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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삼두마차: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시책은 통일이다. 헌법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최고 시책으로 규정된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우리는 오랫동안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가 대통령과 행정부라고 생각해 왔다. 이것의 근거는 현행 헌법 66조가 대통령의 양대 의무 중의 하나로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조항은 대통령만이 통일의 주체임을 말하는 것인가? 이 조항은 대통령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일 뿐, 대통령이 통일과 관련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것은 통일부 장관이라고 규정한 정부조직법 31조도 제대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행정부 내에서는 통일부가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통일부로 비롯되는 행정부가 통일의 유일한 주체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유신독재 시기에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것이 있었다. 1972년에 제정된 ‘전체주의적 유신헌법’은 제35조에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기 위한 온 국민의 총의에 의한 국민적 조직체로서 조국통일의 신성한 사명을 가진 국민의 주권적 수임기관이다.”고 규정했다. 이에 의하면 통일의 주체, 조국통일의 주권적 수임기관은 ‘통일주체국민회의’이다. 대통령은 의장으로서 그 핵심이 되고, 국회와 국민이 들어설 자리는 박탈되었다. 따라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통일의 유일한 주체로 보는 것은 유신독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이에 대한 가장 명확한 규정은 헌법4조인데, ‘대한민국’이 ‘통일을 지향하고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한다. 따라서 통일의 주체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며, 결국 그 어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통일의 주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의 주체인 대한민국 국민은 어떻게 분류될 수 있는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국가권력의 위임방식 또는 국가권력의 배분방식에 따라 중앙정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민간의 3가지로 분류하고자 한다.

우선 중앙정부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라는 삼권(三權)을 포괄한다. 즉 행정부와 그 수장인 대통령만이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도 중앙정부로서 통일의 한 주체가 된다. 다음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지방교육자치체를 포괄한다. 광역단체 및 기초단체의 장과 의회, 교육자치단체장 모두 지방자치체로서 또 하나의 통일주체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간에는 개개인과 기업, 시민단체, 직능단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사회단체가 포괄된다. 민간은 사인(私人)과 법인(法人) 또는 다양한 결사체의 형태로 헌법에 따라 통일의 3대 주체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된다.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자치단체) 그리고 민간이 통일의 삼두마차이고, 이들 삼자의 협력과 협치로 통일이 추진되는 것이다.

지금 ‘통일’을 이끌 세 마리의 말이 모두 움직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 중 유일하게 움직인 행정부마저 남북간의 회담이 모두 중단됨으로써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한 번도 통일마차를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은 적이 없다. 단지 민간단체의 대북협력사업의 보조자(물주)로 상정되어 있을 뿐

   
 

이다. 1990년대 대북창구단일화 논리를 극복하고 새롭게 등장한 민간이 2000년대 10년간 활발하게 대북교류협력사업을 전개했지만, 2010년 5.24 조치 이후 이것이 모두 중단되었다. 급변하는 동북아의 정세와 70년이나 된 분단체제를 생각하면 통일을 이끌 세 마리의 말이 힘차게 뛰어도 오히려 부족하건만 한 마리의 말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헌법 66조에 따르면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한민국호’의 주인인 국민은 대한민국호의 임시 마부이자 선장인 대통령이 헌법 66조를 위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이 글은 평통기연 평화칼럼으로도 게재됐습니다.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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