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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과 ‘해적’을 통해 읽는 정치학

최근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 영화 두 편이 있다. 조선 수군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명량’과 조선 건국에 반대하고 해적이 되어버린 내용을 그린 영화 ‘해적’이 그것이다. 박스 오피스 1, 2위를 다투는 이 두 영화가 국민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한 영화 자체의 흥미 내지 작품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자고로 군인이 생각이 많으면 나라가 어지러운 법이다. 이 두 영화의 결정적 차이점은 한 마디로 ‘군인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 여부’라 할 수 있다. ‘명량’의 주인공 이순신은 군인으로서 조정의 어수선한 파벌싸움과 거리를 둔 채 오직 나라와 백성만을 바라보고 스스로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군인의 모습이었다. 반면 ‘해적’에서의 이성계는 군인 본연의 신분을 망각한 채 조정의 뜻을 거슬러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건국하는 정치군인의 모습을 띠게 된다.

또한 이 두 영화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바다 위에서 이뤄지는 냉혹한 인간사, 그리고 바다 아래에서 일어나는 대자연의 섭리가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도 치유되지 못한 4·16 세월호 사건의 비극적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아픔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두 영화는 인간세상의 온갖 권세와 부귀영화도 거대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순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 인간사의 탐욕과 죄성들을 반성케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극히 근본적이고도 회의론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와 과연 우리는 향후 어떻게 이순신의 리더십을 현실로서 구현해내고 조선 수군에서 이탈한 해적들을 포섭해 낼 것인가? 이는 관료제를 규정한 우리 헌법 제7조에서 답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문화해 놓았다. 여기서 공무원은 군인이 포함됨은 물론이며, 하단의 책임은 정치적 책임을 의미한다. 이어 제2항에서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법에 의해 보장하고 있다.

‘명량’에서 이순신은 수군으로서 누구보다도 바다에 대한 지형과 정보 파악에 충실했다. 즉 공무원의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고 백성들에게 책임을 다했던 것이다. 반면 ‘해적’에서 조정의 수군은 오히려 백성들의 민생은 안중에도 없었고, 조선건국의 정통성 확보를 위한 지배권력 간의 헤게모니 싸움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것의 해답 또한 역시 앞서 언급한 헌법 제7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공직 관료들이 보여준 모습은 어떠했는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으로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선뜻 나서서 책임을 지려는 관료들도 없었다. 이윽고 이어진 세월호 사건에서도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말하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스로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급급한 모습을 넘어 도리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에서 ‘관피아’란 오명까지 따라붙게 되었다.

그리고 위 두 영화는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보편적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이는 나라의 통치가 민심에 따를 때 자연에게 감동을 주어 모든 국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내치의 안정과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이 속담은 영화 속 가상과 현실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타당한 자연의 섭리요, 확증된 역사적 진리인 것이다.

‘명량’과 ‘해적’이 흥행하는 동안에도 국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 간 심한 삿바싸움을 벌이며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맹목적 성장지상주의가 낳은 망국적 한국병의 산물로서 21세기 우리 현대사에 찾아온 가장 큰 숙제이자 도전인 것이다. 대대적인 자기성찰과 국민적 합의 도출이 필요한 이 사안을 단순히 정당 또는 이익집단들 간의 헤게모니 싸움 내지 정략적 이해관계로만 바라보는 시선들을 경계해야 한다.

   
 

역사학자 허버트 조지 웰스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 고로 역사는 되풀이 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와 같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돌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헌법 제7조에서처럼 이제 우리 대통령과 공직 관료들은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들에게 보다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란 성경구절의 권면처럼 고통 받고 신음하는 국민들의 낮고 작은 목소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명랑’과 ‘해적’이 현실 정치에 주는 교훈이요, 민심과 천심이 이끄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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