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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망론의 정치실험과 과제

그간 많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의 선호도 중 반기문 총장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은 일제히 산적한 국제문제를 놔두고 국내정치 준비를 한다는 세계인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 이로 인해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국격을 추락시킬 수 있다는 점, 정치 신인들을 발굴하기보다는 인기 영합주의에 이끌려 가는 한국정치의 풍토를 힐난하는 등 비관적 평가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를 단순히 타당성의 차원을 넘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논해보고자 한다.

사실 그간 반기문 대망론은 정당 내 일부 조직가들 사이에서만 나돌던 이야기였다. 현실 정치권에서 벗어난 반 총장을 언론이 공론화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이는 국민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 그리고 현 정권에 대한 식상함과도 맞물려 다소 빠른 템포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의 몇몇 당직자도 뉴욕으로 건너가 반 총장 내외를 면담하고 의사를 타진하고 돌아왔다는 후문이다. 이에 뒤질세라 권노갑 새정연 상임고문도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하며 응수했다.

논란이 커지자 반 총장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고 “앞으로 여론조사를 포함해 국내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거듭 간곡히 요청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여러 국제현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더구나 임기가 한참이나 남은 UN 사무총장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부담이 가는 이슈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욱이 국내 언론보도는 외국 언론을 타고 전 세계로 확대 재생산될 위험성이 있어 반 총장을 음해하는 세력에 대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대망론은 2017년이 가까워올수록 또 다시 수면 위로 더욱 강하게 부상 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안보 불안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국제질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남북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소모적 안보비용을 절약함으로써 복지와 일자리 등 경제문제들을 해결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나아가 한반도 경제공동체라는 큰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특히 2008년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세계 금융위기는 국경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반 총장은 침체에 빠진 한국의 안보불안과 경제위기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의 선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그는 사회통합론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반 총장은 오랜 외교관 생활로 인해 타협과 협상기술에 능숙한 사람이다. 그는 이념적으로도 중도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출생지 또한 충북 음성으로 중부지방 사람이다. 고질적인 한국정치의 지역주의와 남남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중도통합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차기 대통령 선호도 54%에 이르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이러한 이념성향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반 총장의 당선은 최초 중부권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측면에서도 한국 정치사에도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면을 고려해 볼 때 반 총장의 대망론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난제들도 많다. 그의 사무총장 임기 종료시점인 2016년 이후 2017년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단기간 내에 선거조직을 꾸려야 하는 시간상의 한계가 있다. 이러한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성정당에 입당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기성정당에 입당 시 그의 신선함을 좋아했던 부동층과 청년층의 지지율, 지역주의에서 벗어난 중도통합적 명분론, 글로벌한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여야 어느 당에 입당하는 순간 진영논리에 갇혀 그의 지지율은 상당한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창당을 고려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

국내 정치에 문외한인 그에게서 단기간 내에 권력투쟁에서 승리하고 기성조직을 재편하는 리더십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오랜 정치 및 행정가로서의 경험과 정치철학을 전수해 줄 수 있는 킹메이커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반기문 총장의 중도통합적 명분론을 드러나게 해주고 오랜 정치철학과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얼마 전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새정연 상임고문이 가장 적임자라 본다.

   
 

이러한 흐름은 이원집정제와 같은 헌법개헌의 논의와도 일치한다. 민생은 총리가 맡고 외교, 국방은 대통령이 맡는 기능적 권력분립의 형태가 국내 정치와 행정 경험이 전무한 반 총장 본인으로서도 부담이 적고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 또한 이러한 배경 하에 나온 것으로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연 어떤 세력이 반기문이 갖고 있는 중도통합론과 글로벌 리더십의 통치철학을 담아내 낼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그에게 가장 이상적이고도 자연스럽게 대권출마의 명분을 만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 여야 또는 그 누가됐든지 이 기나긴 게임의 승리 방정식을 찾아내길 기대해 본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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