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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무기 연기 문제와 해법을 찾아서’ 연재를 시작하며

내년 연말까지 미국으로부터 되돌려받기로 돼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한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전작권을 환수할 있는데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은 우리 군의 능력과 상관없이 한반도 상황이 안좋으면 전작권 전환은 안된다는 것으로 읽힌다.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장관이 합의한 결과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전작권 무기 연기 이유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들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이번 전작권 무기 연기가 이유나 명분, 내용, 절차, 결과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타당성이 없는 한심하고 참담한 결과라고 보고 앞으로 그 문제점을 분석 기사, 외부 기고, 좌담회 등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나가려고 한다.

정부는 북핵 등 한반도 안보 환경의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NSC 사무차장, 통일부장관으로 전작권 환수 배경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평통기연 강연과 10월 27일자 <한겨레> 기고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여름, 군 수뇌부에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필요한 전력, 즉 자위적 국방 역량을 갖추는 데 드는 소요와 준비기간을 물었다. 군은 정보자산과 각종 전력 강화가 필요하며, 준비기간을 고려해 2010년께가 적정하다고 보고했다. 그 뒤 군은 2012년이 전작권 전환의 적기라는 수정된 판단을 보고했으며, 대통령은 그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시기를 2012년 4월로 결정했던 배경이다.

이 전 장관은 또 “뿌리 깊은 대미(對美) 의존심리를 가지고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우리다”라며 “한반도에 대해 우리가 주장하면 미국은 듣는다.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미국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고, 우리의 의존적 자세가 지금의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정한 국가안보 대신 대미의존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 국방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끊이질 않는 군대 내 폭력과 ‘군피아’로 대변되는 군대 비리 문제는 어쩔 셈인가? 이런 심각한 군대 문제들이 전작권 환수가 안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 남의 나라에 국방을 의존하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심각하고 필연적인 결과인데도 전작권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것은 안그래도 심각한 군대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문제는 그에 상응한 무기체계를 갖춘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특히 북한 핵 문제는 기존의 6자 회담 틀에서 상호 윈윈하는 식으로 접근해야지만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미국식 MD(미사일방어)체계나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는 한반도 전쟁위기를 심화, 상존시킬 뿐이다. 합의대로라면 2020년대 중반 전작권 환수 조건인 선제타격 시스템(킬체인)과 KAMD에만 17조 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거기다 북한 재래식무기인 장사정포에 대항하기 위한 다연장로켓 도입에 수조 원, F-35와 한국형 전투기 도입에도 40조 원이 들어간다. 글로벌호크, 이지스 구축함 등 탐지장비 구축엔 20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안그래도 1년 35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으로 국민 복지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한반도는 한반도대로 긴장 상태로 내몰고, 국민은 국민대로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이번 합의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합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1990년대 이후부터 남한은 북한에 비해 작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몇 십 배의 국방비를 써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전작권을 되찾아올 준비가 안됐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군 지휘관들이 그만큼 무능했다는 걸 자인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능력을 제대로 갖출 때까지 앞으로 10년 넘게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

이번 전작권 무기 연기 결정에는 한미연합사 용산기지 잔류도 포함됐다. 용산기지 이전은 2004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사안이다. 그런데 전작권 무기 연기와 함께 설그머니 원점으로 되돌아온 모양새다. 이미 참여정부 당시 한미 양국 정상간 합의와 이후 이명박 정부의 한 차례 연기에 이어 계획대로 추진돼 오던 전작권 전환을 아무런 의견수렴 과정 없이 뭉개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주의 무시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다. 국회 국방위 소속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7일 “우리 군은 성공적인 전작권 환수를 위해 5개 분야 115개 과제를 연도별, 일자별 로드맵에 따라 조직적으로 추진해왔고, 2013년 기준 61% 완료했다”며 “정부가 왜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전작권 환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며, 또 얼마만큼의 예산이 추가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후보 공약집, 이후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전작권 환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한마디 사과 없이 약속을 뒤집었다. 더군다나 대선 공약까지 폐기해가며 전작권을 연기할 정도로 북핵 문제가 심각하다면 국민들에게 상황의 위중함을 소상히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게 상식 아닌가.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뢰와 원칙’은 그저 말뿐이었단 말인가.

전쟁시 작전을 기획하고 수행할 전작권을 가지지 못한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그만큼 전작권은 자주권을 가진 나라의 핵심조건인 것이다. 그럼에도 전작권 무기연기 체결 당사자인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27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6·25전쟁 이후 60년이 지나도록 전작권 행사를 못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질의에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여러 가지 여건하에 국방을 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인 연합방위체제로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라와 국민은 국가주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 분이 나고 수치스러운데, 국방장관은 오히려 떳떳하단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군대는 더욱 망가질 것이고,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게 뻔한데, 그렇지 않아도 피폐한 국민들의 삶은 더욱 핍절해질 게 눈에 선한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결코 안된다. <계속>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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