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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목소리에 부쳐또 다른 강제송환자, 남한 내 탈북자들을 생각한다

 30여명 탈북자들의 북한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엔 시민단체를 비롯해 교계, 정치권, 정부도 예외가 없는 것 같다. 교계에서는 탈북자 북송 반대 서명과 기도회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중엔 이 문제를 총선 쟁점으로까지 삼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정부는 중국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달 말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탈북자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던 민주당도 2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탈북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송환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 송환은 30여명 탈북자들에게는 절박한 문제다. 만일 중국 정부의 방침대로 북송될 경우 이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출입국법’ 등에 따라 지역 국가보위부의 조사를 거쳐 처벌을 받게 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간한 ‘노스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따르면 이 조사에서 정치적 성격을 띤 탈북이라고 규정되면 정치범수용소나 노동교화소 등에 보내진다. 반면 생계를 위한 단순 탈북으로 규정되면 탈북자 본인의 거주 지역으로 이관돼 노동단련형을 받거나 처벌 없이 곧바로 석방되는 사례도 있다. 탈북 동기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가벼운 처벌로 그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강제 송환 대상자가 이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제 송환되는 탈북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중국 정부나 어느 곳도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언론이나 국제기구의 추정치를 종합해 봤을 때 한 해 평균 1500~5000명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매월 북한으로 송환되는 탈북자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것이다. 30여명 탈북자의 강제송환 반대를 부르짖는 지금도 조중 접경지역 어딘가에서는 북한으로 압송되는 탈북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을 진정으로 우려하고 반대한다면 30여명보다 훨씬 많은 이들의 처지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30여명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우리가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운 좋게 강제 송환의 대상에서 벗어나 남한에 온 2만 3000여명의 탈북자들이다.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의 숫자는 매년 2000명 정도다. 강제 북송되는 숫자와 맞먹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코리안 드림을 품고 남한을 찾는다. 하지만 남한살이가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는 걸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2010년 탈북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2.6%였다. 2009년과 비교했을 때 6%나 떨어진 것이다. 이것은 남한 국민 전체 경제활동참가율 61.1%보다 18.5%가 낮은 것이다. 탈북자의 실업률도 9.2%로 국민 전체 실업률 3.3%의 3배 수준이다. 취업한 탈북자의 56%가 월 수입이 50만원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물론 탈북자 중엔 정부의 최저생계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이들에게 제대로 된 취업이나 급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탈북자는 남북통일의 역군은커녕 사회의 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통일의 관건은 동서독 통일에서도 확인하고 있듯 체제 통합이 아니라 사회 통합이다.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조차 제대로 보듬지 못한다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목소리, 그것은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지금 이 시간도 본인의 뜻에 반하여 북송되고 있거나 북송될 위기에 몰려 있는 중국 내 탈북자들, 그리고 남한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적응과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는 탈북자들에게까지 퍼져가야 한다. 탈북자의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울러 수많은 탈북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북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야말로 탈북자 인권의 최대 걸림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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