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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관기

지난 10월 4일, 45억 인구가 모여 있는 아시안 지역의 역내 올림픽이 16일간의 일정을 인천에서 막을 내리던 날이었다. 이날은 10·4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된 지 7년 되는 날이기도 했다. 중국 1위, 남한 2위, 일본 3위, 그리고 북한 7위. 세월호 정국의 스산함이 여전한 가운데 진행된 아시안게임은 남북단일응원팀은 물론 북한 미녀응원단도 참가하지 않으면서 국민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그냥 그렇게 마무리 되나 싶었다.

그러다 폐막식 당일 오전 통일부가 북측 고위급 인사 3인방의 입국을 발표하면서 하루종일 종편과 뉴스채널은 잇따라 속보를 쏟아냈다.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북한 권력의 핵심인사들이 자국 선수단을 격려한다고 대담하게 남한행을 통보했다는 것.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경호요원들을 대동하고 하루 동안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 이들 일행. 티타임과 오찬회동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청와대행을 사양한 채 순수하게(?) 폐막식 참석에만 집중한 북측인사들을 놓고 학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관측과 희망사항을 제시했다. 그러나 화려한 불꽃놀이로 마무리된 폐막식을 뒤로 한 채 2차 고위급회담을 약속하고 유유히 인천공항을 떠나가는 대표단. 3등도 아니고 7등한 북한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달려온 인사들의 이 단발적이고 강력한 방한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늘 아침 나온 청와대 반응은 토요일 하루 무성했던 정책적 전망을 무색케 했다. 고위급회담 정례화나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 폐막식 귀빈석 모습은 비현실적인 이 나라 현황을 보여주었다. 북측 인사들은 폐회식을 알리면서 게양된 대한민국 국기를 향해 경의를 표했고 자국 선수들이 행진하며 인공기를 흔들자 일제히 일어서서 환호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 심지어 차기 개최국인 인도네시아 국빈들도 물리친 채 연단 맨 앞줄에 서서 당당하게 자국 선수단을 맞이했던 이들의 아우라는 차라리 희극적 소재였다.

더구나 개최국 호스트로 참석한 정홍원 총리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함께 자리해 있으니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순간이었다. 세월호 사건과 윤일병 사망 사건으로 나라가 뒤집히기라도 할 듯했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 책임지고 물러나야 마땅했을 인사들이 ‘주적 북한’의 권력실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공기 게양 문제에 국가보안법 적용을 결정했던 대검찰청은 북측 고위급인사들의 담대한 행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었는지도 궁금하다. 대놓고 (북한)국위 선양하는 자 무죄? 저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주장하는 자 국가전복세력(종북주의자)? 국가보안법 적용이 이현령 비현령이니 엉뚱하게도 정권에 거슬리는 사람 발목 잡는 족쇄로 쓰이고 있다.

   
 

신뢰프로세스를 외쳤던 박근혜 정부가 이젠 더 이상 뒷걸음칠 구석이 없어졌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잘해보자고 유화 제스처 보내는 북한의 대담한 행보에 어정쩡하게 대응하다간 무능한 정부의 말로를 곧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발동 건 헌법 개정 얘기가 더욱 탄력 받고 무소불위의 권력 휘두르게 하는 대통령제 폐단을 스스로 연출하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 국가가 위임한 철권을 활용해 남북문제 통 크게 개진하고 민족의 장래를 밝히지 않겠다면 다시 토해내라고 한들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치고 날카로워진 국민의 마음을 사고 싶으면 국가안보 내세운 헛짓 그치고 정도를 따라 대문을 열어 젖히시라! 북한인민들의 인권이 진정 걱정되면 북측보다 더 담대한 대북정책 실천하시라!

윤은주/ 뉴코리아미션 이사장, 이화여대 북한학 박사

윤은주  ejwarrio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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