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고독한 노인 남녀는 함께 살게 해야

아테네의 플라톤은 자신이 지닌 3대 행복에 대하여 자랑하면서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남자로 태어난 사실이 큰 행복의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같은 민주주의 나라에서도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것은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남녀평등의 세상을 이룩하는 일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것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녀평등의 역사야말로 인류 문명의 발달사이자 인권신장의 긴긴 여정이었습니다.

최근에 조선 5백 년의 역사는 여성의 개가 금지가 혹독하여 개가한 여성이 낳은 아들은 벼슬도 못하고 대접받는 신분에 오를 수 없었다는 책이 나왔는데 많은 조선의 이름있는 학자들이 그런 제도를 좋은 제도라고 칭찬했다는 자료가 공개되면서 남녀의 불평등 사회에 대한 비난이 더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남존여비의 세상, 정말로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동서양 구별 없이 오랜 세월은 남존여비의 어두운 암흑시대가 계속되었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물론 조선 시대에도 앞을 보던 학자나 지식인들은 서얼 출신의 신분 차별에 반대하면서 적서의 차별 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차별 없이 고관대작에 오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서얼 출신이 미관말직에 오르긴 했어도 큰 벼슬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율곡 이이 같은 학자는 서얼 차별을 강력히 반대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등장으로 신분제 폐지의 논의는 활발해졌지만, 여성의 개가 금지는 더 강화되면서 요구하던 정도의 서얼제 폐지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개가한 일반 여성이 낳은 자식은 서자이고 노비 신분의 여성이 낳으면 얼자가 되는데 서얼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함은 바로 여성의 개가 금지가 부당하다는 논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인재책」이나 「통색의」라는 글에서 서얼들의 신분 차별을 극구 반대하고 능력이나 재능이 뛰어난 서얼들을 정승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해야 한다고 개가 금지의 부당함을 강력히 요구하였습니다. 다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의 『목민심서』 애민편 「진궁(振窮)」 조항에서는 황혼 결혼, 즉 ‘실버웨딩’이라는 색다른 제도를 적극 권장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합독(合獨)의 정사도 또한 실행할만한 일이다. (合獨之政 亦可行也)”
노령의 고독한 독거노인 남녀들이 관(官)의 주선으로 부끄러움 없이 황혼의 결혼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야 개가 금지도 저절로 풀어지고 홀로 사는 노인 남녀가 합해 살면서 노년의 고독과 외로움을 이기고 행복한 노후를 즐기게 해주는 목민관들이야말로 진정한 목민관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재가(再嫁)나 개가(改嫁)가 그렇게 꺼리던 일이고 비난받았기에 태어난 자식조차 천민이 되던 시대에 홀아비와 과부가 거리낌 없이 합해서 살아가게 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 발상입니까. 다산 또한 여성비하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합독제도의 실행을 촉구했던 점으로 보면 그 시절 그래도 생각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박석무  e_dasan@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