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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누구를 위한 종북논란인가?

남북대결 이전에 남남(南南)갈등 해결이 더 근본이고 요원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철이 아니어서 잦아들긴 했지만 종북(從北)논란(과거엔 ‘친북’親北 논란)은 언제든 남남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불씨로 잠재해 있다. 정권 비판마저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황당한’ 종북논란은 제외하고 제대로 된 종북논란, 그러니까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를 유코리아뉴스가 짚어보기로 했다.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대북 정책의 적절성은 물론 종북논란의 진위 여부를 규명해주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코너는 정해놓은 논조에 원고를 맞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 다양한 주장의 글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논조’의 코너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누구인가?’에 대한 주장, 논문, 서평, 인터뷰 등 모든 종류의 글을 환영한다. 글은 간단한 필자 소개와 함께 ukoreanews@gmail.com으로 보내면 된다. -편집자 주

우리 사회에서 북한은 ‘혈통적으로는 민족’임과 동시에 ‘군사적으로는 주적’이라는 이중정체성을 띤 상대로 여겨진다.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조갑제씨조차 북한 정권과 인민들을 분리하여 2500만 동포는 우리나라의 주적이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www.chogabje.com). 백두혈통을 내세운 북한의 3대 세습정권, 조선노동당, 그리고 우리사회 동조세력이라 규정하는 소위 ‘종북세력’은 척결대상이고 헐벗고 굶주린 인민들은 우리 동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한 것 같으면서도 자가당착적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사회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편견에 기초해서 조급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대북정책 전술 면에 있어서도 해악이 되고 있는데 그의 주장대로 라면 북한정권만을 향해 휘둘러야 할 칼을 엉뚱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냉철하게 지피지기의 태도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민족의 앞날을 책임질 역량을 분별없이 깎아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인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 속에 수립된 북한정권은 항일투쟁은 물론 해방 직후 실시된 제반 사회 개혁 및 친일청산을 근거로 국가적 정통성을 내세워왔다. 저들 보기에 남쪽에 수립된 대한민국은 친일파와 지주, 미 제국주의 앞잡이들이 세운 괴뢰정부였고 그러한 인식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어 보인다. 한편 1972년 헌법을 개정하며 유일지도사상을 제시한 북한은 김정일 후계체제를 염두에 두며 장기적 독재통치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미 1956년과 1967년 갑산파와 만주파, 연안파, 그리고 국내파 등 유력 정치 분파들을 제패한 이후 착실히 닦아 온 유일지도체제가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노동당, 군대, 그리고 관료조직을 통해 국가시스템을 운영하는 북한에서 수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충성집단은 싫든 좋든 지배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1989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이 붕괴될 당시 김정일이 사형 집행 영상을 당 간부들에게 회람하며 다그쳤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지배연합 내 단결을 강도 높게 주문했던 것이다. 외부타력에 의해 이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는 시나리오는 억측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사후 유행처럼 등장했던 급변사태론이나 흡수통일론은 정확한 상황파악을 기초로 하지 않았음이 거듭 입증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적잖은 사람들에게서 굳건한 희망으로 건재하고 있음은 패착의 증거이다. 잘못된 전망 속에 정작 힘들게 쌓아 온 우리 주도의 통일논의는 수포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가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를 낚아챘더라면!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상회담 내용을 걸러서 취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북한 정권의 토대는 그야말로 뿌리 채 흔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삼투압작용이 물밀듯 대문을 열어젖혔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북한 인민들이야 말로(핵심계층일지라도 1%를 제외하고!) 내심 원하고 있지 않았을까? 호상감시체제가 작동하는 중에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고 외부조력을 기대했던 이들이 분명 많았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들 중 하나는 이전 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비난카드를 국내정치용으로 과도하게 써먹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 후보 공격용으로 내민 카드인지라 쉽사리 거둬들일 수 없었던 까닭이다.

불행하게도 러시아와 중국, 동남아시아 각지에는 북한 외화벌이 일꾼들이 무수히 나가 있고 알 수 없는 규모의 외화가 북한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라스콤 자본이 투입되어 101층 높이의 류경호텔 건축이 재개되었고, 2008년 설립된 고려링크를 통해서는 휴대전화 사용자가 200만을 넘어섰다. 개통비 300달러, 월 사용료 100달러를 지불할 수 있는 인구가 200만 이상 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30여만 명에 달한다는 중국동포들의 활동도 예사가 아닌데 이들을 통한 북-중 무역은 어떤 통계에도 잡히질 않는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 동안, 소위 퍼주기 대북정책이 가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하며 자신들의 길을 걷는 중인 반면 우리사회에서는 철지난 종북논란으로 국력만 소모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7년 11위에서 올해 2014년에는 26위로 급락하였는데 이는 종북논란에서 비롯된 나비효과라 생각한다.

   
 

북한이 김일성주의를 추종하는 한 우리와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헌법을 유지하는 한 북한도 흡수통일에 대한 거부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북한을 혈연에 기초한 같은 민족이라 여기며 즉각적 통일을 생각하기 이전에 최소한 이웃한 형제 국가로 인정하고 남북연합을 추구함이 역설적으로 사실상의 통일을 이루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을 펼치며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국가들과 수교했던 것처럼, 북한과도 국가연합의 단계에서 교류와 경제협력을 높여나간다면 어느 시점에서인가 분명 정치통일을 수용할 수 있는 임계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종북논란으로 내분에 내분을 촉발시키는 것은 통일전선술을 구사하는 북한의 대남정책에도 훨씬 못 미치는 하수이며 자충수이다.

윤은주/ 이화여대 북한학 박사, 뉴코리아미션 이사장

윤은주  ejwarrio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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