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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擴大)지향으로 치닫는 아베 정부

“…….일본 문화는 지나치게 잘 될 때 바로 파멸의 씨앗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잘 되어가면 대국 의식이 싹트고 [축소]에서 [확대]로 전환하려 한다. 축소 지향을 초라하고 빈약한 것으로 알고 내뱉는다. 축소로 가면 커지고, 커지려고 확대로 가면 거꾸로 작아지는 것이 일본 문화의 패턴이어서 거대주의로 전환할 때에는 일본은 물론 이웃나라까지 시끄러워진다. 히데요시의 한반도 침략, 한국과 만주의 식민지화, 태평양전쟁이 그 대표적 예다……”

한국의 뛰어난 지성인 이어령 선생께서 1982년에 발표한 그의 명저 <축소지향의 일본인>(332 쪽)의 한 부분이다. 필자는 30여년 전에 이 책을 보며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천성적으로 탁월한 축소 지향형의 일본인은 무엇이든 그 손에 쥐어주면 그것을 작게 더 작게 축소해 가며 아름다움을 만들고 실용(實用)을 만들고 평화를 만든다. 쥘부채가 그렇고 쌀 한 톨에 600자, 깨알 하나에 160자, 콩에 3000자를 써넣은 요시다(吉田伍堂)씨가 그렇다. 미니어처의 절정인 아네사마 인형이 그렇고 벤또(도시락)가 그렇고 축경(縮景)의 결정판인 일본식 정원(庭園)이 그렇고 분재(盆栽)가 그렇고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그렇다. 일본인의 축소 지향은 일일이 예를 들 수가 없는 일상적 일본 문화의 모습이고 본질이다.

“무엇이든, 무엇이든 작은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枕草子)는 말은 그 자체가 진리이면서, 일본인에게는 더욱 더 가깝게 다가간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작음”을 지향하였을 때 그들이 아름다웠고 번영하였고 이웃과도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축소 지향의 길을 가며 평화헌법을 지켜온 지 69년이 되는 지금, 일본은 경제 대국의 영역에서 군사대국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확대 지향적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5일 공개된 2014년판 일본 방위백서는 2차대전 패전국의 멍에를 벗고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일본 정부의 결의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집단 자위권을 설명하는 백서 내용에 “집단 자위권은 헌법 제9조 아래서 허용되는 실력행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종래의 헌법 해석이 지난 7월 1일자 일본각의의 새로운 헌법 해석 결의에 따라 “헌법 9조 아래서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로 대체되었다. 이에 더하여 무기 수출을 “금지”에서 “허용”으로 전환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수립, 일본 판 NSC 창설, 신 방위대강 발표 등 아베 수상이 2012년 12월 취임 후 밝혔던 일련의 군사력 증강 구상들이 모두 백서에 담겨 있다. 물론,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종래의 주장도 어김없이 재확인했다.

중국의 과도한 군사력 증강이 상식의 한계를 넘어섰고, 이에 대비하여 중국과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일본이 긴장하고 있고, 미국이 일본의 집단 방위권을 두둔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종전 후 지켜온 문제의 헌법 9조를 개헌도 하지 않고 과반수가 반대하는 국민들의 의사와 헌법학자들의 반대 의견도 개의치 않고 각의에서 헌법 해석을 바꾸어 정부의 의지를 관철하는 아베 정권의 행보는 분명하게 일본이 다시 불행을 자초할 수 있는 확대 지향으로 치닫는 모습으로 보인다.

한국 국민이면 너 나 할 것 없이 일본이 이어령 선생께서 32년 전에 친절하게 충고해 주신 대로 확대가 아닌 축소 지향의 행보를 이어가기를 바랄 것이다. 역사의 교훈을 통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일본과 더불어 주변의 이웃나라들이 평화롭게 번영을 지속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쯤, 일본이 그들 스스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베스트셀러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다시 살피고 저자를 초청하여 확대가 아닌 축소 지향으로 가는 길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을 위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확대 지향의 길에 들어 섰다.

중국이 해공군력 증강에 과도한 열을 올리고, 일본이 확대 지향의 행보를 보이면 우리 한국은 당연히 긴장하고 국론의 분열을 삼가고 국력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주변 강대국들보다 아직도 약하기는 하지만,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은 임진란이나 을사늑약(乙巳勒約) 당시의 조선은 아니다. 어디 일본과 중국뿐인가. 일본과 중국 이전에 세계 최악의 불량정권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이 순간에도 우리 남한을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당리당략을 저울질하기에 몰두하고 갈등과 대립으로 허구한 날 아까운 국력을 낭비할 때는 더군다나 아니다.

광복 69주년을 맞는 지금은 국민 모두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깊이 생각할 때이다.

정의승/ 우양재단 이사장

정의승  e.s.chung@wooy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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