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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잠적, 어떻게 봐야 할까?

북한의 권력 실세 3인방 그들은 진정 남북관계 해빙을 위해 방문했던 것일까? 지난 10월 4일, 오랜 동안 남북 경색이 지속되고 있던 터에, 뜻밖에도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선수단 격려와 폐막식 참가를 이유로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11명이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했다. 대표단에는 인민군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권력 서열 2위 황병서를 비롯하여 노동당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룡해와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김양건 등 소위 북한 권력서열 3인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초대형 뉴스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들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대표단과 오찬 회담에서 만나 제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10월 말~11월 초에 재개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불과 12시간의 짧은 체류 시간 동안 북한 대표단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 합의가 실현되기만 한다면, 지난 2월의 제1차 남북 고위급 회담 이래 9개월여 만에 고위급 접촉이 재개되는 셈이고,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 관계에 숨통을 트게 된다는 점에서 분명 반색할 일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이 합의가 과연 제대로 지켜질까 하는 의구심이 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기분일까 싶다.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 지난 9월 3일 모란봉악단 음악회 관람을 끝으로 한 달이 지나도록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실세 3명이 동시에 방남을 단행한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한 우리 언론의 논조는 남측에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고 그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포석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대체로 이 같은 견해는 권력 실세들이 한꺼번에 북한을 비우고 남한 땅에 왔다는 사실과, 김양건이 류길재 장관에게 “원수님(김정은)은 건강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지어졌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옳을 수도 있겠으나, 이들 3인방이 ‘수령 절대주의체제’ 하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김정은 전용기를 이용한 것이라든지 호위사령부 친위대원으로 보이는 사복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그것도 예정에 없이 갑작스레 인천을 방문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자신을 지켜주던 오른팔(고모부 장성택)을 자른 이후 김정은의 권력이 급격히 약화된 방증이라는 해석이 있기도 하다.

사실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과 남북대화 재개에 국한된 방문이었다면, 굳이 황병서가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는 최룡해와 대남 담당 비서 김양건만 왔더라도 충분했을 것이고, 그 또한 세인을 놀라게 할 빅뉴스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황병서가 단장 격으로 동행한 것은 최룡해와 김양건이 그를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며, 김정은의 유고 시, 실질적으로 북한을 이끌어가게 될 실력자임을 입증해 보이고자 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추측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의 장기 잠적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김정은의 잠적이 건강 이상에 따른 것이라면, 매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마다 행해 오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당장은 활동할 만큼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보이며 앞으로도 일정 기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매체는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밝혔지만, 김정은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명의로 김일성·김정일 입상에 꽃바구니가 진정(進呈)되었다는 소식만 전했다.

그런데 수령절대주의체제 하에서 수령이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물론 김정은 자신이 ‘전문(電文) 통치’를 하고 있다거나 여동생 김여정이 ‘대리 통치’를 하고 있다는 풍문도 있지만, 체제의 동요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공개 활동이 늦어질수록 북한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며, 이를 경감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각종 대남 도발을 감행하며 긴장을 조성할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 방법이야말로 북한주민의 관심을 바깥으로 돌리면서 내부결속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전 차원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0월 7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10월 10일 북한군이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풍선을 향해 연천지역으로 고사총을 발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김정은의 공개활동이 계속 부재한 가운데 북한의 무력 도발의 강도가 커지고 빈도수가 잦아진다면 이는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는 역설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제2차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를 기대하며 거기에 매달리며 안달하기보다는 차분한 자세로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는 데 더 큰 노력을 집중할 때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책무이기 때문이다.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오일환  iwoh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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