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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북한을 오가고 북한 사람을 만나는 민간인?

2009년 대북지원민간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개성, 금강산을 처음 가게 되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가까워질수록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북한 군인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더욱. 내가 몰던 차가 자동차 검색대를 약간 빠른 속도로 지나치자 북한 군인은 인상을 쓰면서 말 대신 빨간 깃발을 흔들었다. 다시 뒤로 오라면서. 후진하면서 뒷거울에 비친 그 군인 눈빛이 얼마나 살벌하게 느껴지던지 온 몸이 쭈뼛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인도적 대북지원’이라는 말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듯하다. 간간이 들려오는 대북지원민단간체들의 개성 협의 방북마저도 큰 기대감으로 다가왔지만 실질적인 진전이 없이 돌아오곤 했다. 남북 당국 간의 기싸움에 끼인 형국이 된 탓일까.

인도적 대북지원의 특이성은 그 ‘합법성’에 있다. 내년이면 분단 70주년을 맞는다. ‘북한’, ‘북한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들이 더 많다. 그와 동시에 심리적 부담감을 갖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일 것이다. 잘못하다가 무서운(?) 그 법에 걸려드는 거 아닌가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다. 분단은 휴전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법체계 등을 통해 우리 인식과 사고방식에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합법적’으로 북한을 드나들고, 북한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인도적 대북지원민간단체 사람들이다. 이들 단체들은 요건을 갖춰 통일부의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고 대북지원 활동을 하게 된다. 통일부에 등록된 인도적 지원협력 단체는 63개에 이른다(2014. 9. 6. 현재). 사회문화협력으로 등록된 38개의 단체를 포함하면 북한과 합법적적으로 교류협력을 할 수 있는 ‘합법적’ 지위에 있는 단체는 101개에 이른다. 또한 통일부 허가법인이 아니더라도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은 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그 숫자는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들 대북지원민간단체들은 합법적으로 북측과 접촉하고 서신 교환하고 여러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 전반은 남북관계 상황에 맞춰 정부의 승인 하에 진행되는 것이다.

분단 70주년을 맞을 때까지 민간 차원에서 북한을 합법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한 것은 대북지원민간단체들뿐이다. 분단체제 하에서 남북관계의 행위자는 오직 정부 당국뿐이었다. 하지만 대북지원민간단체들이 남북관계의 합법적 행위자로 등장했고 그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북한에 물품만 주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주민 접촉을 통한 상호이해, 농업기술전수, 북한 정보 전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합법적 행위자로서의 지위는 1995년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부터 비롯된다. 북한이 큰 수해로 식량난을 겪자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동포애적 차원에서 모금운동이 일어났다. 당시만 해도 대한적십자사가 대북지원 단일창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 모금을 그곳을 통해 북한에 지원했다. 차츰 모금한 것을 단체들이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민간단체들의 요구가 있자 1999년 2월 10일에 정부는 대북지원 창구다원화 조치를 취했다. 그로부터 남북관계에서 대북지원민간단체는 합법적 행위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분단체제에서 처음으로 대북지원민간단체가, 아니 시민이 합법적으로 남북관계 행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휴전선을 넘어 북에 다녀왔다. 지금은 많이 다니지 않아 추억처럼 아련히 느껴지는 길이지만, 합법적인 길이 열려 있다. 시민들의 참여로 좁지만 통일의 오솔길을 오가다보면 큰 담처럼 느껴지는 분단의 벽도 마침내 무의미해지는 그 날이 꼭 올 것이다.

 

 

박일수/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 팀장, 연세대 통일학 박사수료

박일수  peacemakers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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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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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은주 2014-09-06 14:36:55

    가랑비에 옷젖는다고...꾸준하게 희망를 부여잡고 계속 두드리는 겁니다~ 홧팅!!^^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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