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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벽돌만이 통일코리아를 쌓을 수 있다

400년간이나 이집트의 압제를 받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감히 출애굽을 위해 떨쳐 나설 수 있었던 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 때문이었다. 진절머리 나는 노예생활을 청산하고 새 땅을 향해 가는 그들에겐 거칠 것이 없는 듯 보였다. 이미 숱한 기사와 이적으로 제국 이집트를 보란 듯 웃음꺼리로 만들었고, 죽음과도 같던 홍해마저 갈라놓았다. 하나님의 약속과 임재, 그리고 훌륭한 지도자 모세와 그의 지팡이가 있는 한 그들에게 불패, 불가능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홍해를 건너자마자 그들을 기다린 건 기름지고 풍요로운 땅 가나안이 아닌 살인적인 더위가 내리쬐고, 독사와 전갈이 우글대는 광야였다. 하나님의 약속과는 한참 거리가 먼 막막한 현실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집트에서 가나안까지 12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무려 40년이나 뺑뺑이를 돌면서 그들은 불평·불만은 기본이고, 반역, 우상숭배 등 할 수 있는 범죄는 다 저지르고 말았다. 난 이스라엘의 광야생활을 보면서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본다.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모세보다는 그들에게서 더 동질감을 느낀다.

마침내 가나안 땅에 입성한 그들을 기다린 건 역시 젖과 꿀이 아니었다. 처절한 전쟁이었다. 그들은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이방 종족들과 전쟁을 치르고서야 가나안땅을 조금씩 조금씩 차지할 수 있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죽임을 당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하나님께서 그냥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하지 않고, 실상은 엄청난 고난과 인내, 싸움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땅이라고 미리 알려주셨던 들 이스라엘 백성들의 그 불평불만과 배반, 우상숭배는 덜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게 했으면 지레 겁을 먹고 이집트에 눌러 앉았을 인간들이 다수였을 것이긴 하겠다. 하나님의 달콤한 꼬드김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출애굽을 보면 꼭 남북 통일의 역사(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분단의 노예상태(난 분단을 노예상태라 여긴다. 분단 때문에 온갖 부정부패, 압제와 부자유, 꿈의 단절을 당연시 여기며 살아가는 노예상태에 있어 남북한이 별로 다를 게 없다)를 벗어나, 가나안 통일한국을 향해 가는 길은 너무나 멋있고 희망차 보인다. ‘통일 대박’이니 ‘세계 5대 강국’이니 하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온다. 수긍 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통일의 장밋빛 꿈만 이야기하거나 그 꿈에 젖어 통일의 여정을 따라나선다면 기다리는 건 100% 낭패뿐일 거다. 오히려 통일의 과정은 험난할 것이고 거기엔 무수한 고통과 고난이 기다릴 거라고 얘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통일의 과정엔 남남·남북간 숱한 대립과 충돌이 기다릴 것이고, 과한 세금으로 인한 배고픔과 일시적 극심한 불평등도 있을 것이고, 과거 역사에 대한 해석과 미래 방향 설정을 놓고 예기치 않은 갈등도 쑥쑥 터져나올 것이다. 여기에 통일코리아를 자신들의 이익권에 넣으려는 주변 강대국의 으르렁거림은 또 어쩔 것인가. 통일을 하지 않으면 감당하지 않아도 될 희생을 통일을 하기 때문에 굳이 감당하게 될 것들이다. ‘고통스런 통일’보다는 ‘평화로운 분단’ 이야기를 그래서 사람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해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게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잘 먹고 잘 살게 되면서 어디론가 팽개쳐버린 고난의 신학을 다시 되찾는 일이다. 통일코리아는 한국교회도, 민족도,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해 미움과 시기, 대결과 분쟁, 분열과 편가르기를 벗어버리고 사랑과 용서, 화해와 평화, 공존과 공영 등 통일코리아의 가치에 맞는 새옷으로 갈아입을 것을 명령하고 있다. 그러려면 반드시 따르는 게 고난이다. 고난의 벽돌만이 튼튼한 통일코리아를 쌓을 수 있다(시 119:71).

*이 글은 토기장이에서 발행하는 월간 <편지> 8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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