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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지고 막히는 폐단이 없어야 하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래도록 추석날 같기만 원하노라(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嘉俳日:김매순 『열양세시기』)”라던 민족 최고의 명절인 추석도 지났습니다. 금년의 추석은 다른 해와 다르게 날씨도 청명하였고 보름달 또한 예년에 비해 훨씬 크고 밝은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더구나 대체휴일까지 겹쳐 5일이나 휴식을 취하게 쉬는 날도 많아서 더욱 좋은 추석이었습니다. 명절 음식도 집에서 약간 준비하였기에 송편도 먹고 과일도 먹으면서 편하게 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시국은 범상하지 않아 마음 한편에는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서려 있었기에 마음을 졸이다가 또 언제나 하던 대로 『목민심서』를 꺼내 읽었습니다. 다산이 살았던 200년 전에 있었던 세상 형편이, 어쩌면 이렇게 긴 세월이 흘렀건만, 큰 차이 없이 유사한 일들로 반복되고 있을까요.

“가로막혀서 소통되지 못하면 민정(民情)이 그 때문에 답답하게 되어지니, 찾아와서 호소하고 싶은 백성으로 하여금 부모의 집에 들어온 것과 같이 해주어야만 훌륭한 통치자(良牧)인 것이다.(壅蔽不達 民情以鬱 使赴愬之民 如入父母之家 斯良牧也 : 刑典·聽訟上)

5일 동안 쉬면서 개인적으로야 울화통이 터질 일은 없었지만, 효자동 청와대 입구에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농성하고 단식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답답해져서 다산의 해결책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말합니다. “가려지고 막히는 폐단과 막힘없이 통하게 하는 방법은 이미 수편(首篇:목민심서 제1부 부임·위사(莅事 1조)에서 상세하게 말해두었다”는 말까지 더해 놓았습니다.

제1부 부임(赴任) 「위사」조항에서는 통치자가 직책에 부임하여 실행해야 할 일을 열거해놓고 그 모든 일 중에서도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을 호소해오는 사람들에게 충분하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줘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가장 첫 번째의 일로 여겨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바로 직무 수행의 가장 중요한 일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방법까지를 참으로 세세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도 단식 대열에 동참해 있고, 많은 지인들이 농성에도 참여하고 있어 효자동, 광화문을 지나갈 때에는 마음이 정말 답답해집니다. 왜 그들이 단식을 계속하고, 왜 그들이 뙤약볕 아래서 고통을 참으면서 농성을 해야 하는가를 그들 당사자들을 불러다가 집안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한 마음과 분위기에서 자세히 듣고, 이유가 있다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고, 이유도 없이 단식이나 농성을 한다면 타당성이 없음을 설명해주어 단식이나 농성을 풀도록 해주어야 할 텐데, 경찰 버스로 경찰관들로 성벽을 쌓고 가로막은 채 일체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니, 이런 답답함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민정이 답답해 있고 백성들의 뜻이 가려지고 막혀 있다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겠는가요. 숨통이 조금 트이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인가요. 즐거운 중추가절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박석무  e_da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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