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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새로운 코리아를 창조하는 과정

통일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은 남, 북 한 쪽의 붕괴를 전제로 한 ‘결과로서의 통일’(통일이라는 결과만 중시하는 것)과 대비된 개념으로 그 동안 많이 논의되어 왔다. 6·25전쟁에서 북이 남침한 것이나 역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의 힘을 통해 북을 점령하려 한 것이 ‘결과로서의 통일’에 대한 전형적인 접근법이다. 이 당시에 단기간의 전쟁을 통한 결과로서의 통일이 논의되고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분단의 시간이 길지 않아 서로 간에 강한 동질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로서의 통일’의 새로운 버전은 ‘북한 붕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1990년 소련ㆍ동구체제의 해체와 동서독의 통일 그리고 김일성의 사망 이후 결과로서의 통일론이 새롭게 확산되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서도 나타났는데, 김정일의 사망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다시 나타났다. 남북의 분단이 60년을 경과하여 체제와 문화의 이질성이 극도로 심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로서의 통일이 논의되고 추진되는 것은 북한체제의 패배와 남한체제의 승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즉 ‘필연적’으로, ‘조만간’, ‘홀연히’ 닥칠 북한의 붕괴를 계기로 남한체제를 북한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결과로서의 통일’은 60년 동안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남북 간의 적대성만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북한은 60년 전 한국전쟁에서도, 20년 전 소련동구체제의 해체에서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 이후에도 살아남았다. 지금도 나름의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북한체제가 유지되는 것은 강고한 분단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남한체제도 기본적으로 분단체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남북의 국가체제는 상호의존하고 있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은 통일을 한 순간의 어떤 사건(전쟁, 붕괴 등)으로 보지 않고 형성적인 것으로 본다. 즉 남과 북의 분단이 극복되고 이질성이 완화되어 동질성이 강화되며, 새로운 통일국가의 질이 형성되는 과정이 곧 통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멘과 독일의 통일에 대해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예멘은 1990년 5월에 합의로 통일했으나 4년 뒤인 94년 5월 전쟁이 일어났고, 2개월 뒤 북예멘이 승리함으로써 전쟁 끝에 다시 통일되었다. 그러나 통일 뒤의 예멘은 살레 대통령의 오랜 군사독재의 결과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혼란에 빠졌고 세계 최빈국이 되어 지금은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근거지로 변했다. 통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창조하는 과정’이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붕괴’된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었다고 한다. 1989년에서 90년에 이르는 2년 간의 짧은 시기만 보면 현상적으로, 결과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1949년 분단 독일의 성립에서부터 1990년까지 나아가 통일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를 살펴본다면 독일의 통일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새독일’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나치독일은 ‘옛독일’(Old Germany)이었고, 이것을 극복하고 1949년에 등장한 독일은 ‘새독일’(New Germany)이어야 했다.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초대 수상이었던 아데나워(Konrad Adenauer)는 ‘새로운 독일’을 만든다는 건국의 비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새독일은 처음에는 완성된 형태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새독일, 즉 독일연방공화국은 기본법 1조에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모든 공권력의 의무이다”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독일국민의 모든 의식을 바꾸고 제도를 새롭게 창조해갔다. 이 새독일은 서독 전체뿐만 아니라 1969년 이후에는 브란트(Willy Brandt)의 동방정책에 의해 동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 동독이 새독일로 합류하게 되고 이 새독일을 국제적으로 승인한 것이 바로 독일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코리아의 통일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새로운 코리아를 창조’하는 과정으로 본 사람은 거의 없다. 통일은 과정이되, 창조의 과정이고, 구체적으로 새로운 코리아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이 점에서 통일은 일종의 건국과정(a new, united nation building process)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통일을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코리아의 핵심가치, 즉 헌법 1조를 어떻게 설정하고 확립하는가이다. 그 동안 통일운동이 민족중심, 국가중심, 국제중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면 새로운 건국과정으로서의 통일은 ‘모든 인간’(모든 사람 개개인)이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북한은 한 사람(수령 또는 최고지도자)만 존엄하거나 국가만을 존엄하게 규정해 여타의 모든 주민의 삶을 억압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은 비록 헌법 10조에 ‘국민의 존엄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로 규정되지 못하여 민주정치와 공동체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 따라서 존엄하게 살 권리와 의무가 있다’를 헌법1조로 하는 통일과정은 8000만 코리안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20억 주민과 70억 인류에게도 ‘행복한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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