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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로서의 책임의식과 역사교육

역사는 미래를 예언하는 가장 편리하고 보편적인 방법이자 한 국가의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는 우리시대의 족보다. 역사가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해내야 할 미래학자와 전략가들은 철저히 과거의 역사적 경험들을 기초로 미래전략을 만들어가곤 한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헤엄을 쳐야만 하듯 우리는 과거의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며 결코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역사를 다루는 역사가의 과제를 ‘과거의 의미’의 본질을 사회 속에서 분석하고 그 변화와 이행의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과거에 의해 지배받지 않으려면 끝임 없는 진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계속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진보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경험들을 통해서 역사가가 있는 사실 그대로를 기술하지 않고 지배권력들의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휘말렸던 곡필의 경험들을 기억하고 있다.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것이 역사가의 기본적인 소양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편승하여 허구를 사실로 왜곡시키는 실망스런 모습들을 보곤 했다.

지난 과거 우리 남한과 북한은 상대의 부정을 통한 적대적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지배권력의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체체존속의 기제로 이를 악용한 바 있다. 이러한 논리는 자국에 대한 민족적 애국심을 고취시켜 정부에 대한 지지도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동일 체제 우방국들의 외교적 호혜와 경제적 지원을 받아낼 수 있었던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통치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민족과 후세들에 대한 역사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역사가가 그 책무를 져버린 채 지배권력의 근시안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국가의 족보를 팔아넘기고 후세들의 미래를 볼모로 삼는 것은 역사가로서는 함량 미달인 치명적 불명예인 것이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한국처럼 심한 격동과 질곡의 변화를 겪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우리는 서방 선진국들이 겪어왔던 사회적 병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장밋빛 희망에 젖어 무엇엔가 쫓기듯 달려왔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에 이룬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대가로 우리는 심각한 세대, 계층간의 모순과 갈등을 겪게 된다.

   
 

흔히 말하는 남남갈등은 물론 남북문제에 이르기까지 뿌리 깊은 한국병의 치유는 올바른 역사가들의 사명의식과 책임감에서 시작될 수 있다. 역사는 현재에 대한 현재의 권위이다. 갈수록 세대, 계층, 민족 간의 끊임없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이때에 우리 역사가들의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보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민역사 교육을 통하여 우리 민족 상호간의 소통과 신뢰를 쌓아간다면 올바른 역사의 부재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수많은 오해와 편견의 악순환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더 이상 정치가에게서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많은 국민들의 푸념 섞인 넋두리가 만연한 이때 보다 긴 안목에서 우리 역사가들의 책임 있는 역사의식을 기대해 본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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