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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방북 승인…북한이 변한 걸까, 남한이 변한 걸까?북한의 ‘특별한 사유’와 통일부의 ‘호응’

▲경남통일농업협력회 자재 반출, 방북 승인(6월 4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겨레말큰사전·이사장 고은) 방북 승인(6월 23일) ▲겨레의 숲(상임대표 홍사덕) 방북 승인(6월 25일)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본부장 지홍), 현대아산 방북 승인(6월 27일) ▲경기도 방북 승인(7월 1일)

최근 들어 통일부가 승인한 북한 물품 지원 및 인력 방북 승인 내용이다. 가물에 콩나듯 드물었던 방북을 봇물 터지듯 허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잇따른 민간단체의 방북 승인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와 겨레의 숲은 지난 23일, 25일 잇따라 방북 승인이 이뤄진 직후 각각 25, 26일 당일치기로 개성 시내에서 실무자간 협의가 진행됐다. 지난 25일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겨레의 숲 관련 구체적인 사업 협의가 이뤄질 경우 ‘나무심기'에 정부 자금을 투입할 것인가?'란 질문에 “미리 예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과거 이같은 경우 정부 지원 협력기금이 투입된 사례를 들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금강산 신계사에서는 방북한 민추본 지홍 본부장을 비롯해 30여 명의 불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해 스님 열반 70주기 합동 다례제가 열렸다. 30일부터 1일까지 양일간 방북한 현대아산 김영수 상무 등 실무자 7명은 하반기 장마·태풍 대비 금강산 시설 안전점검 수행 후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할 예정이다. 또, 통일부는 1일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함께 추진한 ‘개성한옥보존사업’ 관련 담당자들의 방북을 승인했고, 이들은 2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북해 관련 사업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통일부 브리핑 “북측, 특별한 사유 없이 방북 거절해왔으나 최근 ‘호응’해 와…”

이처럼 남북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민간접촉에 대해 박수진 부대변인은 “지난해 말 이후 인도지원이나 순수 사회문화 교류를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북측은 협의나 방북을 ‘특별한 사유’ 없이 거절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호응이 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도 1일 “민간단체들이 모니터링 실시를 위해 북한에 방북요청을 하면, 북측이 때가 아니라는 답변과 함께 거절한다”면서 “인도적 지원의 경우, 주로 물자를 지원함에 있어 투명성 확인 차원에서 실시하는 모니터링을 북한이 거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25일 통일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통일부 UniTV 제공

북한이 방북이나 협의를 거절했던 ‘특별한 사유’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방북을 추진했던 단체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통일부가 북한을 잘 모르거나 통일부가 방북을 막아 왔다고 주장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강성국가를 외치는 북한의 체제를 모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은상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 사무총장도 북한의 '방북 거절'과 관련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영유아지원 정책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북한의 자존심을 건들거나 속살을 벗겨서 찍자고 하면 당연히 거절한다. 애들이 젖 먹고 우유 먹는 모습을 촬영하면, 남한에선 북한동포는 불쌍하다고 선전할 게 분명하니깐 북한 당국이 거절하는 것이다. 그게 특별한 이유인 거다. 남한정부는 북한이 주는 데도 안 받는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기본적인 자존심을 남한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평통기연은 지난 5월 7일부터 10일까지 원 그린 코리아 무브먼트(OGKM·대표 김호진) 주최로 ‘북한나무심기 훈춘-나진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통일부가 출국 전날 밤 방북을 불허해 발이 묶이고 말았다. 최 사무총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일방통행을 지적했다. 최 사무총장은 “정부는 우리의 방북신청을 번번이 기각시키고 불허했다. 북한이 초청장을 발부해주면 방북허가가 가능한지 물으면, 일단 초청장을 가지고 오라 한다. 북한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는 거다. 북한은 ‘신변안전보장’이란 단어를 꼭 써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1차적으로 자존심이 상했고, 결국 포함시켜 보내도 검토기간 미확보를 이유로 방북을 불허하니, 이중으로 자존심이 상한 거다.”라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이어 “결국 북측인사들은 나진에서 대기하다가 통일부의 방북 불허소식을 듣고, 평통기연 관계자들과의 접촉 없이 북한 내에서만 행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불안정한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대해 ‘신변안전보장’이란 단어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무를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통일부의 평통기연 방북 불허 이유는 ▶초청장에 대해 충분한 검토기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내부규정이 충족되지 못했고, ▶좋지 않은 남북관계로 인해 정부의 민간교류 허가가 어려우며, ▶통일부 허가가 있어도 청와대나 국정원이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월 들어 통일부 ‘호응’

최근 북한의 ‘호응’이 있었다는 통일부 부대변인의 앞선 발언에 대해 장 선임연구원은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변화가 있지만 오히려 통일부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북한이 정치적인 면에서는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선 일반적으로 협력하고, 실리를 추구하고자 한다. 오히려 통일부가 5월과 달리, 6월에는 북한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통일부의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어 “통일부의 태도 변화 배경으로는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물러난 것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부는 5·24조치를 유연하게 풀어가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특별제안에서 아시안 게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활용하려는 부분을 주목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5·24조치 해제'

한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남북간에 신뢰가 쌓이면 5·24 조치 해제요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박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5·24 조치에 관한 정부의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5·24조치 해제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 선임연구원은 “대북정책은 청와대의 입장을 봐야 하는데, 정부는 현재 어떤 변화도 모색하고 있지 않다”면서 향후 5·24조치 해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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