나달라고 해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10월 29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은 국회 본청에 들어오고 나갈 때, 입구에 서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대통령과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는 높은 장벽, 건널 수 없는 강이 만들어진 듯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백성을 동포로 여긴 군왕, 영조
비록 군주제의 시대였지만, 조선시대 군왕들은 유교적인 관념에 입각해서 “국왕은 백성들을 동포처럼 생각하고 어진 정치를 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포’라는 말은 본디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동기 즉, 형제나 자매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중종 대에 이언적은 상소문에서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만물을 살리는 마음을 본받으시고 동포의 의리로써 생각하시어, 어진 마음으로 백성들을 어여삐 여겨, 공경하는 마음으로 형벌을 삼가소서.”라고 말했다.

‘동포’라는 용어를 즐겨 쓴 군왕은 영조였다. 영조는 지방의 방백, 수령들에게 백성들을 ‘동포’로 생각하고 잘 보살피라는 명을 자주 내렸다. 영조는 “나의 백성이 굶주림 가운데 거듭 해진 옷으로 이런 엄동설한을 만나니 어찌 살 수 있겠는가. 한밤중에 일어나 생각하고 난간에 나와 하유(下諭)하노니, 아! 도신(道臣)·수령(守令)은 나의 이러한 뜻을 체득하여 동포를 보호하듯 하되 마음을 써서 구제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는 “아! 그대들 3백 60 고을의 수령은 모두 내 뜻을 본받아 백성을 동포같이 사랑하라”고 말하였다.

영조는 무수리였던 최숙빈의 아들로 태어나, 18세에 궁궐 밖으로 나가 28세에 왕세자로 책봉될 때까지 10년 동안 백성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때문에 영조는 백성들의 처지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군주가 된 이후에도 불시에 옛날에 살던 집으로 가서 이웃 백성들과 거지들을 모아 음식을 같이 나누기도 하였다. 또 검소하고 절약하여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노리개나 좋은 물건에 관심이 없었다.

영조의 개혁사업 가운데 으뜸 되는 것은 균역법의 실시였다. 그는 양인들이 군포 2필을 부담해오던 것을 1필로 줄이고, 다른 세원을 발굴하여 재원을 보충하고자 하였다. 본래 영조는 군포를 줄여서 부족하게 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하여 양반들에게도 군포를 똑같이 부담하게 하는 호포제를 실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양반층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 할 수 없이 어염세, 결전 등 다른 세원을 발굴하였던 것이다.

영조는 호포제를 반대하는 양반 관리들에게 “너희들은 유생에게 호포를 부과하는 것을 불가하다고 여길 것이나 위로 삼공(三公)에서부터 아래로 사서인(士庶人)에 이르기까지 역(役)은 고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또 백성은 나의 동포이니 백성과 함께해야 한다. 너희들 처지에서 백성을 볼 때에는 너와 나의 구별이 있을지 모르나, 내가 볼 때에는 모두가 나의 적자(赤子)인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또 “내가 만일 잠저(潛邸)에 있다면 나도 의당 호포를 냈을 것이다. 한 집에서 노비나 주인이 똑같이 호포를 내는 것은 명분을 문란시키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호(戶)가 있으면 역(役)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하였다. 즉 영조는 양반이나 평민이나 다 같은 백성이니, 나라에 대한 부담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영조의 이와 같은 태도는 그가 백성을 자신의 동포요 적자로 여긴 데에서 나온 것이었다.

민은 나의 동포요, 만물은 나와 함께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다. 따라서 국민은 주권자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이 선출한 대통령이 국민을 존중하고 떠받드는 ‘낮은 자세의 정치’를 펼 것을 기대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은 오랜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대통령이 국민을 ‘동포’처럼 사랑하는 인정(仁政), 즉 ‘어진 정치’를 펴줄 것을 기대한다. 2014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을까. 선거 때의 주요 공약을 어기고도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도 차갑게 외면하는 대통령에게 그러한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중국의 장재(張載)는 『서명(西銘)』에서 말했다. “민(民)은 나의 동포요, 만물은 나와 함께 한다(民吾同胞 物吾與也).” 민(民)을 나의 동포로 여기고, 만물이 나와 함께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박찬승  pcshistory@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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