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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한 번쯤 괴로움에 뒤척이며 밤을 지새워본 일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화내는 횟수, 시기, 내용 등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우린 모두 ‘화(火)’라는 경험에 관한 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차분히 앉아서 생각해볼 일이다. “왜 화를 낼까?”,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 거지?”라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급급해진다. 즉 나를 화나게 만든 그 ‘대상’을 기억 속에서, 혹은 주변에서 열심히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과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서 ‘화’가 만들어지는 매커니즘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이 ‘불공평’ 혹은 ‘불공정’한 대우라고 한다. 이는 사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사회가 내게 주는 소외감과 모멸감에 기인할 수도 있다. 어쩌면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특히 요즘 쏟아지는 각종 폭력에 관한 기사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무거운 것을 넘어서서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학교나 군대의 폭력으로 인해 목숨까지 잃은 그 ‘아이들’의 어미, 아비가 된 심정으로 모두가 화가 났고 아프다. 상황이 이러한데 국민이 ‘怒’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崔漢綺)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칠정(七情) 중에 이미 희로(喜怒)가 있으니, 노여운 일을 당하면 노하고 기쁜 일을 당하면 기뻐하는 것이 진정한 희로이다. 만일 기쁜 일을 당하여 노하고 노여운 일을 당하여 기뻐한다면 이것은 망령된 희로인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위정자(爲政者)의 입장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최한기는 『人政』에서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의 일단을 제시했다. “예로부터 지금껏 백성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잘 다스려진 나라는 없었으며, 백성을 잘 헤아리고서 다스려지지 않은 나라도 없었다. 백성을 헤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해(四海)가 일체로 되어 은혜가 뼛속까지 미쳐야 하며, 만백성이 한마음이 되어 그와 고통과 기쁨을 함께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마음은 잘 헤아려지고 있는 것일까?

   
 

화’를 달래려 하지 말고, 문제를 직시해야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단순히 짜증 섞인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젠 차분한 마음으로 분노하고 있다. 자식을 마음에 묻은 아버지가 곡기를 끊으며 “왜 그런 참사가 일어났는가” 묻고 있다. 멀쩡하던 아들이 군대에서 주검으로 돌아오자 그 이유를 알려 달라 어머니가 외치고 있다. 왜 이들을 단순히 ‘달래려고만’ 하는가. 그들의 분노는 일의 진상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요구하기 위해 생긴 것인데 말이다. 최한기의 ‘마음 헤아리는 법’이 이처럼 와 닿을 때가 없는 듯하다.

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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