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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2)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4.07.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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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방한의 국제정치 동학
최근 동아시아 곳곳에서 해상영토와 EEZ, 과거사문제 등을 둘러싸고 외교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들은 동아시아 역사에서 유례없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강대국이 존재하게 된 상황과 관련이 있다. 특히 제2의 경제대국에 오른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넘보고 전후 미국이 만들어놓은 국제질서의 변경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동북아 국제정세가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3일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이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세계금융질서에 대항하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의 참여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일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해석개헌’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화했다. 한․중 정상회담 당일에는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했다. 시 주석 방한 하루 전 하와이에서는 사상 최초로 한․미․일 합참의장 합동회의가 개최되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미․일 동맹체제를 핵심축으로 아시아 각국의 협력을 견인해 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연방예산자동삭감조치(시퀘스터)의 발동 때문에 국방예산 확보의 어려움에 직면하여 일본의 외교안보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미․일 동맹체제 강화과정에 한국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간의 전략적 구상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자칫 한·중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이다.

작년까지 한국의 외교는 나름대로 균형외교의 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금년에 들어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문제가 등장하면서 한국이 미·중 강대국 외교의 각축장으로 바뀌어 가는 모양새다. 리처드 아미티지, 빅터 차, 마이클 그린 등 전직 미국 관리들이 1월 31일 「워싱턴 포스트」 공동기고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촉구한 것을 받아들여, 2월 13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방한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일정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첫 출발점이 3월 25일 헤이그에서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개최이다. 그 뒤로 한·미·일 3국간의 군사정보보호 양해각서(MOU) 체결이 나오더니, 3국 국방장관회담의 정례화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 뒤로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THAAD) 도입, 한국의 미·일 주도 MD 참여 문제가 제기되고, 한·미·일 합참의장 합동회의가 열렸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2월 2일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 생일에 축전을 보내 “올해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시 주석이 금년 1월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에 축전을 보내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한 불쾌감 때문인지 북한은 6월 15일 시진핑 주석의 생일에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이는 작년 시 주석 생일 때 북측이 축전을 공개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것과 대조적인 태도이다.

지난 5월 26~27일 왕이(王毅)도 외교부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여 시 주석의 방한일정을 확정지었다. 7월 3~4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국빈 방문해 「한·중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공동발전을 실현하는 동반자, △지역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 △아시아 발전을 추진하는 동반자,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동반자 등 ‘4대 동반자 개념'에 합의하였다.

미국은 일본을 대중 견제전략의 거점으로 삼고 한국을 미·일 동맹체제에 가세시키려 하고, 중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체제의 공고화를 막으려고 하는 세력각축 전선의 한 가운데 한국이 서게 된 것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한·중간 경제적 우호관계에 치우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한 단계 심화시켜 안보 분야의 협력까지도 내다봄으로써 한국의 미·일 동맹체제 편입을 저지해보려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한·중 공동성명」과 對日 및 북핵 공조문제
시진핑 주석이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방한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한·중 양국은 이번에 경제 분야와 환경·재난구호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한·중 공동성명」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연내 타결,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영사협정 및 비자면제 확대, 그리고 △미세먼지·재난구호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제 및 환경·재난구호 분야의 성과와는 달리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민감한 부분을 피해 나가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중 공동성명」은 경제분야의 커다란 진전에도 불구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처한 외교적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문제와 관련하여 양국 정상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공동연구 및 협력 등 상호 공동대응 가능성을 열어놓기는 했으나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공동대응에 명시적으로 합의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일본과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중국이 요구한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두 정상은 오찬행사의 발언을 빌려 일본의 집단자위권 헌법해석 변경과 고노 담화 훼손에 우려를 표명하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북․일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타결 등 경제관계의 긴밀화와 한․중 양국의 대일 공조수위 등 시 주석의 방한이 가져올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고 밀접한 한·중 접근에 대해 남북관계 경색 및 북․중 관계 냉각을 틈타 북․일 교섭을 촉진하여 역내 질서 구축의 중심적 역할을 확대하려던 일본은 이를 적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의 성격을 ‘북한 비핵화’로 규정짓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크게 기울였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비핵화’로 표기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공동성명」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을 강조함으로써 그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또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나 구체적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처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일정한 인식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서도 가급적 문턱을 낮추려는 중국과 높은 문턱을 요구하는 한국 사이에 분명한 입장차이가 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판단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데다가 한국이 여전히 한·미·일 공조의 틀 속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금년 4월 7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동한 직후 “비핵화 사전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데 이어, 4월 14~18일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방미하여 미·중 수석대표 회동을 가지면서 머지않아 6자회담이 개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국가안보회의(NSC) 회의에서 “지금의 코스를 바꾸는 어떠한 대안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6자회담의 재개를 통해 한반도문제의 출구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북핵문제를 빌미로 한국이 미·일 동맹에 군사적으로 편입되는 일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 주석의 방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 외에 6자회담의 재개와 같은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였다.

한·미 동맹 속의 한국의 대중 전략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최근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외교는 미․중간 패권경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한․미동맹을 기초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대중 외교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현실적 인식에 기초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 한․미 동맹체제 및 미․중간 패권경쟁이라는 구조적 조건에서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며 한․중간 외교안보협력 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 한․중간 경제관계의 긴밀화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국익의 완충지대(buffer zone)가 북한을 넘어 한반도 전체라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충실하게 중국의 안보적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며 북한문제로 인해 더 이상 중국의 국익이 침해받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고 해서 북한을 포기했다거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변화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존재는 중국에게 단순히 완충지대를 넘어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반중(反中) 전선에 서지 않는 한, 한국의 주도로 북한을 평화적으로 관리한다면 중국이 굳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북한을 넘어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완충지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중국이 북핵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한․미 안보협력이 한반도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과 북한의 무력도발 대응에 국한된다는 점에 대해 중국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규정된 한·미 동맹의 성격을 ‘한반도 방위동맹’으로 재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냉전시기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방위동맹’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나 탈냉전과 함께 ‘지역동맹’으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 지역동맹이 될 경우 ‘동아시아판 나토’처럼 되어 대(對)중국 포위망에 동원될 것으로 오인될 소지를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한·미 동맹은 지역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되, 소말리아 해적 퇴치나 교토의정서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만 공동 대응하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성격이 재규정되었다.

아울러 일본의 우경화 및 과거사 인식문제에 대한 한․중간 협력도 적정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중 패권경쟁구도와 북한문제에 대해 양국간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중 대일 공동전선의 형성은 고비용 구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인식문제는 미국 및 세계 각국 민주세력과 연대의 강화를 통해 대응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중국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단기간 내에 미국의 패권을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자신도 패권을 지켜나갈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오바마 대통령은 미 육사졸업식 축사에서 신(新)외교독트린을 발표하면서 ‘100년 패권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우리 정부는 한·중 관계가 한층 심화되는 성과를 얻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와 한일관계의 재설정이라는 더 많은 숙제를 안게 되었다. 주변정세의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통일을 위한 전략을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joes@peacefounda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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