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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한숨’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패널들 속내 토로

“20년 전 통일연구원에서 한반도 경제공동체에 대한 논문을 썼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북관계가 바뀐 게 하나도 없다. ‘난 뭐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의 말이다. 20년 전 통일연구원 재식시 야심차게 제시했던 한반도 경제공동체 방안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장탄식이다. 김 대표는 12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통일, 6·15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속내를 밝혔다.

김 대표는 “정치에서 풀지 못하기에 경제가 꽉 막힌 상황”이라며 “20년 넘게 통일연구원에 있었는데 가장 당혹스러울 때가 정권이 바뀌면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통일은 미래비전을 바라보고 만들어가야 하는데 국정권자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 논리를 개발하고 하는 일을 해야 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다.

   
▲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 학술회의 세션1에서 '동북아 질서의 변화와 제2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왕린창 중국 구미동학회 이사.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다른 패널들과 시민들도 남북관계가 이처럼 과거 회귀, 동어 반복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7년 전부터 동북아안보협력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처음 강의를 시작하면서 몇 년 후엔 이 과목을 더 이상 가르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봤는데 지금도 똑같이 가르치고 있는 데 대한 회의가 든다”고 고백했다. 최 교수는 “지난 정부(이명박 정부)나 이 정부까지 한반도 비핵화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걸 ‘전략적 인내’라는 멋진 말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온 건 북한의 핵능력을 키워준 것이다. 협상 없는 신뢰프로세스는 허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번 학술회의 주제인 ‘통일, 6·15에서 길을 찾다’를 염두에 둔 듯 “우리는 그 길이 뭔지 분명히 알고 있는데 마치 숲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가 완전 망쳐놓은 걸 박근혜 정부가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 남북관계 파행의 원인을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박근혜 정부가 전임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박근혜 정부 초기의 기대를 떠올리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여전히 혹시나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염원이 남아 있고, 과거 성공의 추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인 김대중도서관장은 “길은 있는데 길을 안보고 있는 것”이라는 한마디 말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꼬집었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연구소 소장도 “왜 남북관계가 이렇게 더디 가는지 우리는 북한이 아닌 우리 사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북한은 굉장히 변화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대북 정책이나 진보-보수 대립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남한의 현실을 질타한 것이다. 김 소장은 “과거로 돌아가 6·15 공동선언이 제대로 계승되고 시행되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상상해봤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그 결과로 인한 남북한의 활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 시민은 “남북문제가 계속 반복하거나 제자리라고 하는데 언론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기자라면 자기 소신에 따라 논평을 해야 하는데 마치 (기자가 아닌) 리포터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있는 사건 그대로 말하는 걸 전부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보도만 한다면 아무런 메시지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없다. 언론인이라면 자기 자신부터 민주적 소신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 12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 학술회의 모습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왕린창 중국 구미동학회 이사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그러니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평화를 정착시킨 뒤 통일기반을 구축해 나가자’는 발표와 이를 위한 과정으로써 ‘경제공동체에서 시작해 궁극적으로 정치공동체를, 작은 통일에서 시작해 큰 통일을, 단계적 평화통일 정책을 실시해서 경제공동체부터 건설하고 더 나아가 정치적 통합을 이루겠다’는 정책을 설명하며 “하지만 북한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왕 이사는 “북한은 6·15 공동선언이 민족문제 해결의 근본 열쇠이며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이 남북 양측이 신뢰를 구축하고 단결을 실현하며 관계개선을 이루는 길로써 ‘그 무엇보다 북남선언들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현재 상황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심지어 7·4 선언에 대해서도 관심을 잃은 상태다. 남북 양측은 통일방안과 관련해서 공통된 인식이 결핍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구상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 통일대박론, 그리고 드레스덴 선언 등이 실천으로 옮겨지려면 6.15 남북공동선언의 준수를 확약하고 5.24조치를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동북아 질서의 변화와 제2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 활성화 방안, 통일 대박론 어떻게 볼 것인가?, 국가 시민의식 그리고 한반도 통일 등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각 분야 한반도 통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자세한 기사 이어집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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