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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서 북한은 뭣하러 불렀을까?

9월 19일부터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예정이며, 참가국 선수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지만 인천시 주변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북한 선수단의 대회 활동과 응원을 트집잡으려는 보수단체들의 막가파식 추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0억 아시아인들 앞에 대한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국제관례도 소용없는 대북 히스테리
9월 1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앞 도로에 북한 인공기가 게양되었다가 철거되는 일이 있었다. 보수단체가 북한 인공기 게양에 항의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황스런 점은, 길거리에서 인공기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참가국들의 국기를 모두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9월 10일, "경기장 인근 거리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기와 대회 엠블럼 기만 내걸고 참가국의 국기는 경기장에만 게양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북한 인공기만 철거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특정 참가국의 국기만 게양하지 않는 데 대한 대응논리가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보수단체의 생트집에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굴복한 것이다.

나아가 대검찰청 공안부는 9월 11일 오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경기장, 시상식장, 선수촌 등 필요한 범위에서의 인공기 소지·게양은 허용되고 북한선수단 구성원의 경기장 내 응원을 위한 인공기 소지·사용도 가능토록 했다.

다만 우리 국민이 인공기를 소지하거나 흔드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가보안법상 이적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북한 국가의 연주·제창도 시상식 등 대회 진행에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키로 했는데, 우리 국민이 이를 따라부를 때에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받는다고 하였다.

이럴 것이면 북한선수단은 뭣 하러 불렀냐고 할 법하다. 인공기를 내린 것이 오히려 OCA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OCA 규정 58조에 따르면 "모든 경기장 및 그 부근, 본부 호텔, 선수촌과 메인프레스 센터, 공항 등에는 OCA기와 참가 올림픽위원회(NOC) 회원들의 기가 게양되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북측이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방침을 밝혔을 때 우리 정부 입장은 국제관례에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외국의 스포츠대회에서 북한 인공기는 정상적으로 게양되고 있다. 심지어 북한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도 자국민이 스포츠대회에서 북한 국가(잘 알지 모르겠지만)를 따라 부른다고 처벌하지 않으며 심지어 북한을 관광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국제관례에 따르겠다고 해놓고 인공기에 대해 대검찰청까지 출동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지구촌에서 유일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아시안게임 트집이 수수방관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민간단체의 영역을 떠나서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개 단체들의 정신 나간 행동이라면 법질서를 확립하는 범위에서 적절히 다독여 풀어야 하지만, 국가기관이 동조해 공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이라면 이는 국제사회의 조소를 넘어 우려와 외교적 파장으로 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대북전단 살포
반북단체들의 대북 히스테리에 우리 정부와 국방부가 부화뇌동하면서 남북관계 전반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통일뉴스> 보도에 따르면 9월 13일, 북한은 “북남고위급접촉 북측대표단 대변인 담화”라는 형식으로 “지금 남조선당국의 삐라살포행위는 그 규모와 도수에 있어서 일찌기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8월에 들어와 군사분계선 전역을 포괄하는 넓은 지역에서 수십 차에 걸쳐 대대적으로 살포되기 시작한 삐라와 미국돈, 유치한 물건짝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라면서 남측의 대북전단살포를 문제삼았다.

대변인은 이를 두고 “우리는 이미 삐라살포는 가장 로골적인 심리전이고 민족적 합의에 대한 엄중한 파기이며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대결과 전쟁도발행위로 된다는 것을 엄숙히 경고한 바 있다.”라고 재확인했으며 나아가 “이제는 《풍선작전》을 파탄시키기 위한 우리 군대의 보복타격이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대상에 가해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일단 삐라살포가 개시되면 우리 역시 심리모략전의 《도발원점과 그 지원 및 지휘세력》을 즉시에 초토화해버리기로 결심한 상태임을 숨기지 않는다.”라고 해 북한도 전단살포 원점과 그 지원 및 지휘세력을 초토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임을 밝혔다.

실제로 반북단체의 대북전단살포 행위는 교전위험 상황까지 치달았던 적도 있었다. 2012년 10월 19일, 북한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공개통고장”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단체는 3일 뒤인 10월 22일, 기어이 대북삐라 살포를 강행하려 해 임진각 주민이 대피하고 경찰이 출동해 전단살포를 저지하는 등 일대가 극심한 혼란을 빚었던 바 있다.

이 당시 상황에 대해 <중앙일보>는 북한이 ‘공개통고장’에서 “삐라살포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라는 경고에 이어 최전방에 배치된 포의 포신을 개방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 태세에 돌입했으며 이에 우리 군도 전단 살포시 임진각 타격 위협에 따라 서부전선 지역의 화력 대응태세를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하였다. <중앙일보>는 또한 F-15K와 KF-16 등 공군 초계전력도 증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두고 인민군 포신이 개방되고 임진각 주민이 대피하고, 우리 군의 화력대응태세가 상향 조정되고 공군 전투기가 초계비행 출격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아시안게임이 진행되는 2014년, 이른바 “풍선작전”이란 미명 아래 대북전단살포가 강행되면 북한과 극한 군사적 대치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중차대한 상황이 된 것이다.

아시안게임에 난데없는 상륙작전
심지어 9월 14일, 미군과 국방부는 인천상륙작전 64주년을 기념한다며 아시안게임 개최지인 인천앞바다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재연하는 사실상의 훈련을 선보였다. 세계적 스포츠 제전인 아시안게임 개최지에서 굳이 상륙작전을 재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방부는 이 행사가 연례적이라고 하는데, 어차피 매년 하는 행사라면 세계적 스포츠 제전을 앞두고 연기, 취소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 전역에 전 국민 연례행사인 프로야구도 아시안게임 개최를 이유로 일시 중단되었다.

국방부 주장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가 군사훈련도 아닌 일개 “행사”일 뿐인데, 그것이 국제대회에 거리낌없이 진행되고 거기에 이지스 구축함을 투입하고 미군함정과 한국해군이 투입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관계회복을 극구 반대하는 행동들
40억 아시아인을 초대한 스포츠대회에서 군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모여앉아 “척결”, “격퇴”, “응징”을 외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은 하나같이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는다. 남북의 화해 협력이 아니라 남북의 영원한 대결이 고착되는 것이다.

지금 동북아 정세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활발한 대북물밑교섭에 나서고 있다. 북한 외무상도 9월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우리 정부도 연초부터 대통령이 “통일대박”이라고 하였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당면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할 것 아닌가.

정부 말마따나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남북은 화해하고 협력해야 공존할 수 있다. 툭하면 군사훈련에 툭하면 미국무기 구매가 이어지니 국민경제가 이중고를 앓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개성공단을 일으켜 휴전선 인근의 인민군 부대들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군사적 긴장완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겉으로는 “튼튼한 국가안보”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이라며 남북관계를 악화시켰고 2010년에는 북한과 연평도 포격전까지 벌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결과 불신행위는 모두 한반도 긴장이 지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긴장지속은 한미동맹 강화 논리로 이어지며 미국무기 구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예산이 없어서 담배값까지 올리며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도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와 차세대전투기 사업 등 주요 국방사업에서 천문학적 국가예산을 미국에 마구 퍼주고 있다.

한반도 긴장격화로 이득을 보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미국은 한반도 긴장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을 견제한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주일미군의 주둔근거까지 마련한다. 한국의 수많은 국방부 관련기관과 인사들은 한반도 긴장에 기대어 징병제를 유지해 국방부의 사회적 영향력을 떠받치고, 막대한 국방예산을 승계받아 그들의 장밋빛 노후를 설계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대한민국에는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게 되고 미국과 군부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이 상태로는 우리 자손까지 예의 “북 위협도발설”에 마음을 졸이며 군대에서 청춘을 보내야 할 판이다. 이는 우리 국민이 바라는 민주주의도 아니며 평화통일도 아닌 것이다. “통일대박”이 아니라 미국 군수업체만 대박날 뿐이다.

해법은 교류협력
그렇다면 북한문제를 어떻게 풀자는 것인가? 남북이 직접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대북전단지 수백 장을 날리는 것보다 단 한 번의 만남이 오히려 북한주민들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현실을 절실히 알려야겠다면 남북간 긴장을 완화해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에는 북한주민을 직접 만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우리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한 “남북교류협력 특별법”도 마련해두고 있지 않은가.

남북이 광범위하게 만나고 교류해야 북한주민들이 대한민국을 알게 되고 남한주민도 북한을 알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감정도 풀리고 오해도 해소되며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다.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우리사회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우리사회연구소에 있습니다.

곽동기  uri-societ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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