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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유가족, 분단

#1. 밤낮으로 울어대던 매미 소리가 저음의 귀뚜라미 소리로 바뀌었다. 그 무덥던 여름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여름, 밤도 모자라 새벽까지 울어대는 매미를 보며 어느 DJ는 이렇게 제안했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매미를 한번 잡아보시라”고. 야속했다. 수년간 굼벵이로 땅속에 있다가 단 며칠 세상 밖에 있을 동안 짝짓기 하나의 사명을 위해 힘차게 울어야만 하는 매미의 심정을 그렇게 몰라주나 싶어서다. 단 며칠 살면서 인간에게, 새에게, 또 불의의 사고로 죽어간 매미의 억울함을 생각한다면 ‘맴맴’ 소리가 밤잠을 깨우는 소음이 아니라 처절한 외침으로 들리리라.

#2.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 5일 방한을 어떤 언론은 “세월호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마쳤다”고 했다. 비행기에 내리면서 세월호 참사를 ‘가슴에 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니까. 그 교황은 무더운 날씨 속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미사에서 세월호 유가족 유민 양 아빠 김영오 씨를 직접 만나 그의 슬픔을 어루만져줬다. 억울하게 죽어간 자식에 대한 슬픔이 씻겨질 새도 없이 무책임한 정부를 향한 커다란 분노 덩어리가 겹겹이 쌓인 아비어미에게 교황의 언행은 곧 복음이었을 것이다. 국내 정치권, 종교계의 소위 ‘지도자’란 자들이 죄다 귀막고 입닫은 상황에서 교황은 곧 하나님 같았을 것이다. 오직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의 유가족들에게 교황은 곧 소망의 실현 같았을 것이다. 이제 과연 누가, 그 무엇이 이들 유가족들의 억울한 호소에 귀기울여 줄 것인가.

#3. 방한 마지막 날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모든 코리안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코리안은 즉 남북한은 한 형제자매이고, 한 가족이고, 한 민족이라는 것.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잘 알고, 너무나 초보 사실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리네 인식은 어떤가. 남한의 국방백서엔 북한이 ‘주적’으로 등장하고, 북한의 신문엔 남한이 ‘괴뢰’로 나온다. 틈만 나면 서로를 헐뜯고, 위협하고, ‘공격이네’ ‘방어네’ 하면서 서로를 죽이는 전쟁연습을 벌이고 있다. ‘통일 관련 국민의식 조사’니 ‘여론조사’니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젊은 세대는 ‘골치 아픈’ 통일보다는 ‘이대로 편한’ 분단을 바라고 있다. 분단이 비정상인지 통일이 비정상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분단은 거대한 현실이 되어 있다. 그 마음 저린 현실을 교황의 메시지는 화들짝 일깨워준 것이다.

매미 소리는 잦아들었다. 세월호 특별법도 아마 어느 지점에선가 처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의 억울한 울부짖음이 이 땅에 다시 있지 않도록 진상은 꼭 밝혀져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분단은 어쩔 것인가. 70년 가까이 허리가 두 동강 난 채 쿨럭쿨럭 신음소리를 내며 죽어가는 분단 코리아는, 그 처절한 울부짖음은 누가 들어줄 것인가.

이대로 또 한 세대가 어물쩍 넘어간다면 한 민족을 잠시 갈라놓은 38선은 국경선이 되고 말 것인데, 통일이 아닌 영구분단조국을 물려받아야 하는 내 사랑하는 자녀들의 불쌍함은 어쩔 것인가. 턱턱 숨이 막히는 분단 조국의 반쪽에서 세월호 참사처럼 압사당하게 될 꽃봉오리들의 눈물은 어쩔 것인가.

지금은 깰 때다. 화들짝 눈뜨고 각자가 발디딘 현실을 직시할 때다. 지금은 분단의 때, 증오의 때, 그래서 서로를 죽이고 있는 때라는 걸 가슴으로 느껴야 할 때다. 그리고 이 억울한 분단을, 아프고 슬픈 분단을 매미처럼 밤낮으로 부르짖고 외쳐야 할 때다. 그것만이 분단의 코리안들을 정신차리게 하고, 그것만이 비로소 통일을 목놓아 부르게 할 것이므로.

*이 글은 토기장이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월간 <편지>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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