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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미국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대미 의존적 자세가 문제”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평통기연 강연에서 주장

“이런 적대 관계 속에서 우리가 평화를 만드는 일은 너무 어렵고, 힘써서 평화를 만들어 놔도 그 평화는 너무 위태롭다. 평화가 기대고 있는 언덕도 너무 연약하다. 그래서 ‘칼날 위의 평화’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런 평화라도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그 평화를 가지고 나아가 반석 위의 평화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반도 현실을 보면 칼날 위의 한반도 같다.”

   
▲ 23일 저녁 연세대 알렌관에서 열린 평통기연 주최 강연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전작권 연기, 북핵문제 등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얘기다. 이 전 장관은 23일 저녁 연세대 알렌관에서 열린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 주최 강연회에서 ‘칼날 위의 평화-대북정책 최일선 이야기’라는 주제를 통해 최근 한반도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과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전시작전권(전작권), 사드(THAAD) 배치, 북핵 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대북 삐라, 5·24조치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는 식견을 피력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작전권에 대해서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문제라고 봤다. 이 전 장관은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정말 우리에게 줄 의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한 청중의 질문에 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가 통일부장관 할 때 상대했던 미국 정부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패권적이었던 부시 정부였다. 전작권을 우리가 미국한테 제안했는데 처음엔 굉장히 시큰둥하다가 자기들이 고민하면서 결심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전작권 환수는) 안된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 뿌리 깊은 대미(對美) 의존심리를 가지고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 수 없다. 결국 문제는 우리다. 한반도에 대해 우리가 주장하면 미국은 듣는다.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미국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고, 우리의 의존적 자세가 지금의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전작권 가져오려는데 군(軍)은 아니라고 한다. 지금은 미국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한테 있다. 미국이 주려고 하는데 우리가 안받으려니까 우리가 선물을 주려 한다. 여기서 여러 모순들이 많이 발생한다.”

북핵 문제와 미국 미사일방어(MD)의 일환인 사드(THAAD)의 국내 배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우선 북핵 문제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유엔이 대북제제를 했는데 북한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건 대북제재가 실패했다는 의미”라며 “북한은 6자 회담에 나오려고 하는데 우리가 북한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미루고 있다. 이건 마치 나와 상대방이 2m 떨어진 상태에서 1.5m 짜리 회초리로 상대방을 때리고 있는 시늉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뒤에 있는 국민들은 마치 실제로 때리는 것처럼 보인다.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하다.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인공위성으로 추적해서 격추하는 시스템이다. 우리(참여정부) 때는 반대했었다. 명중률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이곳은 북한의 미사일이 아닌 재래식무기인 장사정포의 사정권 안이다. 사드가 문제가 아니다. (사드는) 우리한테 소용도 없으면서 중국만 긴장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전 장관은 또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사드를 배치하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사드 배치를) 하겠다는 건데, 일반 국민이 북한의 재래식 무기의 사정권 안에 있는데 사드가 얼마나 유효하겠나”라고 반문했다.

   
▲ 23일 저녁 연세대 알렌관에서 열린 평통기연 주최 강연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전작권 연기, 북핵문제 등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께서 통일대박을 이야기하고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에서도 최고위급이 방한하는 분위기 속에서 또 한 쪽에서는 NLL에서 사격이 오가고, 탈북자들이 삐라전단을 살포하고 북한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너무 혼란스럽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둘 다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지만 현실은 반대”라며 “여기에 (관계 개선의) 전제가 있다”고 밝혔다. 적대적인 상대방과 대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화가 성사될 때까지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러질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했으면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얘기만 안하면 된다. 그런데 이걸 안한다. 유엔에 가서 북한인권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걸 굳이 대통령이 얘기할 필요가 있나? 민간단체가 해도 되는 것이다. 상대방과 대화하자고 했으면 상대방이 대화할 마음이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더 확실한 증거의 핵심이 바로 삐라 문제다.”

그는 대북 삐라 살포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이 위험하지 않나. 이래 가지고는 남북관계가 좋아질 리가 없다.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2005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재직시절을 회상하며 “북한은 삐라를 날리지 않더라”고 말했다. 합참을 통해 전군에 북한발 삐라가 있는지 확인해 봤지만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한반도 평화가 너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그 삐라에 우리 국민의 생명을 도마 위에 올려놓을 건가?”라고 반문하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안그러면 이대로 계속 간다”며 대북 삐라 살포에 대해 국민들이 분명히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이명박 정부가 취했던 대북 5·24조치에 대해서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이 인정할 수 있도록 눌렀어야 하는데 유엔 결의에서조차 중국,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아 (폭침의) 주체를 명기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우리 정부가 북한에게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하겠나”라고 비판했다. 5·24조치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5·24조치는 북한을 우리가 아닌 중국과 오히려 교역량을 몇 배로 늘리게 했고, 북한의 휴대폰 사용자를 240만 명으로 높여놨고, 우리 남북경협기업의 자해행위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해도 5·24조치를 계속 유지하는 한 별로 이뤄질 게 없다”며 “5·24조치는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교류를 다 묶어 놓고 있다. 5·24조치를 통해 (대북제재가) 안될 거라고 본다면 왜 이명박 정부 때 했던 조치를 계속 떠안고 가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분단 상태에서 4월(4·19), 5월(5·18), 6월(6·29) 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뤘는데 갈라진 두 나라가 하나로 합친다면 얼마나 더 놀라운 일을 하겠나”라고 말하고, “젊은이들에게 통일은 복잡한 게 아니다. 먹거리 창출이다. 부산을 발전시키는 데 공장을 왜 짓나. 남북 도로를 뚫으면 된다. 철도도 도로도 남북이 다 연결돼 있다. 그걸 못하게 하는 외세도 없다. 그걸 연결하면 통일이고 대박이다.”라고 강조했다.

   
▲ 참석자들이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강연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북한 급변사태론’에 대해서는 “쉽게 망할 것 같지 않다. 망하더라도 적어도 박 대통령 때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북한이 망한다고 때도 북한에 2300만 명이 있다는 걸, 110만 명의 군대가 있다는 걸 잊어버린다. 우리 언론이 왜 자꾸 이런 걸 생각하지 않고 (북한 급변사태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북한이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유엔의 대북제재가 다 망한 게 북한이 중국과 교류선이 있는데 박근혜 정부가 왜 이걸 모른 체 하는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거듭 통일대박론에 대해 “통일은 엘도라도(환상)가 아니다. 지금 경제교류를 통해 노동력과 자본이 합쳐져 개발하는 것”이라며 “통일대박은 이루어진 실현체가 아니고 지금부터 적대관계 해소, 긴장 해소를 통해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통일대박을 주장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이 그 방법과 방향을 끊임없이 주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부터 우린 박 대통령한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통일대박을 어떻게 오게 할 건가요?’라고. 그래서 박 대통령이 (북한 급변사태를 통한 흡수통일이 아닌) 남북협력을 통한 통일이라고 규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걸 위해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걸 요청해야 한다. 제 말은 주장이 아니라 상식이다. 대통령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에 큰 불편이 없는 것은 국민이 묻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대박론을 공허한 정책으로 남겨놓을 게 아니라 통일대박이 무엇인지, 시민 관점의 통일론으로 바꿔서 진정한 통일대박으로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교회의 통일 준비에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1990년대 후반에 북한실태를 연구하기 위해 두만강 하구의 한 조선족 마을에 갔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탈북자를 소개받았는데 하루종일 찬송가를 듣는 대가로 20원을 줘서 돌려보내더라. 그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란 현실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미래를 보여주고, 갈등에 매몰된 사람에게 평화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종교는 대결보다 협력을 주창해야 한다. 북한선교도 해야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굶지 않게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것, 평화를 위해 갈등을 끝내는 것, 통일문제를 평화문제로, 먹거리 문제로 우리 사회에서 의제화시키는 게 종교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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