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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인권 관련 논란의 의미

북한인권 문제가 최근 유엔총회를 통하여 또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24일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 촉구와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요청하였다. 박 대통령이 국제회의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지난 9월 24일(현지시각) 제69차 유엔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했다. ⓒ청와대

이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인권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북한주민과 전시여성 피해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 환기”를 요구하였다. 총회의 뒤를 이어 뉴욕의 싱크탱크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유엔 인권조사위(COI)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북한인권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9월 23일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하였다.

유엔에서 대통령과 외교장관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북한은 격렬하게 비판하였다. ‘우리민족끼리’는 윤병세 장관의 남북 간 ‘북한인권대화’ 제의에 대해 “철면피하고 가소로운 추태”라고 했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28일 '대결에 미친 정치매춘부의 추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며 “박근혜 패당은 정면 대결을 선포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특히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북한인권 고위급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북한의 요구를 한미가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반북 인권 모략소동을 합리화해 불순한 대북 국제공조를 실현하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비판하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북한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경협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며 북한 문제에 접근하여왔다. 취임사는 물론이고 대북정책의 중요 방향이 제시되는 2013년과 2014년 8·15경축사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강조하고, ‘통일대박’론을 이야기하고, 드레스덴 선언을 하는 가운데 남북 공동번영이나 주민 간 융합 그리고 이산가족을 포함한 인도적 문제를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지향하였지만 동시에 북핵문제는 꾸준히 지적하여온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고지도자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강하게 성토함에 따라 앞으로 대북정책에서 인권 이슈가 크게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현 정부 들어서도 국내적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 제기를 지속하였다. 그러나 유엔총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북한인권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외교장관이 북한인권 관련 남북대화를 제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대북정책의 강경보수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있어왔으나 최근 핵문제 해결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로 이야기하는 빈도나 강도가 높아져왔다. 이 과정에서 인권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정권 초기 차별화를 시도하였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보수강경 정책기조로 회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 응원단 방문 협상의 결렬이나 북한의 고위급 회담 거절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보궐선거 승리 이후 정부 여당의 세월호 문제에 대한 강경한 대처와 같은 국내정치의 보수화 경향과도 잇닿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 북한이 미국과 유럽 등에 주요 인사를 파견하면서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내 생활안정과 주민통합에 집중하였던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한편 대외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남한은 일본과의 관계가 여전히 껄끄러우며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미사일방어체제 편입을 포함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고리로 남한은 국제적인 공조를 회복하는 동시에 북한의 적극적인 대외정책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의 북한인권 관련 논란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문제 자체가 북한이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이지만, 최근 북한이 ‘북한인권 고위급회의’에 참여 의지를 보이는 등 자신들의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시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는 사실은 북한의 반발을 배가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북한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인권 관련 양자회담 제의는 ‘선전용’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북한인권 문제의 해결이 여전히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다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 정부가 북한에 누누이 요구하였던 ‘진정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대내외적인 지지가 확보될 것이며, 이것이 정책추진의 추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올해 들어 국제적인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참여하는 한편 시민단체의 방북을 허가하는 등 북한에 대하여 유화적인 정책을 펴는 정부의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현 정부 대북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대북정책의 흐름 속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이우영  wylee@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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