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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교수전(傳)」(下)

그교수의 말과 행동을 보면 대개 보수로 보인다. 하지만 그교수가 꼭 보수인 것만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어떨 때는 꽤나 진보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민주화 시절 ‘데모’도 좀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진보에서 보수가 된 것인가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해방 이후 거의 모든 기간을 보수가 권력을 잡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그교수가 보수 쪽에 선 것일 뿐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른바 ‘진보세력’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90%쯤 된다면 그는 진보로 행세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해 그교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오직 자신의 이익,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무슨 벼슬을 한자리 하거나 그 자리를 이용해 돈벌이할 생각만 하는 ‘자기이익주의자’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말도 있다.

보수 같기도 진보 같기도, 실은 ‘자기이익주의자’

‘자기이익주의자’인 그교수는 민족주의자이고 애국자이기도 하다. 예컨대 그는 광개토대왕의 넓은 영토와 장보고의 해상왕국에 감동하고, 한편으로 현재 삼성전자가 한국기업으로서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사실(이 다국적기업을 ‘한국의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을 민족적 자랑거리로 여긴다. ‘미국의 기업’인 애플이 삼성전자를 제소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기 짝이 없다. 그는 오갈 데 없는 민족주의자이고 애국자이지만, 한편으로 물 건너 있는 대국(大國)인 미국을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교수가 그교수에게 미국을 비판하는 말을 했다가, 분노에 찬, 폭포수 같은 반론을 듣고 어이없어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그교수는 미국을 사랑하지만, 같은 동포인 북한에 대해서는 무조건 ‘미친놈들’ 운운하면서 흥분한다. 또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종북’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확인되지 않는 풍문일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교수가 차근차근 이치를 따지면서 대화하는 것을 무척 꺼린다는 것이다. 특히 그교수는 공개 석상에서는 평소 신념을 밝히는 법이 없다. 그교수가 무게를 잔뜩 실어 권위 있는 어투로 말할 때도 있기는 하다. 그건 대개 자기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대학원생 혹은 아직도 약간 순진한 학부생 앞에서다. 그 외에 그교수의 무게 있는, 권위 있는 발언은 주로 그교수가 아첨의 기술을 총동원해서 따낸 무슨 ‘장’을 맡았을 때다. 하지만 그 ‘장’을 그만두면 그런 권위 있는 말투는 사라지고 만다.

무식한 듯 영민한 듯, 다른 데 기웃거리느라 늘 바빠

그교수는 너무 바쁘다. 중요한 ‘사회활동’으로 늘 이곳저곳 기웃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교수가 책을 읽거나 궁리하는 것을 본 사람은 드물다. 그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면 그교수는 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연구실을 둘러보면 사방에 책과 문서가 가득하다. 그 책들은 보통 사람들은 짐작이 가지 않는 어려운 제목을 달고 있다. 학교 밖의 사람들은 그교수가 대단한 연구를 수행하는 줄로 안다. 하지만 그 책들은 20년 전 30년 전 젊은 시절 사들인 것이고 이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것들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교수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 중에 그교수가 의외로 무식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교수는 결코 무식하지 않고 영민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분은, 그교수가 노조의 파업을 엄단하는 것이 기업을 살리고 국가와 사회를 안정시키는 지름길임을, 핵발전소의 증설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4대강 사업’이 국토의 효율적 사용과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중차대한 국가사업임을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듣고, 그교수의 해박함과 영민함에 새삼 감탄해 마지않았다는 것이다.

   
 

외사씨(外史氏)는 말한다. “어떤 그교수는 학장이 되고, 어떤 그교수는 총장이 되고, 어떤 그교수는 정치인이 된다. 위원장도 되고, 장관도 되고, 사외이사도 된다. 다만 그교수는 윗분이 시키는 대로 하는, 윗분에게 충성을 다하시는 분이다. 요즘 보기 드문 충직한 분이시다. 어떤가 대한민국 국민이면 본보기로 삼아야 할 분이 아니신가 ”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강명관  hkmk@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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