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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경축사에 담아야 할 대북 메시지는 ‘대화’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년 반이 흘렀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간 대화도 열렸고 이산가족상봉도 했다. 그러나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불신이 근본적인 문제인 듯하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군사훈련이 강화됐다.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최신 장비와 최대 규모의 병력이 동원됐다. 그러나 북한의 무력시위는 지속되고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평화에 대한 전략 부재가 주요 요인인 듯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참여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북중러는 조건없는 6자회담을 주장했고 한미일은 조건있는 6자회담을 강조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속에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북미 간 불신이 근본적인 문제인 듯하다.

   
▲ 지난해 8.15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남북 당국 간 불신 해소는 상호 체제존중과 대화가 기본이다. 체제존중은 모든 남북 간 합의서의 기본정신이다. 체제존중은 남북한 고위당국자들의 신중한 언행을 요구한다. 대화는 물밑접촉, 특사교환, 협상 등을 포괄한다. 협상은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기에 당국 간에 불신의 골이 깊을수록 공식·비공식 접촉을 많이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반도의 평화 유지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평화는 지키는 것과 만드는 것이 있다. 지키는 것은 튼튼한 국방력과 견고한 한미동맹이다. 만드는 것은 당국 간의 대화와 민간급의 교류협력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은 튼튼한 안보에 있다. 6년 반 동안 국방비 지출은 크게 증대되었고 한미동맹은 강화되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에 비해 한반도의 긴장은 오히려 더 고조되었다. 지키는 평화에 치중하다 보니 만드는 평화에 소홀했음을 보여준다. ‘선 안보, 후 교류협력’이 아니라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 ‘선 평화지키기, 후 평화만들기’가 아니라 지키는 평화와 만드는 평화의 균형이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북미 간 불신 해소는 양측의 동등한 지위 인식과 동시행동의 원칙이 중요하다. 동등함과 동시행동의 원칙은 9·19 공동성명에 명시되어 있다. 한국과 중국은 북미 간 직접대화가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는 선순환 구도가 돼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한국이 국제적 문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면 대칭적 한미동맹은 발전한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와 국제문제를 모두 주도한다면 비대칭적 한미동맹으로 전락한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려면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필수요건이다.

현 단계 한반도 문제의 주요이슈는 이산가족, 5·24 조치, 금강산관광, 한미군사훈련, 북핵 등이다.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5·24 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기에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한미군사훈련은 한미 간 문제이면서 동북아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북침연습훈련이라고 반박한다. 중국은 미국의 스텔스기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의 동원에 대해 대중 압박훈련이라고 비난한다. 북핵문제는 남북미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한국은 북핵을 이고 살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은 북핵문제와 한미군사훈련은 별개라고 강조한다. 북한은 핵장비를 동원한 한미군사훈련이 실시되는 한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법으로 북한은 ‘선 평화체제, 후 비핵화’를 주장하고 미국은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를 강조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 둘을 함께 논의할 실효성 있는 방안은 직접 이해관계 당사자인 남북미중의 4자회담이다. 과거 경험을 보아도 북미가 대화의 주도자, 중국은 중재자, 한국이 촉진자 역할을 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대북 메시지의 주요한 기회로 활용됐다. 이번 경축사의 핵심은 ‘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에서부터 남북 간 ‘신뢰’를 강조했지만 ‘불신’만 깊어졌다. 일방적인 ‘통일’ 강조가 통일을 더 멀어지게 한 역사적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북 당국 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기 때문에 실무회담으로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통일부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고위급회담’ 제의가 현실적이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선순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회담’을 권고하는 메시지도 담아야 한다. 2015년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다.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계기 마련이 요구된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평화체제로의 전환에는 북한 비핵화, 한미군사훈련, 평화협정 등이 주요의제이다.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 남북미중 4자회담’ 제의가 필요하다. 모든 대화 제의에는 상대방이 호응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과 식량난 연계를 강조하지 않고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하는 표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부와 당국자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호칭할 때 이름만 부르기보다는 직함을 함께 언급한다면 이 또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좋은 징표가 될 것이다.

   
 

대화제의에는 선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도발에 무슨 지원이냐는 일희일비의 감정적 대응보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가야 하는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올해 안으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메시지도 필요하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5·24 조치, 유엔의 대북제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가능하다.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린다면 제반문제를 일괄상정·일괄타결·동시행동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 대북메시지가 남북 경색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양무진  yangmj@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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