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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세계도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2)여의도판 세월호를 말하다

“어떻게 하면 법과 규정을 어기지 않을까, 이게 가장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할 때, 20년 넘게 증권사를 다녔다는 한맥 임원이 한 말이다. 웃자고 한 얘기겠지만, 그는 금감원 앞을 지날 때는 옷매무새도 가다듬었다고도 했다.

실제로 금융권 인사들한테는 당국의 눈 밖에 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회사에서 잘리는 거야 참을 수 있다. 딴 회사 가면 되니까. 그런데 당국의 징계를 받으면 다른 금융회사에 취임할 수가 없다. 그러니 늘 감독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래서 어느 금융사 대주주는 이렇게 푸념을 한 적도 있다. “이 동네 경영자들은 자본가 말도 안 듣는다니까.”

미국 펀드가 불법행위로 챙겨간 약 400억원 국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국가는 이런 실수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줘야 한다. 여기서는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거래소는 착오거래를 구제하는 제도를 현실에 맞지 않게 만들어 놨다. 구제신청을 하려면 거래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한다. 직원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해봤지만, 1시간에 겨우 2000여 건을 했을 뿐이다. 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이 전산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마감시간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구제신청 마감시간을 늘려준다고 해서 거래안정성이 깨질 염려도 없다. 그런데 거래소는 늘려주지 않았다.

대금지불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도 무시했다. 자신의 돈도 아닌, 거래소의 주인(주주)이며 회원사인 증권사들의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지불해 버렸다.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낸 것이다.

이것도 문제다. 선진국 거래소는 이런 경우 거래소 자체 기금으로 먼저 결제한다고 한다. 한국의 관료들은 자신의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만약 거래소가 자신의 돈으로 지불해야 했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지불했을까?

“그 자들도 뒤가 캥기는 겁니다.”
캐시아가 대금을 늦게 찾아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거래소가 대금을 지불한 날은 12월 13일이다. 그런데 불법수익을 챙긴 미국 펀드 캐시아는 보름이 지난 12월 28일에야 돈을 찾아갔다고 한다.

   
 

‘왜 돈을 늦게 찾아갔을까?’
자기들이 보기에도 이건 너무 큰 돈(360억원)이라 그냥 가져가기엔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펀드를 청산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자신들의 불법성과 관련해서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까봐 아직 펀드 청산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다 줘버리고 나중에 불법성이 문제되면 펀드 운영주체가 책임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캐시아가 단순히 착오거래에 따른 부당이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정도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463억원 손실금 가운데 78%인 360억원을 챙긴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나름 캐시아의 불법행위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해왔다. 그런데 정작 이런 걸 조사하고 수사해야 하는 것은 거래소, 금융당국, 수사기관들이다.

왜 캐시아의 불법성을 조사하지 않는 걸까?
거래소와 금감원은 사고 반년이 지나도록 우리가 제기하는 이런 불법의혹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나아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를 방해했다. 지난 5월에 감사원이 거래소 감사를 시작한 이후에야 금감원은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불법성 조사와 수사는 둘째 치고, 거래소는 당사자한테 거래상대방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럼 뭔가?’
착오거래라고 당사자들에게 공문을 보냈으면서도 회복할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그럼 공공기관이나 국가가 존재할 이유는 뭐지? 학부모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호소하고, 광화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하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만하다. 살아남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국회까지 행진하는 마음이야 또 어쩌랴….

해외투기자본의 불법행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않는 금융관료, 이들의 합작으로 390억원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꼴을 언제까지 눈 뜨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이광구 / 한맥증권주주협의회 공동대표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회디자인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회디자인연구소에 있습니다.

이광구  narion424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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