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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 북송반대 운동, ‘#SaveMyFriend’의 상황실을 가다"친구 살려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중·장기적 전략 세울 것것"

 
사무실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흘렀다. 저마다 누군가와 다급하게 통화를 하는 중이다. 드문드문 외국어도 들렸고, 미국에 있는 사람도 영상을 통해 회의에 참석했다.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는데, 다들 점심도 못한 상태였다. 상황판 메모지에는 각자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 몇 분 사이 메모장이 두세 장 더 붙기도 하였다. 영화 007시리즈에 나오는 비밀 본부 같기도 하고, 독립운동가들이 모였던 임시 사무실 같기도 하였다. [#SaveMyFriend]가 모여있는 사무실이다.

연예인 섭외, 시위 기획 등 탈북자 북송 이슈와 서명운동을 확산시킨 일등공신이지만, 정작 언론에는 '엉뚱한 사람'만 나가 허탈하기도 했단다. 상관없었다. 친구만 살릴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탈북자'라는 이름이 등장하자, 이 문제를 더이상 순수하게 보지 않았다.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언론과 대중에 외면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친구를 살려야 했으니까…." 


순수했기에 더 비장했다. [#SaveMyFriend]는 이들을 위해 처음 청원운동을 시작한 이들이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동문들이 주축이 된 이 단체는 단순히 붙잡힌 친구의 목숨을 살리고자 시작됐다. 여명학교 동문회의 설립을 축하하기도 전에 터진 일이었다.


   
▲ 중장기적 전략까지 모색하고 있다 ⓒ#SaveMyfriend
   
▲ 각자의 역할을 적어놓은 상황판 ⓒ유코리아뉴스


지난 24일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SaveMyFriend] 상황실(그들은 이렇게 불렀다)에서 이 운동을 전개해온 A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자신의 가명을 ‘느헤미야’라 써달라고 말했다.


-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자를 위해 서명운동, 집회 등을 주도하고 있다. 억류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고, 시위를 확산시키면 오히려 물밑 작업(비공식적 구조)에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왜 시작하게 되었나?
친구의 동생이 2월 12일에 중국에서 붙잡혔다. 친구는 ‘물밑작업’으로 빼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에서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잡혔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당혹스러웠다. 물밑작업을 할 수 없으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뉴스는 친구의 동생이 아닌 다른 10명이었다.
어쨌든 나랑은 제일 친한 친구라서, 그리고 그 친구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붙잡힌 거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언론에 나가고, 중국 정부가 알고, 북한 정부가 알게 되어 비공식적인 구출은 이미 어려웠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확실하게 확산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 청원 사이트[change.org]에 처음 청원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독일에 있는 아는 형에게 개설을 부탁했다. 요청한 바로 다음날인 2월 15일에 만들어졌다. 문구도 미국 친구들에게 부탁해 수정, 보완을 거쳤다.


- 잘 진행되었는지?
2월 16일부터 서서히 서명이 시작됐다. 연예인 크리스천 모임 ‘문미엔’에 소속된 최시원 씨는 싱가포르에서 트위터로 홍보를 해줬다. 그래서 2월 16일에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서명을 많이 해줬다. 그리고는 계속 좋은 사람들을 붙여주고 있다. 평소에 함께 북한을 생각하며 토론하던 청년들, 미국에 있는 친구들 등 친구의 동생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 동참해주고 있다. 평소 인권운동 하는 친구들도 아니었는데, 같이 아파하면서 동참해주고 있다.


-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서명에 동참하는 사람이 적어 속상했을 것 같다.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도 대중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탈북자’ 문제라고 하면 정치적인 문제라고 선입견을 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진정성을 어필하고 있지만 잘 안 된다. 이번에 일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우리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게 '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극우단체의 정치운동인줄 알고 서명을 안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그저 동생의 생명을 살리려는 것뿐인데….


- 명동에서 “Save My Friend”를 외치는 동영상(관련기사 참고)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 호응은 어땠나?
그날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날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관심이 별로 없었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지나다니면서 무슨 사연인지를 물었다. 이번에 3만 5천명에서 11만 명으로 갑자기 늘어날 때(24일 금요일 기준)도 미국인들의 힘이 컸다.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보편적 인류애가 전달된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 콩고에서도 서명해준다.


- 남한 사회에 대한 서운함, 실망감을 느꼈을 것 같다.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다. 뉴스 모니터링을 쭉 해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어느 언론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조로 글을 썼더라. 지하철에서 그 기사를 읽다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국제적인 관계보다 생명이 더 중요할텐데, 어쩌다가 관계를 더 신경쓰는 세상이 되었나 슬펐다. 그래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 세계로 번진 [#SaveMyfriend] 서명운동.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내. ⓒ#SaveMyfriend


A씨는 인터뷰 중간중간 한국 언론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탈북자들의 안전은 뒤로하고 속보에 눈이 멀어 보도하는 것이나,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오보를 내는 것 등을 언급했다. 외신 기자들도 그것을 다 알고 있어 이 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외국 기자들이 한국의 기사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더라. 외국에 많은 사실들을 알리고 싶은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24일)은 억류된 탈북자들 중 9명이 이미 북송되었다는 소식이 한국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을 때였다. 그러나 A씨의 시각은 좀 달랐다. “교차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들은 이미 취조를 당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니 가짜 정보를 남한으로 흘렸을 수 있다. 우리가 포기하고 잠잠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제 친구는 자기 동생이 북송된다 하더라도 이 운동은 멈추지 말아 달라고…” 말을 잇다가 결국은 눈물을 쏟았다.

 

- 아직 대학생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곧 개강인데 계속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
31명 구할 때까지 할 것이다. 열흘 후면 졸업반이다. 휴학을 해야 하나, 기도도 하고 있다. 우리 중에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도 휴학을 고민하고 있다.


- 가명을 ‘느헤미야’로 해달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느헤미야는 수천 년 전 인물이다. 성경에서 나오는 인물로 하나님께 예루살렘이 황폐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기도를 했고, 자기의 자리에서, 궁궐의 관리로서 최선을 다한 인물이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는 총독으로 일하고, 성벽을 다 지은 후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에스라에게 다 넘겨준다. 한국에 이런 사람들은 없을까?


이 운동이 기독교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자기 이름이나, 기득권을 포기하고 생명을 위해서 나서줄 사람이 없느냐는 답변이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SNS로 전파하려면 미디어컨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카메라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까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일했는데, 이제부터는 아름다운교회 집사님들 오셔서 밥을 해주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가이다. 어떻게 지금 기회를 통일전략까지 끌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지혜자들이 필요하다. 통일문제에 관심 없는 우리 남조선 청년들의 의식을 깨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데,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무작정 찾아왔다는 박보람, 채진아(24)씨를 만났다. 신촌 아름다운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이들은 “목사님께서 생명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느냐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셔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왔다”고 말했다. 올해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이들이었다. 정치적이지 않은 이들의 운동을 통해서, 정치적이지 않은 이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 상황실 옆에는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여명학교 우기섭 교장
(올 2월을 끝으로 퇴임한다. 퇴임식은 이미 진행한 상태)이 앉아 있었다. 혹시 모를 급박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고, 제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이따금 화를 내기도 했는데, 제자들이 점심을 먹지 않고 일을 해서였다. 태어나서 ‘보도자료’는 처음 써본다는 우 교장은 “제자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와있다”며 웃었다.


◇ 다음은 우기섭 교장과의 일문일답.


-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자를 돕기 위해 여명학교 동문들이 주축이 되었다. 

제자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왔다. [#SaveMyFriend]는 이념이나 종교를 초월한 귀한 생명,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청년 운동이다. 정말이다. 여명학교 동문회가 중심이 되어서 들불처럼 번질 거라고 본다. 북송반대뿐만 아니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휴전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운동이다. 모든 운동은 예측불허하게 나비효과처럼 번진다.


- 교장 선생님께서 이해하고 계신 [#SaveMyFriend]은 어떤 운동인지?

첫째가 중국정부가 탈북민을 북송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고, 둘째가 국제관계에 따라 인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생명구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작은 통일운동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


   
▲ 여명학교 우기섭 전 교장 ⓒ유코리아뉴스


- 교장 선생님 개인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중국정부가 탈북민들을 난민이 아닌, 월경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데, 탈북민들이 목적지인 대한민국을 오려면 국경을 안 넘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국경 넘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북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잡지 말고 자유롭게 길을 비켜주라는 이야기이다. 중국이 북한하고 특수관계 때문에 한국으로 보내줄 수 없다면, 제3국으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북송을 가면 다시 죽인다고 하는데, 제3국으로 보내주면 되지 않는가. 중국 입장에서는 자기네 나라에 탈북자들이 많아져 피해를 입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길을 안 비켜주니까 숨어 사느라고 피해를 주는 것이다. 제3국으로만 갈 수 있게 해준다면 중국도 피해 볼 일이 없다.


- 8년간의 여명학교 교장직을 내려놓았다. 아직까지 차기 교장이 준비되지 않은 것을 보면, 학교 측에서도 사표를 받았을 때 적지 않게 놀랐을 것 같다.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8년 동안 섬긴 것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아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섬긴 것이다. 책임을 다해서 두 달란트에서 다섯 달란트로 만들어 논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3막 인생으로서, 다시 온전히 드려지는 삶을 생각하고 있다. 우선은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으니 이 학생들이, 졸업생들이 올바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다. 여명학교에서 자란 묘목들이 밖에서도 뿌리를 내리면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이다.


- 교장으로 있으면서 많을 일들을 하셨다. 새 건물도 마련했고, 학력인정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나님께서 나를 앞에 세우셨을 뿐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 일이 된 것이다. 우리가 아직 큰 나무는 아니더라도, 8년이 된 여명학교는 이제 어지간한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 내가 없어도 여명학교는 돌아간다. 
졸업생 100여 명이 다 흩어지기 전에 동문회를 결성했다. 여명학교는 내가 없어도 되지만, 동문회는 아직 버팀목이 필요하다. 쫓아다니면서 동문회를 자유롭게 돕고 싶다. 교장으로 있으면 학교 운영해야 하고 자리를 비우면 안 되니까, 이런 일은 할 수가 있나.


-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나? 통일의 일꾼으로 키워야 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학생들에겐 부담일 수 있을 것 같다. 

통일을 위해 이들이 다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각자의 자기 진로에 맞게 잘 자라길 바랄 뿐이다. 격려해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함께 기도하면서, 화초도 “잘 자라라, 잘 자라라” 말해주면 정말 잘 자란다. 칭찬해주는 게 내 일이다.


- 동문회를 결성하자마자, 이런 일이 터졌다.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전 세계 10만 명이 서명을 했다.(24일 기준) 베를린 장벽도 이런 식으로 무너졌다. 제자들에게 “염려하지마. 염려하지마. 하나님께서 다 보고 계시니까 염려하지마”라고 말해주고 있다. 여명 동문회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 여러 단체들이 북송반대 운동을 하고 있지만, [#SaveMyFriend]가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것 같다.

우리의 목적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목적이 정치적이라 하더라도, 생명을 구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 일단 다 나왔으면 좋겠다. 목적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니까,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우리 여명 동문회의 이름은 없어져도 상관없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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