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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반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과연 역사는 발전하는 것일까. 진짜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고 보살피시기는 하는 걸까.

남북관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회의감이 몰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으로 온 사회가 ‘통일’ ‘통일’ 하더니 세월호 한 방에 ‘통일 대박’은 침몰해버렸다. 천안함 사건 직후 남북 교류의 발걸음을 꽁꽁 묶어놨던 5·24조치는 4년이 넘도록 풀릴 기미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하고 ‘이제는 평양에 취업하러 갈 날도 머지않았구나’ 했던 그때의 확신은 먼 옛날 빛바랜 추억이 되고 말았다. 지금 남북의 상황에서 올바른 길은 무엇이고, 우리(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혹자는 그런다. 북한이 바뀌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개선 불가라고. 그래서 북한이 변화하면(구체적으로는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적 지원도 하고 서로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겠노라고. 이것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나아가 미국 대북정책의 기조다.

그렇다면 미국과 남한이 바라듯 북한이 변화할, 그러니까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전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남북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지난 2003년 8월부터 6자 회담을 열어왔다. 여기서 6개국은 ‘북한 핵무기 포기, 북한에 경제적 지원 및 외교 정상화’ 등을 몇 차례 합의하거나 합의 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른바 일괄 타결, 그러니까 북핵 포기의 대가로 경제 지원 및 관계 정상화를 주고받는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그때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단행했고, UN 등 국제 제재가 뒤따랐다.

이를 두고 미국과 남한 등은 “북한의 무력도발로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고, 북한은 “미국이 먼저 합의 이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과 남한으로서는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할 수 없었고,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남한이 약속을 어긴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렸던 6자 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6자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한 테이블에 둘러앉지 못했다. 지금도 6자 회담을 위한 물밑접촉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를 선행조건으로 내건 미국과 남한의 입장 변화가 없이는 개최가 난망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경제 개발 병진노선”을 공식화하고 “4차 핵실험”까지 운운하고 있다. 한반도 긴장은 역설적이게도 북한에게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은 물론 시간까지 대주고 있는 셈이다.

공포의 봄
어느 때부턴가 한반도의 봄은 공포의 계절로 바뀌었다. 매년 3월과 4월 미국과 남한이 공동으로 벌이는 키리졸브 및 독수리훈련(남한은 이것을 ‘통상적인 방위훈련’으로, 북한은 ‘북침연습’으로 규정하고 있다)이 있을 때면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비난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적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사건, 2012년 2월 북한 3차 핵실험 및 휴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중단, 그리고 올해 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사태 등을 보라. 하나같이 꽃 같은 봄에 일어난 일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굳이 봄이 아니어도 남한을 비롯한 한반도는 사시사철 강대국의 대리 전장(戰場)화 과정을 밟고 있다. 중국 견제와 자국의 편의를 위해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방어체계(MD). 그 일환으로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의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과 북한, 러시아는 이에 대항해 협력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반도는 한미일-북중러가 정면 충돌하는 신냉전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지금 상황은 마치 1980년대 초 소련을 말살시키려는 미국과 이를 위해 미국이 추진중인 한미일 동맹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남한 땅에는 미국이 배치한 핵탄두가 수백 기에 달했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대한민국 사람(당시 10대 초반이었던 필자에겐 그 시절이 마냥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다)은 당시를 심각한 위기라고 느끼지 못했다. 먹고사는 것만도 전쟁처럼 치열한 일이었으니까.

남북 관계마저도 불통에 극한 대치 상태가 80년대 초반의 그때를 닮았다. 30년 전 그때처럼 냉전을 벌이기엔 딱 좋은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게 한반도의 위기는 곧 기회다. 일본은 자위대의 해외파병지로 한반도를 염두에 두고 있고, 이를 막고 있는 평화헌법마저 수정하려 들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를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봇물 터지듯 이어진 남북 교류는 썰물 빠지듯 사라지고 일촉즉발, 예측불허의 전운이 한반도 상공을 휘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는 남북 교류를 사실상 올스톱시켰다. 1800개가 넘는 남북경협 기업들은 물론 대북지원 단체들마저도 이제는 사업 중단이 아닌 생존 중단이라는 비참한 현실에 처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는 모양새를 취해야 했다. 5·24조치의 전면적 해제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나 한반도와 러시아의 철도 연결사업 등에 간접 투자를 함으로써 5·24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는 상징적 제스처를 취해야 했다. 물론 이마저도 최소한의 남북 당국자간 신뢰가 구축돼 있을 때 가능한 일들이다. 이런 게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낸 ‘통일 대박’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구성’ ‘드레스덴 선언’ 등은 그 형식과 의미를 떠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정권의 존재 기반이 뿌리 채 흔들린 박근혜 정부로서는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면을 빌어 박근혜 정부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진정 대박으로 여기고, 통일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어떤 상황에서도 추진을 하시라고 말이다(통일준비위원회는 지난 15일 공식 발족했다-필자 주). 그것은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실천한다는 일차적 의미 외에도 ‘통일 대박’ ‘통일 사명’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을 위해 살아온 각계의 명망가, 활동가들 중에서 진보, 보수를 구분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사람들로 채우길 바란다. 그럴 때에야 각계 각층 구석구석으로 통일의 열기, 준비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중대 국면을 맞고 있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뭔가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관계를 끊고 맺는 게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는 탓이다. 대북 관련 단체장이나 통일 전문가들이 분노를 넘어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통령께 호소한다. 대통령의 결정 하나가 대한민국호를 침몰시킬 수도 있고 침몰하려는 대한민국호를 건져내어 망망대해로 순항하게 할 수도 있다. 개인이나 정권의 안위라는 좁은 마음은 버리고 국민과 민족의 안위를 생각하는 넓은 마음으로 안개 같은 정국을 살펴보시라. 그러면 어디가 길인지 선명하게 보일 것이기에. 그런 대통령이 되도록 크리스천들은 기도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 기도가 어떤 식으로든 응답될 때 하나님이 이 민족을 사랑하신다는 걸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월간 <빛과 소금>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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