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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처리는 아과(啞科) 의사처럼

국가의 지도자들은 그 존재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요. 요즘으로 보면 군의원, 시의원, 구의원으로부터 시장·군수·구청장에서 도지사, 광역시장,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의 지도자들입니다. 공직에 근무하는 국가공무원에서 준공무원 등 모두도 우리의 지도자들입니다. 다산 시대로 보면 크건 작든 그들은 모두 ‘목민관’임에 분명합니다. 국민들이 세금을 납부하여 그들에게 월급을 주고 세비를 주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그 이유를 다산은 참으로 간명하고 명쾌하게 밝혔습니다.
“백성들을 위해서 일해주라고 존재하게 하였다.”(爲民有也 : 「原牧」)

바로 그 답변이 세상에서 말해지는 ‘위민사상’이자 ‘민본주의’였습니다. 모든 지도자(목민관, 벼슬아치)는 그들이 백성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산의 『목민심서』는 목민관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야 백성들을 위하는 일이 되는가를 밝혀놓은 책입니다. 예전에 비해서야 백성들의 의식 수준도 달라졌고 권리 주장도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다산시대에 관은 높고 민은 낮다는 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그 당시 다산이 백성을 위한 목민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설명한 부분은 오늘에도 역시 상당한 효용성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린아이의 질병을 맡은 과목을 의서에서는 ‘아과(啞科)’라 부르는데, 아프거나 가려워도 능히 스스로 말할 수가 없는 까닭에서다. 촌 백성들이 원통함을 호소하고자 하더라도 그 일이 혹 권세 있는 아전에게 걸리거나 혹은 간악한 향승에게 관련된 것이므로 이들의 노여움을 건드릴까 겁내서 감히 밝혀 말할 수가 없다.”(聽訟, 上)

말 못하는 유아들을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처럼, 자신이 당하는 아픔과 고통의 사연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백성들은 마치 벙어리처럼 여기면서 그들의 원통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여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벙어리에게 위엄과 무단으로 호통치면서 일의 진실을 파악하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다산의 ‘위민’, ‘민본’ 정신이 너무나 높고 크기만 합니다.

당시의 목민관들은 요즘으로 보면 행정관이며 수사관이자 재판관이었습니다. 연약하고 힘없으며 지적 수준도 낮고 겁이 많아 관청에만 들어오면 벌벌 떨면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백성들을 수사하고 재판하는 과정일수록 참으로 낮은 자세와 온화한 마음으로 질문하여 답변한 내용이 진실이 되고,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일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임해야 위민이고 민본이 된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요즘에도 엉터리 수사와 재판으로 항소심이나 상고심에는 말할 것 없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보도를 보면서, 아직도 우리의 수사관이나 재판관들은 위민, 민본의 입장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아파집니다. 조작된 간첩 사건이 무죄라는 보도를 보면서는 200년 전의 다산 주장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기도 했습니다.

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박석무  e_da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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